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으면 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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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으면 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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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장이 화장실을 갔다오다 실수로 마님들이 놀고 있는 방으로 들어간 것이 단초가 됐다. “죄송합니다”며 90도로 머리를 조아리고 돌아서 나오려는 순간 “아저씨 남의 방에 들어왔으면 노래라도 한곡하고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습까”라는 음흉한 비수를 등에 꽂은 것이다. 횡재다 싶은 장부장 “내가 노래를 해서 마음에 들면 술한잔 진하게 사줄 수 있느냐”고 제의했고 “잘하면 사주겠다”는 응답이 나왔겠다.

호흡 조절을 간단하게 한후 설운도의 ‘누이’를 깔딱 깔딱 넘어갈 정도로 불렀다. 앵콜이 터져 나왔고, 연이어 조항조의 ‘사나이 눈물’과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을 불렀는데 자칭 바지에 오줌을 찔끔 찔끔 흘렸을 거란다.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심은하 닮은 아지매가 장부장에게 뿅 간 것이다. 이 마님이 자신을 붙잡고 늘어지더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친구에게 가려니 아지매가 울고 아지매와 함께 놀자니 친구가 걱정인 장부장 진퇴양난 해결책으로 나이트에서 흔히 써먹던 비장의 ‘합석’카드를 뽑아들었다.
합석카드를 내밀면서 장부장은 은근히 친구들을 들먹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쪽방(우리방)에 가면 나보다 훨씬 노래 잘 부르고 멋지고 매너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들과 단 한시간만 놀더라도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입니다”며 최대한 부풀린 희망을 안겨주었다.

멋진 남자보고 또 그냥 가지 못하는 것도 여자의 마음이던가. 장부장의 마수에 걸려든 아지매들은 그물속 고기처럼 그를 따라 우리방으로 왔던 것이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진하게 한잔사고 군말 없이 자리를 떴다. 어찌보면 매너 짱의 강남아지매 전형이고, 조금 달리보면 장부장에게 맛이간 아지매가 다음을 위해 미끼를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우리들은 그날 이후 그 아지매들의 그림자 조차 볼 수 없었다. 닥달은 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장부장이 그냥 보내고 종지부를 찍을 사람이 아니라는 의구심은 버릴 수 없다.

아마도 그날 작전이 들어갔다고 봐야한다.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는 전쟁 중 굴러들어온 노획물에 대해서는 적어도 일주일만 지나면 입이 근질근질해 한술 더떠 털어놓는 것이 장부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재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다. 혹 물어봐도 “씰데없는 소리 하고 있다”며 자꾸만 일축하려 든다. 범죄심리학적으로 볼 때 범인은 자기방어차원에서 사실을 숨기기위해 완강한 부정과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이게 돼 있다.

분석해 보건데 그날 007작전으로 자기 연락처만 주고 독식을 하고 있던지, 아니면 군더더기는 모두 떼어내고 클린턴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지 양당간이다.

혹시 요즘 밤마다 “장부장 이 놈 혼자 먹으면 체하게 돼있고, 꼬리가 길면 잡히게 돼 있다”는 석구봉도사의 준엄한 질책에 잠자리를 설치지는 않는지 궁금하구먼.

주당은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건 주당헌장을 위배해서 안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법칙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야. 당신의 행동을 이승에서 못다마신 술을 뒤로하고 먼저 산화하신 선배주당들이 저승에서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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