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좀 붙인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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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좀 붙인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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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왠수여” 술꽤나 마시는 사람들이 술로 인해 실수를 하게되면 핑계로 하는 말중 가장 흔한 말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저질러진 실수기 때문에 괜히 죄없는 술만 나무라는 것이다.

이런 유형들은 보통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술을 잘 먹는 사람이 너무 많이 마셔 꼭지가 틀어진 것이며, 다른 하나는 별로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강요에 의해 마셨다가 실수를 하는 유형이다.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선배 한명이 처갓집에서 평소 실력을 무시하고 거나하게 마셨다가 울지도 웃지도 못할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찌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같지만 이 선배는 평생 떼지 못할 꼬리표 하나를 달았다. 꼬리표에는 ‘신방 무단침입자’라는 좀 이상한 문구가 각인돼 있다고 한다.

얘기인즉, 막내 동서가 결혼하고 처갓집에 인사 온 날 신혼부부를 위해 마련된 신방에서 큰대자로 누워 동네 떠나가라고 코골면서 잔 것 때문이다. 보통 친구들 사이에서는 장난삼아 신혼부부 집에서 시샘을 핑계삼아 자고 오는 괴짜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맏사위라는 중대한 위치를 지키기 위해 품위유지 차원에서 똥폼잡다 결국 그 꼴이 되고만 것이다. 아래로 동서가 둘이 된 이 선배. 그날따라 왜그렇게 폼 잡고 싶었을까. 아랫동서 두명과 장모가 추켜주는 바람에 완전히 꼭지가 틀어진 상태에서도 “나는 맏사위야”를 수십번 외쳤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위해 꾹꾹 참았건만. 술에 장사 없다고 소주 두 병정도의 주당이 적어도 너댓병은 마셨으니 결과는 뻔한것 아닌가. 남자는 첫째 술에 취하고 두번째는 분위기 취한다는 말이 있다. 팔불출이 아닌 다음에야 분위기 맞춰 추켜세우면 백이면 백 맛이 가게 돼 있다는 것은 주당이론중 한대목이다.

꼭지가 돌아간 이 선배는 마지막 발악을 하면서도 맏사위의 위신을 지키려고 애를 쓴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된다. 위기 모면 차원에서 화장실을 갔다 나오는 길에 잠깐 정신좀 차리고 간다는 것이 신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찌 술 마시고 잠깐이 되겠는가. 신방으로 들어간 이 선배 일단 비단 앙금위에 살짝 머리를 붙였는데 토막잠이 아닌 큰 잠이 들고 말았다. 평소 별로 소리 없이 자던 사람이 이날 따라 퍼마신 술 때문에 집이 떠나가라고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잤겠다.

다음날이 문제였다. 목이 말라 새벽 4시경 잠에서 깨어보니 어찌된 일인지 자신은 신방에 자고 있었고, 신혼부부 둘은 거실에서 갈지자로 자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혹시 몰라 위기 모면 차원에서 물을 마신후 거실 한쪽 귀퉁이에서 잠을 청했는데 아침 8시경 잠에서 깨어난 신부 처재가 하는 말 “엄마 신방 무단침입자가 거실에 나와있네”라며 비비꼬는 꽈배기 인사를 하는데 차마 눈을 뜨지 못하겠더라는 것.(술꾼은 술이깨면 양심도 제위치로 돌아오기 때문)

슬하에 두딸을 낳은 막내동서 지금도 자신에게 “형님이 그날 신방에 무단침입만 하지 않았더라도 아들을 낳았을 텐데”라며 아들 못낳는 죄까지 뒤집어 씌운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맏사위라지만 무슨 특권이 있다고 막내동서 신방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물음에 선배왈 “무슨소리 술이 왠수지”라며 딴전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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