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콩그레스', 디지털무비의 몰락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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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콩그레스', 디지털무비의 몰락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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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화 된 미디어의 환각에 진실을 외면하는 우리의 자화상

  ▲ 올해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작 '더 콩그레스'

전작 <바시르와 왈츠를>에서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의 크로스오버 기법을 통해 남성중심 사회가 만들어 낸 전쟁과 광기를 조명하였던 아리 폴먼 감독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더 콩그레스>에서 한 중년 여배우의 연기수명을 소재로 하여 권력화 된 환각 속에서 진실을 외면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에서 실사와 애니메이션 촬영기법은 진실과 환각의 세계로 각각 상징되며, 그녀가 필름영화에서 한물 간 엑스트라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표정과 감정, 초상권 등을 모두 메이저 제작사에서 넘기고 디지털 영화에서 톱스타로 남게 될 것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리 폴먼 감독은 전작 <바시르와 왈츠를>에서 두려움과 공포감이 엄습하는 전쟁터에서 인간이 기억보다 환각에 의지한 채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와 종교관, 전쟁 자체가 주는 난폭함에 중독되어 잠재된 폭력성이 여과없이 표출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적인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함께 컷아웃 애니메이션이란 연출기법을 통해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경이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였다.

이 영화 <더 콩그레스>에서 극중 여배우(로빈 라이트 분)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복제권을 메이저 제작사인 '미라마운트'사로 넘기고 그녀가 미디어의 무한 복제에 동의하면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그녀의 영화 예고편은 거대권력 '콩그레스'에서 2인치 크기의 캡슐이 전하는 환각에 의지한 채 자아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 영화 '더 콩그레스'의 배우 로빈 라이트

자본과 탐욕이 결집된 메이저 영화사로 '미라마운트'를 상징하였다면, 영화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3D, 4D 등 최첨단 촬영테크닉을 앞세워 영화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필름영화라는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하면서 '디지털무비의 몰락'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영화에서 사용된 여배우의 감정, 동작 등을 스캐닝하는 기술은 최근 3D 디지털무비로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나 외화로서는 천만 관객을 넘게 동원한 <아바타> 등 디지털무비에서 봐 왔던 모션픽쳐 기법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사전에 계약 상으로 약속된 장르, 노출수위 범위 내에서 배우의 연기를 디지털 캐릭터가 대신하는 것이다.   

전작에서 대학살과 폭력이라는 이미지를 그리려 했던 아리 폴먼 감독은 연출의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애니메이션을 해법으로 제시하였듯 이번 영화에서는 실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여배우 캐스팅에 가장 큰 딜레마가 되는 나이와 피부, 주름살 등 외모 연출의 한계를 디지털무비 캐릭터라는 해법을 통해 실사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형식을 결합한 판타스틱한 영화를 완성했다.
 
특히, 감독은 컷아웃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전작과 달리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여 아날로그의 향수를 자아내는 2D 애니메이션을 고집하면서 극중 환각의 세계인 콩그레스에 테러를 감행하는 반란군으로 캐릭터화를 거부하며 현실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자아낸다.  

권력화 된 미디어와 디지털무비에 의해 무감각해져버린 우리의 촉수를 건드리는 것은 베이루트의 비행장을 경계로 위험스럽게 연을 날리는 여배우의 아들이다.

영화 초반부에는 이착륙을 하는 여객기가 아들이 날리는 연과 오버랩되면서 이것이 환각인지 현실인지 모를 혼란의 정서를 전하다가 영화 종반부에는 비행선 같은 애드벌룬 처럼 유연해진 여객기와 마주치는 장면은 극중 여배우에게 질문하듯 관객들에게 고통스러운 현실과 아늑한 환각 중에 무엇을 택할지 생각케한다.  

극중 여배우는 콩그레스를 떠나 위험을 무릎쓰고 아들을 찾아 현실의 세계로 건너간 여배우는 라이트형제가 만든 비행기를 만들겠다며 환각의 세계로 향한 아들을 찾아 다시 돌아오려 하는데...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깊게 여운이 남는 인상적인 장면은 공간적 배경이 된 레바논의 베이루트 비행장 폭파신이 극중 환각의 세계 속에서 젊음을 간직한 여배우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며 슬픈 정사를 펼치는 모습이 아닐까. 이창동의 <오아시스>, 임상수의 <바람난 가족>, 스티브 맥퀸의 <셰임>의 정사신에 이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슬픈정사신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듯하다.
 
그녀는 콩그레스로 대변되는 파라다이스에서 톱스타 캐릭터로서 자신의 욕망을 소비하지만 이스라엘 출신의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피폭 당하는 민족들의 비극처럼 인간의 비극도 총기, 마약이나 약물 등 환각제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는지 성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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