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구절순이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왜 나는 구절순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주 한 잔 걸친 다음 당신이 2차로 가는 곳은 어디십니까” 룸살롱,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생맥주집 등 수많은 술집중에서 아마도 자신의 의지 보다는 쏘는 사람의 권유 때문에 마지못해 끌려가듯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룸살롱 가고 싶은데 나이트클럽을 가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트클럽 가고 싶은데 레스토랑을 가자고 하는 등의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경우 마지못해 가기는 가지만 빨리 일어 났으면 하는 생각 때문에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이라고 봐야한다. 친한 친구 중에 외관상은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후루꾸’ 사교춤 하나는 기똥차게 추는 주당이 있다.

이 친구가 나이트클럽을 엄청 좋아한다. 자기 얘기로는 운동도 할겸 나이트에서 땀 한번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이 내일 모레인지라 그것도 괜찮다 싶어 하루는 마음 돈독히 먹고 그를 따라 나섰다. 저녁 8시40분. 둘은 강남의 모호텔 나이트를 찾았고 친구를 유독 아는 척하는 웨이터를 따라 한쪽에 둥지를 틀었다. 20여년전 실력이 겸비돼 있다지만 오랜 휴거기간 때문인지 어째 어색한 것 같아 자리를 지키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이 친구는 수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진짜 재미있게 노는 것이었다. 간간히 파트너를 자리에 데리고와 양주도 한잔씩 건네면서 제법 환량끼를 발휘했다. 그러기를 두 세시간 이번에는 황진이와 구절순이를 대변하는 여자 둘을 이끌고 와서는 나머지 술 몇 잔을 비우자마자 밖으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마치 프로처럼 웨이터에게 팁까지 줘가며 계산을 끝내고는 밖으로 빠져 나왔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이 친구 “요앞 노래방에서 노래 한시간만 하고 가자”며 동의도 구할 것 없이 노래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 셋도 이끌려 가듯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노래가 시작되자 마치 편가르듯 파트너가 갈라졌고, 자신이 점찍은 듯한 여자와 금세 애인이 된듯 아주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가끔은 스킨쉽까지 믹스해가며 끼를 연출했다. 그런데 나는 영락 없는 구절순이였다. 열받았다. 얼굴 따질 것은 아니지만 ‘나도 눈이 있는데’ 하며 적당히 놀아주는 척으로 일관했다.

그러기를 40여분이 지났을 무렵 둘은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끝날 때 쯤 오겠지 했는데 그날 저녁 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한시간의 노래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나는 평소 실력답지않게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꼭 친구의 게스트가 된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친구 왈 “주겠다는데 안먹을 위인이 어디 있냐, 야 나이트에서는 다 그런거야”라며 한수 지도까지 했다. 또 열받았다.

“그래 평소 단란주점에서 갈고 닦은 실력때문에 나이트에서 맹추가 됐지만 이놈아 나도 단란주점에 가면 팁 받고 놀아줄 만큼 인기몰이는 하는 놈이여”라며 쪽팔림을 희석시켰다. 하느님께서는 왜 나에게 진정한 춤의 시험에 들게하지 않으신지 가끔은 후회도 해보지만, 아마도 내가 춤까지 제대로 췄다면 패가망신의 첨단을 걷고 있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주변의 충고가 공자님 말씀처럼 들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