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겨자를 조금 넣고 식초를 뿌리고 휘저은 다음 드시면 좀 더 별미입니다. 그렇게 초를 칠 곳에 적절하게 치면 풍미를 더해줍니다만, 자장면이나 라면 같은 음식에 초를 치면 음식 맛이 시금털털해질 뿐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초를 쳐서는 안 될 일에 초를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무현씨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아직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지도 않았는데, 노 당선자의 활동을 훼방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몇 일 전에, 명계남씨 등이 참석한, 해괴한 장례식을 기억하실 겁니다.
대선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편파왜곡보도를 했다면서, 조선일보를 관에 채워 넣고 불을 질렀습니다. 편파보도가 이유라면, 노 당선자에게 유리한 보도를 했던 한겨레와 MBC도 함께 관에 넣었어야 공정할 텐데, 유독 조선일보가 장례의 주 대상이었으니, 그들의 행위는 너무나 편파적이었습니다. 보통 장례식에서는 장례의 대상에게 축복을 기원하는 것이 예법인데, 그 날의 장례식에서는 한 조문객이, '조선일보를 보는 국민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통일과 개혁이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황당합니다. 도대체 어떤 통일과 어떤 개혁을 말하는 것입니까?
남한에서 '전원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북한에서는 그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같은 남한에서 공유하고 있는 문화가 훨씬 많지만 일부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처럼 화합을 못하는데, 50여 년 동안 매우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 살았기에 관점이 다른 부분이 훨씬 많을 북한과 어떻게 화합을 이루겠다고 나서는 것입니까? 그것은, 인수분해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학생이 미적분을 풀겠다고 덤비는 것과 같은, 환상입니다.
조선일보를 보는 국민이 많다면, 조선일보의 논조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하겠지요. 북한 지도부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통일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선일보를 보는, 그 많은 국민을 배척의 대상으로 삼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내세워 북한에 마치 조공을 상납하듯이 애걸복걸하는 정책을 구사하며 공을 들였는데, 핵문제의 위기가 대두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중국·러시아를 거론하면서 특사를 보낸다느니 중재한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북한에 직통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듣고 북한에 바로 특사를 보내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 싫든 좋든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최대의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과의 공조에 비중을 두어야 할 텐데, 미국과 지나친 의견충돌을 일으키고, 한국이 미국의 최대 외교문제가 되었다는 미국언론의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도 않고, 성급한 태도로 밀어붙였던 '햇볕정책'이 통일에 도움이 되기는 된 것입니까?
제대로 된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남한 내에서의 국론통합을 먼저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혁, 개혁, 하는데, 도대체 무슨 개혁을 말하는 것입니까? DJ정권의 경우, 무슨 개혁이 있기는 있었습니까?
선생님과 학생들의 사이를 갈라놓았으며, 전교조와 비전교조 교사를 갈라놓았습니다. 의사·약사와 국민을 갈라놓았으며, 의사와 약사를 갈라놓았습니다. 해방 후의 이념논쟁을 재현시켜 친공주의자와 반공주의자를 첨예하게 갈라놓았습니다. 국민연금은 심각한 재정고갈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서민경제는 위축되었으며, 가계빚 및 신용불량자가 급증하여 중대한 사회문제가 발생했습니다. IMF의 위기에서 나라를 건졌다고 큰 소리 치는데, 50여 년 동안 갚아 나가야 할 빚이 있습니다.
DJ정권이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한 일들에서 개혁의 성과를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개혁의 성과는 10년 후에 나타나는 것이다? 의료개혁의 예를 들어보면, '1년 후' 재정이 이처럼 바닥날 것도 예상 못했는데 어떻게 '10년 후'를 장담합니까? 송아지가 웃겠습니다.
DJ를 친아버지 이상으로 존경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DJ정권이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했던 정책의 대부분은 개혁이 아니라 국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실험'일 뿐이었다고, 봅니다. 만일, 그 같은 실험을 개혁이라 믿고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면, 그런 개혁은 사양합니다.
노 당선자는 반대자도 아우르겠다고 천명했는데, 명계남씨는 왜 노 당선자의 뜻과 달리, 반대자를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장례식을 거행하여, 노 당선자와 반대자의 갈등에 불을 붙이고 부채질을 하는 겁니까? DJ정권이 이견을 지닌 자들이라면 모조리 '냉전적 수구꼴통, 보수반동, 반개혁·반통일 세력'으로 매도하여, 결국 저항과 고립만을 초래했던 전철을, 노 당선자도 밟게 할 작정입니까?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런 행위는, 노 당선자의 국정 운영에서, 실패의 장애물을 키웁니다.
3.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노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 개개인이 유익할 터, 국민 개개인은 노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돕는 것에는, 노 당선자의 언행과 정책을, 긍정하면서 격려하는 방법이 있으며 부정하면서 비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에서 진실을 수렴하는 것은 노 당선자의 몫이겠지요. 그런데, 긍정이든 부정이든, 반이성적인 폭력이 개입되는 것들은 모두, 노 당선자의 성공에 초를 치는 행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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