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복지의 힘 '뉴질랜드 국민'
선진 복지의 힘 '뉴질랜드 국민'
  • 최익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04.12.0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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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 신뢰 ... 노력한 만큼만 대가 받아

우리 국민이 흔히 말하는 평화, 복지, 자유, 민주주의 등은 생성 배경과 발전 과정이 통째로 빠져버린 보기 좋은 곶감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자랑하지만 사실 우리 민족성은 너무나 오래 왜곡되고 훼손된 나머지 야비하고 저주스러울 정도로 비열해지고 후진적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한번도 우리 민족성이든 국민성이든 실감나게 반성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성은 참다운 용서에서 시작된다."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 등을 무수히 비난하고 공격만 했을 뿐 참답게 용서해본 일도 없었다.

아래의 대화 내용은 우리 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현재로서는 가망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에 답답한 마음을 누르면서 만들어본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진솔한 소감과 의견을 부탁함과 동시에 부디 우리가 함께 할 날들을 기대하고 싶다. 특히 현대 사회는 개인적 입장으로는 아무리 성인군자일지라도 사회적인 측면으로는 서로 모이지 않으면 거지나 정신병자와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유기적인 사회다.

다시 말해서 무능하고 지저분한 사람들도 무리를 이루어 함께 모였기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떵떵거리고 산다. 물론 결국에는 앞가림도 못한 탓에 수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불만과 비난과 흥분하는 등 개인적인 생각과 태도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모아서 그들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방향을 잡지 않는 동안에는 개인적으로 성인군자든 거지든 바보든 전체 사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함께 모이지 못하면 거지도 도인도 영웅도 짐승도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조차 없다. 살벌한 감정적 표현이 되었다면 사과를 드린다. 어쨌든 다시 마음을 가라앉혀서 아래 내용을 음미했으면 한다.

"내가 왜 경제나 회계를 알아야 합니까?"

뉴질랜드에서 젖소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농부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부모를 모른 채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래서 제대로 배우지를 못했으며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그는 고아 출신, 배우지 못함, 인연 부족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이런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래서인지 고아라는 사실,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도 숨기려 하거나, 초라하게 생각하거나, 스트레스조차 받지 않고 있었다. 자신도 무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어디선가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갖고 있는 정도였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성장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가 행복한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뉴질랜드의 법과 제도가 완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고 아름다운 국민성 때문이었다.

그는 시골에서 젖소를 키우는데 역시 고아 출신의 아내를 만나서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보트나 수상 스포츠를 즐기면서 행복하게 산다.

우유를 짜서 바깥에 내놓으면 우유 회사에서 차로 실어간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 돈이 왜 그렇게 들어오는지는 그는 잘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모아진 돈으로 취미 생활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여행도 다닌다.

그리고 특별한 근심이나 걱정 없이 항상 순박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다. 그의 늠름하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는 한국 다수 국민들이나 상류층에서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생활의 여유와 인생의 품위와 소박한 인간미가 물씬 풍길 정도였다.

그를 상대로 한국의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여기에 싣는다.

- 기자 : 어떻게 돈이 들어오는지를 모를 수가 있습니까?

- 농부 : 예. 저는 잘 모릅니다. 많이 배우지를 못 했거든요.

- 기자 : 그럼. 우유만 내놓으면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군요.

- 농부 : 예. 그렇습니다.

- 기자 : 그럼 불안하거나 혹시 손해볼까 걱정되지 않습니까?

- 농부 : 혹시 잘못이 생기면 결산 과정에서 바로 잡아집니다. 그러면 연말에 특별 보너스를 받는 것 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 기자 : 그렇더라도 업자가 어떻게 회계를 맞추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 농부 : 나는 소를 길러서 젖을 짜는 사람입니다. 그럼 경제를 알고 회계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내가 신경을 쓰지 않도록 알아서 해줘야지요.

그것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가는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경제나 회계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내가 그들을 못 믿어서 경제나 회계를 알아야 한다면 그들 역시 나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짜놓은 우유를 믿지 못하거나, 내가 소를 먹이는 여물을 믿지 못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젖소를 키우는 환경과 젖을 짜는 일까지 간섭하고 알아야 할 것이며 일일이 나를 감시하고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이토록 다양한 분야와 수많은 전문가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첨단의 현대 민주주의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거나 걱정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단순한 농경 사회에서 단순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 낭비입니다. 개인적인 불편과 고통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서로를 못 믿는다면 공통의 복지 사회는 실현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자녀나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게 되겠습니까.

- 기자 : 아. 그렇군요. 그래도 자기 수입과 회계 처리에 대해서 최소한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농부 : 물론 내가 모르는 것보다는 가급적 많이 아는 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못 믿어서 알아야 한다거나, 불안하기 때문에 알아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앎이며 지식입니다.

그러면 차라리 혼자 농사지어서 그럭저럭 먹고사는 후진적인 사회나 원시 사회로 돌아가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란 항상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지만 서로 협력하면 다양한 분야의 개척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통의 복지 사회도 실현됩니다.

인간은 이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 공헌하고 봉사해야 합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이렇게 배웠습니다. 여기서는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고의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거짓을 꾸밀 일은 거의 없습니다.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거짓이나 사기를 친다면 개인적으로는 더 잘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옳고 바르게 살려고 합니다. 더구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세상을 개인적 욕망 달성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그들이 계산을 잘못해서 내가 손해를 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대 의도적으로 잘못하거나,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려고 계획하지는 않습니다. 설사 실수가 있어서 손해가 있더라도 손해를 감수해야지 일일이 신경을 쓰고 믿지 못하면 오히려 더 복잡해질 뿐입니다.

잘못으로 인해 이익을 본 사람이 있더라도 그들은 또 다른 곳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도움을 행하는 사람과 금액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결과는 마찬가지가 됩니다. 세상의 문제는 항상 서로의 불신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에게 타고난 능력은 없더라도 서로 불신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복지를 누리면서 발전해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며 똑똑하고 깊이 생각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활동과 세계적인 안목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법과 제도를 운영하고 수고하는 덕분에 편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주 작은 것조차 믿지 못하고 불신을 한다면 그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큰 실례를 범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면 나보다는 그들이 오히려 나를 못 믿는 것이 옳습니다. 내가 만일 그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거나, 부정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입니다. 또한 서로를 불신해서 손해를 입히기로 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이지 그들이 아닙니다.

그들이 나를 속이겠다고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나를 속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거짓을 시작하면 내가 신경 쓰고 확인하고 감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만일 나 같은 사람이 그들을 감시하고 확인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면 이는 사회 구조는 물론이고 그런 상황이 발생되고 묵과되었던 국민 의식에 대해서 근본적인 접근과 연구와 개선이 필요합니다. 결국 내가 의심하고, 감시하고, 조사하고, 확인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또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해당된 기관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곳에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개인적으로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리석고 무능하고 답답한 성질에 불과합니다.

설사 일부 나에게 손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신이나 오해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래 전에 어렵던 시절에는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서로 반성해서 더욱 믿고 존중하면서 각자의 분야에 권한과 기회를 주었다고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잘못이나 손해를 이유로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는 유무식과 이익을 떠나서 자칫 사회적인 불신이 자리 잡게되거나, 자칫 내 스스로 문제를 확대 생산하는 더욱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내가 젖을 열심히 짜듯이 나도 그들이 하는 일을 믿고 존중하고 존경할 것입니다. 내가 집을 짓는데 사람을 못 믿어서 건축법을 알아야 한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때문에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만 맡기고 계약하면 혹시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그들 관련 기관에서 알아서 처리해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같은 사람이 하루라도 편히 살 수 있겠습니까?

- 기자 : 정말 옳은 생각입니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농부 : 갑자기 당신을 만나면서 내 마음이 어딘지 답답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좋습니까?

- 기자 : 예. 좋습니다.

- 농부 : 세상이란 어마어마하게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갖가지 태어남이나 환경이나 과정이나 어려움이나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환경과 입장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서로 협력해서 간격을 좁힘으로써 공통 복지를 만들 수 있는 존엄한 존재입니다.

또한 세상에는 각종 어려움과 고통이 곳곳에 숨겨졌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게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인간은 서로 합심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쉽고 편하고 호화롭게 살려다보면 하늘에서 부여받은 존엄한 자기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자신이 할 일을 찾지 못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불행한 인생일 것입니다.

그는 마치 철학과 같은 수준 높은 이야기를 밝고 맑게 웃어가며 상식처럼 쉽고도 명료하게 피력했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기자 일행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언젠가 한국의 낙농업자들을 취재하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국의 낙농가들은 믿을 곳이 없었다. 정부든, 우유 회사든, 정책이든, 조합이든 마찬가지였다. 빚까지 져가며 뼈가 휘어지고 허리가 굽도록 일했지만 행복과 희망은커녕 빚과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채 결국 자살해버린 농부들이 그림자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비단 낙농업자 뿐이겠는가?

또한 열심히 배워서 성공하고 출세한 정치인들, 고위공직자들, 지식인들, 출세했다는 갑부들의 번듯한 모습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자신들은 과연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기자 생활을 해왔는지 부끄러운 것은 물론이었다.

일행들은 돌아오는 길에 서로 한 마디도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각자 자신부터 점검하고 반성하며 오랜 시간 넒은 평야만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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