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것에 익숙해진 명절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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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것에 익숙해진 명절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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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부패문화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

우리 나라의 부정부패 문화는 남에게 베풀기보다 받는 것이다. 이런 주고받는 행위는 미덕이라는 말로 합리화할 뿐 사실은 철학도, 사상도, 이성도, 지식에도 관계없을 정도로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려졌다. 과연 어떻게 거의 모든 국민이 주고받는 부패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었으며 좀처럼 바꾸기가 어려운가. 나름대로 고민하며 연구해온 명절 문화로 연결지어본다.

아들ㆍ딸 : 엄마 아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빠 : 그래. 우리 한국이와 샛별이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새해에는 공부 열심히 하고 더욱 건강해라. 자. 세뱃돈이다. 한국이는 오빠니까 3만원. 샛별이는 2만원.

엄마 : 어서들 할아버지 집에 갈 준비를 해라. (할아버지 집에 도착)

가족 : (할아버지. 할머니를 향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할아버지 : 그래 새해에는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라. 자 세뱃돈이다. 한국이는 5만원. 샛별이는 3만원이다.

아이들 : 감사합니다.(친척들과 헤어진 오후에)

한국 : 나는 (삼촌들 고모들 이모들에게 세배해서) 23만원 벌었다.

샛별 : (얼굴을 찡그리며) 나는 20만원이 목표였는데 18만원 밖에 못 받았다. 오빠야 너는 목표를 채웠으니까 나에게 2만원만 주라.

한국 : 미쳤냐? 언제부터 이 돈을 만들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너에게 주니?

샛별 : 야. 오빠는 나하고 똑같이 인사하고도 많이 벌었잖니? 나에게 2만원만 주라.

한국 : 야. 그럼 네가 먼저 태어나지 그랬냐? 안돼.

샛별 : 좋아. 오빠 전 번에 학원 안 가고 땡땡이 친 것 일러버릴 거야. 그리고 엊그제 공책 사지 않고 오락실 가버린 것도 일러버릴거야. (돈을 위해 공갈과 협박)

한국 : 너, 또 죽고 싶냐? 나도 너 맨날 군것질 한 것 이를 거야. (서로 정당화)

샛별 : 내가 아이스크림 사먹는 것도 잘못이냐? 지금 이른다. 엄마 부른다.

한국 : 좋아. 그럼 너도 나에게 세배를 해라.

샛별 : 오빠가 뭐 어른이냐?

한국 : 세뱃돈은 세배를 해야 주는 거니까 너도 나에게 세배를 해야 돈을 받지.

샛별 : 아이. 더럽다. 그냥 주라.

한국 : 안돼.

샛별 : 그냥 주라 이...

한국 : 2만원이나 되는데 세배를 한 번은 받아야지.

샛별 : 그냥 안 주면 엄마에게 이를 거야.

한국 : 좋아. 그럼 세배는 하지 말고 “오빠 고맙습니다.” 하고 그냥 인사만 하고 받아.

샛별 : 그래. 오빠 고맙습니다. 2만원 줘.

한국 : 여기 있다.

샛별 : (빼앗듯이 돈을 받아들고) 오빠야. 인사 또 할게 또 돈 주라.

한국 : 미쳤냐? 또 돈을 주게. 내가 인사하면 네가 줄래?

샛별 : 내가 미쳤냐? 이제 20만원 만들었는데.

정당한 수고를 지불하지 않고 적당히 받는 행위(공짜, 금품, 향응, 접대)가 부정부패다. 인간이 무엇을 주고받는 데는 자기 노력을 지불해서 사회적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한다. 창출된 부가가치는 사회 전반의 잉여 가치로 분산된 다음 그 중 일부를 수고의 대가(이익, 봉급)로 받는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에서나 후진국의 사람들은 정당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적당히 받거나, 막연히 받는다. 이처럼 금품이나 대가를 은근히 바라거나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곧 부정부패 심리다. 심리가 정당화되면 행위로 옮겨지는 것은 곧바로 쉽게 가능해진다.

“사과나 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자주 먹어본 사람이 다양한 맛을 알기 때문이다. 특별한 의식도 없이 너무 어려서부터 받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훗날의 부정부패가 어색하지 않도록 국민들은 이미 잘 훈련받아놓은 셈이다.

물론 한국의 모든 가정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집은 자신이 직접 땀을 흘리거나, 정당한 대가(수고)를 지불하지 않는 돈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이 가정의 자녀들은 명절이든, 평상시든, 친척에게도 돈을 받지 않는다. 이 가정은 언제부터인가 남의 것을 빼앗거나 대충 먹는 노름과 투기는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이 가정의 자녀들은 주는 것과 받는 것 중 가급적이면 남에게 주는 것부터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은 벌써 수십 년째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토록 이상한 돈이 오고가지만 돈을 받는 사람은 자기 행위는 부패가 아니라고 각종 핑계를 둘러댄다. 한국의 부정부패는 무의식의 뿌리로부터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절대 없어질 수 없다. 모두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자신이 몸담은 사회를 두루 살펴보고 스스로 알아서 적극적으로 자선단체나 장학단체에 기부한다. 그러나 후진국 사람들은 남에게 받는 것을 월등(출세)한 것처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가 난무해도 눈치 살피며 감시와 통제와 처벌을 피하면서까지 받아들인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받는 사람이든 살며시 돈을 받는 사람이든 똑같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은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안 받고 안주는 문화”와 “주고받는(끼리끼리) 문화”는 제 3자에게 자발적으로 기부하지 않는다면 면에서는 똑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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