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 중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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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컴퓨터 무지), 팩맹(팩스 무지), 핸맹(휴대폰 무지). 첨단과학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적어도 이 3맹중 하나정도 해당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더욱이 40대 후반 이상이면 두가지 심하게는 세가지 모두 해당되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컴맹이나 팩맹은 그때 그때 물어보고 적당히 대처하면 되지만 핸맹은 혼자 해결해야 될 사안이 많다.

핸드폰 기능을 몰라 부부싸움에 이어 이혼까지 당할 위기까지 갔던 선배가 있다. 뭐 자신은 법대 출신에 고급 엘리트라고 자부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잔머리 굴리면 결국 대박을 맞는 다는 것을 왜 몰랐을 꼬 말이다. 이 선배가 휴대폰을 구입했을때다. 나름대로 사양을 보면서 이리저리 주물럭 거려 보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두번 실수하면 귀찮아 지는 것이 50대 청춘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실력한계를 인정하고 후배를 불러 사양에 맞춰 입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후배가 대부분의 기능을 모두 입력시킨후 설명을 해주면서 하나를 빼먹었다. 벨이 다섯 번 울리면 자동으로 통화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이게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바로 그날 선배는 친구들과 만나 소주를 한잔한 뒤 단란주점을 가게됐다고 한다.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으면 휴대폰 벨이 울리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평소끼를 유감없이 발휘한 탓에 아가씨들의 오빠소리는 함성을 울렸고 심심찮게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도 했다. 한술더떠 Y담에 진한 이야기까지 왔다갔다 했겠다(실제는 형수가 미스김 2차 얼마야 까지 들었다고 함). 바로 이러한 광경을 형수가 집에서 휴대폰으로 중계방송 처럼 들었으니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이때까지도 자신의 핸드폰이 통화상태가 돼 있다는 사실을 선배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단란주점을 나와 마지막으로 포장마차에서 입가심을 하고 자정이 넘어 씩씩하게 집에 도착했는데 형수 입이 인왕산 바윗돌 튀어나온채 독기를 뿜고 있었더라는 것이다. 신발을 벋는 순간 형수 왈 “오늘 어디서 한잔했시유”라고 묻는데 선배는 평소실력 답게 “어! 직원들과 식당에서 한잔하고 왔지”로 응수했다고 한다.

평소같으면 이쯤에서 모든 것이 알단락됐다. 그러나 어찌 감이 영 이상한 분위기로 흐르는가 싶더니 “식당이 아니고 아가씨들과 한잔하고 와서는 거짓말 하고 있다”며 성질을 내더라는 것. 밀리면 끝장이다는 전략을 세운 선배 방귀 낀 놈이 성질낸다고 “당신 돌았어, 생사람 잡지마”라며 소프라노식 고성으로 방어했다.

이상한 것은 단란주점에서 했던 자신의 행동을 마치 거울 보듯 말하는데 도무지 피해갈 방법이 없더라는 것이다. 불리하면 무릎을 꿇어라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선배 결국 탁자위 유리까지 깨지는 상황에 도달해서야 백기를 들었다. 손이 발이되도록 빌면서 그날의 일을 이실직고 했지만 형수가 그 상황을 유리알 처럼 알고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몇일 후 사건전말은 드러났는데 원인은 휴대폰이었다. 얼마나 황당무개 했던지 선배는 한달이 지난후 휴대폰을 잊어버렸다며 이러한 기능이 없는 것으로 전격교체했다. 그러나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뻑 하면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후천적 휴대폰 주시증’에 걸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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