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주거혁명인가 귀족타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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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주거혁명인가 귀족타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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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영 기자의 '타워팰리스'에 관한 기사를 읽고

집이란 무엇인가? 주거의 개념은 무엇인가? 아직도 그대들은 국어사전이 말해주는 것처럼 "사람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가족이 생활하는 터전"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타워팰리스'가 '신개념 주거지'라 불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어차피 '타워팰리스'도 '사람이 살고, 가족이 생활하는 터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집이란 무엇인가? (속물적인 생각이라 비아냥 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집이란 아파트다.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 투자라는 개념 하에 해석을 한다면, 집이란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는 단어는 결단코 아파트 이외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아파트는 무엇인가? 입지, 환경, 평수에 따라 가치가 등락하는 투기의 대상이며, 이는 곧 돈의 가치와 직결된다. 결국 집이란 돈과 직결되는 하나의 경제적 상품이자 재산증식품목인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파트(집)에 대한 개념이며 해석이다.

'타워팰리스'가 신개념 주거지?

 
   
  ^^^▲ 'Tower Palace II' 조감도다음달부터 입주를 시작 할 예정인 'Tower Palace II' 야경 조감도^^^  
 

강남구 도곡동, 66층 262m, 평당 3,000만원, 112평 34억원의 분양가 등등. 이 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것이 나타났다. 더욱이 그 풍채가 예사롭지가 않다. 겉모습도 그러하거니와 그 내부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본 이름인 '타워팰리스' 외에도 많은 별칭이 붙었는데, 혹자는 '신개념 아파트'라고도 하고, 혹자는 '귀족 타운(아파트)'이라고도 한다.

'신개념~', '귀족~'이라 불리는 만큼,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예사롭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특별한 선별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 생활도 우리들과 같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그들만의 소비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한 봉에 몇 천원씩 하는 아이들 과자, 한 판에 6,000원이나 하는 계란, 100g에 몇 만원 하는 원두커피에서부터 1~2백만원을 훌쩍 넘기는 와인이나, 일반인들이 구경조차 쉽지 않은 캐비어, 거위 간 등이 그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거래된다. 이정도면 그들에게도 '신인류'나 '신귀족' 정도의 별칭을 붙여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처럼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남들보다 넓은 곳에서, 남들보다 비싼 음식으로 살면 그것이 '신개념'인가? 남다른 부와 권력을 소유한 계층이 특별한 커뮤니티를 이뤄 살고자 하는 욕구가 특정 공간을 통해 현실화 된 것이 '신개념'인가? 아니면 부와 권력의 배타적 네트워킹을 시도한 것 자체가 '신개념'이란 말인가? 그럼 '귀족'은 무엇인가? '신개념'의 '신인류'가 결국 '귀족'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곳은 궁전(팰리스)이 되는 것이고?

과연, 20년 후에도 '타워팰리스'에서 살기를 바랄까?

최적의 입지, 최적의 주변현황과 전망, 그리고 최상의 마감재와 서비스. 하지만 귀에 먼저 들어 오는 얘기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자잘한 설명들이 아니다. 68평과 72평 등 대형 평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평당 가격이 3000만 원 이상한다는, 112평형 펜트하우스는 분양가만 26억 원이라는, 얼마 전에는 39억 원 매물이 나왔다는 얘기들이 귀에 쏙쏙 박히 듯 먼저 들어 온다. 그러니까...26억 원이라는 돈의 개념도 헤아리기 힘든데, 거기에 웃돈까지 붙어서 팔린다는 얘기에 이목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사실, 아직까지는 내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을, 아파트 하나 당첨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에...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류층을 위한 양질의 주택을 계속 공급하다보면, 결국 (중산층이 과거 상류층의 주거지로 이주함으로서) 전반적인 주택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서윤영 기자가 말하는) 건축 경제학의 '주택의 여과과정(filtering process) 이론'은 그다지 현실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들이 '타워팰리스'에서 살 수 있을 때 정도면, 이미 그들은 보다 나은 주거지를 향해 떠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에는 중산층 주거, 그리고 30년 후에는 그저 고만고만한 서민 주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다는 (서윤영 기자의)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모든 공산품은 처음에는 고가이지만 점차 대중화되면서 저렴해지는"것 처럼 "무한정 높이 올릴 수 있는 아파트도 생산적인 면에서 보자면 공산품에 가깝기에, 점점 가격은 내리고 우리의 주택 시장은 점차 고급화 될 것이다"라는 말은, 이해는 하되 동의는 하기 힘들다. 왜 모든 공산품이 처음엔 고가이겠는가? 이는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서기자의 말처럼) 어떤 하나의 상품이 대중화가 되면 그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타워팰리스'가 대중화 되었을 때 쯤에는, (반복되는 얘기지만) 그 자리에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또다시 고가의 공산품으로 이동해 있을 테니 말이다.

'타워팰리스'에 단상

그런데...그럴 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중산층 주거가 될 지도 모르고, 그리고 30년 후에는 그저 고만고만한 서민 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윤영 기자의 말대로) 조금 더 노력하면 10년 후에는 필자도 그 정도는 살 수 있을 지 모를 일이고, 20년 후에는 내 아들, 내 딸이 신접 살림을 그 곳에서 시작하게 될는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언제쯤..."하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바로 그 '타워팰리스'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10년 후에도 (지금의 '타워팰리스' 입주자들이 또는 일반인들이)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거형태를 원할까? 30년 후에는 '타워팰리스'가 지금의 재개발지역과 같은 혼란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한 답변도 서윤영 기자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 10년 후쯤 되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도 한풀 꺾이고, 이른바 '고급 빌라'들이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 가서는, 또다시 '상류 계층'과 '성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주거시스템이 나올 것이다. '타워팰리스'와 같은 고층 아파트는 구시대의 잔재가 될 것이고, 일반인들은 그 거대한 집단 주거지에 빼곡하게 모여 "정원에 장미를 심고 사냥개를 기르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바라보며 또다시 부러워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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