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진 전시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다름 아닌 최병권작가의 “존재의 심연으로( To Endo From Exo)” 란 전시이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병권작가는 해체주의 시각에서 흔적 사진전을 10월8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최작가의 소재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 내의 게시판이다. 구체적으로 게시판에 탈 부착되고 남는 호치키스, 테이프, 압정과 찍어진 포스터 조각이다. 그리고 포스터에 의해서 가려지고, 가려지지 않는 게시판에 다르게 나타나는 빛의 흔적들이다 .
최작가는 그러나 이 흔적 자체를 찍은 것은 아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흔적들이 변하고, 섞이면서 만들어 지는 새로운 이미지를 렌즈에 담은 것이다. 테이프의 화학물질이 녹아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연과 풍경 이미지를 보여주는 흔적을 담아냈다. 그러나 그것도 겉일 뿐이다. 속은 게시판이 속해 있는 집단의 심리상태이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존재의 심연으로 (To Endo From Exo)이다. 겉으로 부터 속으로 이다.
흔적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의 심리 우울증, 조급증, 강박증, 작은 폭력성들이 있었다. 호치키스가 박힌 곳에 또 호치키스를 반복적으로 박으면서 만들어진 조그마한 언덕 같은 호치키스 덩어리를 사람들의 강박증 현상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다. 또한 포스터를 뜯어내면서 게시판의 일부가 뜯겨져 나가는 흔적에서는 작은 폭력성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최작가는 대학 내에 있는 현대 젊은이들의 이런 심리상황을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의 심리적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가 자신도 젊은 시절에 성공에 대한 강요로 이런 강박증, 조급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작가 자신이 포스터를 붙이고 때어낸다면 현재 학생들과 유사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최작가는 흔적사진을 자신의 자화상이고,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작가는 흔적을 과거에 묶어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흔적으로부터 정체성 문제를 해결할 미래를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흔적으로부터 자신의 미래를 사유하게 하고 미래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 때문에 이번 흔적 사진전은 앞으로 연작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번 전시의 그의 첫 번째 흔적전인 것이다.
최작가가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대학을 선정한 것은 게시판이 소통의 공간이지만, 그 사회의 미래질서를 말해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흔적으로 미래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흔적으로 그 나라의 미래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그는 앞으로 아시아, 유럽 등 세계를 순회하면서 소통공간의 작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병권 작가의 사진 개인 전시회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센터 제3관에서 10월8일부터 17일 까지 10일간 열린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