천정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해서 '천정산 지킴이' 라는 소리를 듣던 지율스님이 천정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1백일간 이어오던 단식을 마침내 끝냈다.
그것도 정부가 '우선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한다'는 시민 여론에 밀려 지율스님이 요구한 토목공사 중단 및 환경영향 평가 재조사 중재안을 받아드리면서 많은 불자들이 울면서 환호성을 울렸다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씁쓸음하게 들려온다.
더구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단신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보도에 이어 일부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하는 가운데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16개곳에서도 동시에 촛불 집회가 열리는 등 100만 시민 서명 운동을 벌리기로 하자 이해찬 총리가 나서 대책 회의를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이 총리가 단식중인 자율 스님을 만나기 위해 정토회관을 직접 찾기도 했다는 소리는 필자의 귀를 더욱 거슬리게 한다.
과연 총리가 긴급회의를 할 정도이고 스님을 찾아가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였던가 ? 범인(凡人)의 생각으로도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우선 종교인인 지율스님이 자기의 육신이 자신의 것만도 아님을 누구보다 더 잘 알텐데 합리적 절차나 대화, 타협이 아니라 보통사람처럼 목숨을 내건 무모한 투쟁 방법으로 단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님은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으로 자기 목숨을 함부로 내던지며 급기야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주위 여론을 이용, 마침내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고 말았다.
내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지율스님이 자기만의 아집과 고집으로 민주사회에서는 역행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거대한 정부의 오만함을 꺽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라 우선 귀한 생명을 살려야한다는 마음에서 정부가 지율스님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충분히 이해 할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건 왜 그렇게 한 개인의 투쟁에 무너질 사업을 충분한 검토도 없이 표만을 의식하고 시작 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제 지율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여 천정산 터널 공사가 중단 될 경우 2조 5000억원이나 넘는 경제적 손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님과 정부에 묻고 싶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은 스님의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그 손실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돈이다. 지율스님은 그런 사실도 아셨을까?
자율스님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승리감에 도취하거나 쾌재를 불러서는 안된다. 그것은 무모한 독선의 아집이자 고집일 뿐이다.
더구나 하루에 10시간씩 앉은 자세로 참선을 한다는 안거에 4차례나 참여한 스님이고 치아가 솟아오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용맹정진하며 초자연적인 원력으로 삶을 살아가는 스님이라면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무모한 단식을 하기보다 자신의 의사가 어느 정도 전달이 됐다고 판단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물러설 줄 알아야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율스님으로 인해 무모한 선례를 남겨 또 다른 누군가가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고 단식을 고집 할 경우 정부가 또 어떤 태도로 나올지가 궁금하다. 할 말도 명분마져도 없어졌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 어떤 국가 정책도 정부가 할 수 없게 된것이다. 이건 분명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다.
용기도 아니고 자유도 아니다.자유의 남용이다.설령 한 사람이 불편해도 천 사람이 편할수만 있다면 비록 그 한 사람의 목숨을 잃어도 다수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사회이고 진정한 자유다.
결국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평가 시스템 부재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수렴치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이 또 한번 국민들에게 그 치부를 드러낸 꼴이 되어버렸다.
현재 행정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새만금 사업의 경우도 또 다른 목사나 지역유지가 지율스님처럼 단신 투쟁을 하면 그 사업 또한 중단 할 수 밖에 없고 막대한 재정 손실을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주지하다 시피 인간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은 인격체이며 평등한 것이다.
필자가 이 부분에서 화가 치미는 것은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노숙자의 입장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단식을 했어도 언론이 이처럼 나서고 촛불 집회가 열리고 정부가 저 처럼 관심을 보일까하는 점이다.
정말 힘없고 빽없는 사람은 피를 토하고 절규하며 가슴을 난도질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않는 세상이다. 아무튼 무능한 정부 덕분에 힘있는 또 한 사람의 영웅이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내 작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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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스님의 생명을 건 단식이 오늘로 100일째 입니다.
부처님의 생명외경의 큰 가르침을 수지(受持)하여 천성산과 그 산에 서식하는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목숨을 건 단식은 우리의 마음에 한편으로는 애잔한 감동을, 다른 한편으로는 억색해지는 가슴을 어쩌지 못하게 합니다.
도대체 ‘꼬리치레 도룡뇽’이 무엇이기에 전 우주와도 바꿀 수 없다는 한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이미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처절한 투쟁을 계속하는 겁니까. 천성산의 자연환경 보존이 소중하고 그곳에 사는 동식물 또한 우리와 함께 해야 할 생명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것이 과연 불제자이자 수행자인 스님이 삼보(三寶) 중의 하나라는 스스로의 생명과 맞바꾸고 국민들의 마음을 이렇게 아리고, 비참하게 만들어도 좋을 만큼 귀중한 것일 런지요. 더구나 국론은 두 쪽으로 나뉘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혼란스러워 합니다.
물론 스님의 뜻이 무엇인지 짐작은 합니다. 스님은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로 소중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다운 삶의 가치가 무엇이며 인간과 자연이 왜,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가를 일깨우고자 스스로의 생명의 불꽃을 마지막까지 불사르려 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보살행은 비록 불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고 삼라만상의 본질적 구원을 희구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땅에서 함께 삶을 영위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뜻을 이해하고 스님이 온몸으로 외치고자 하는 생명과 자비의 신념에 대한 진정성에 마음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꺼져버릴 듯 흔들리는 한 생명의 불꽃을 바라보며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조계종 수행공동체 정토회 등 종교단체와 환경 관련 시민단체 등은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한 사람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만큼 이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고 여야의원 91명은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을 내기로 했다는 보도입니다. 정치권에 이어 청와대와 내각도 새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법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스님이 내건 두 가지 조건, ‘천성산 터널공사 발파작업 중단’과 ‘3개월간의 공동 환경영향평가 재실시’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런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들이 스님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면 스님 역시 우리공동체 사회의 공동선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또 다른 국민들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부처님은 결코 ‘생명’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는 도법스님의 말을 되새겨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