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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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 이한우의 '왕의 하루' 표지
만약 운명의 그날, 왕이 군사를 동원하여 쿠데타를 진압했다면 조선사의 물줄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왕의 문제적 하루를 씨줄로 삼고 만주와 중국 지역을 포함하는 아시아사를 날줄로 삼아 역사의 숨겨진 이면들을 단 하루로 환원해낸 역사서!

하루 동안 궁녀와 내시들이 북적이는 아침 기침에서 내밀한 밤의 사생활까지 상반되는 시간들이 혼합되고, 은밀한 독살에서 피 냄새가 풍겨오는 쿠데타까지 치명적인 사건들이 교차한다. 더불어 건국 영웅 이성계부터 망국의 한을 품고 죽어간 순종까지 500년 역사의 격랑이 만들어낸 최고 권력자들의 군상을 펼쳐놓으면서, 진정 왕은 누구였으며 지금 어떤 이가 최고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연산군은 박원종의 쿠데타를 알고서도 침묵했다. 만약 운명의 그날, 왕이 군사를 동원하여 쿠데타를 진압했다면 조선사의 물줄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는 왕의 문제적 하루를 씨줄로 삼고 만주와 중국 지역을 포함하는 아시아사를 날줄로 삼아 역사의 숨겨진 이면들을 단 하루로 환원해낸 역사서다.

이 하루 동안 궁녀와 내시들이 북적이는 아침 기침에서 내밀한 밤의 사생활까지 상반되는 시간들이 혼합되고, 은밀한 독살에서 피 냄새가 풍겨오는 쿠데타까지 치명적인 사건들이 교차한다. 더불어 건국 영웅 이성계부터 망국의 한을 품고 죽어간 순종까지 500년 역사의 격랑이 만들어낸 최고 권력자들의 군상을 펼쳐놓으면서 진정 왕이란 누구였으며, 지금은 어떤 이가 최고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이성계는 왕이 되고자 하지 않았다?

왕의 새벽에서 밤까지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소개한 프롤로그를 지나면 조선사의 분수령이 되었던 역사적 하루들이 제1부에 등장한다. 태조가 조선을 세우던 날, 연산군과 광해군이 왕좌에서 쫓겨나던 날, 소현세자와 정조가 죽음을 맞이한 날들이다. 저자는 이날들에서 뜻밖의 진실을 보여준다. 이성계가 권력을 넘겨주겠다는 공양왕의 거래를 거절한 이유는 대오각성한 공양왕이 새로운 정치를 펼쳐주기를 바라서였다. 연산군은 중종반정 당일 쿠데타 사실을 알고도 군사를 부르지 않았다.

그는 인간에 대한 신뢰감 상실로 생에 대한 애착이 끊어진 상태였다. 광해군은 뛰어난 중립외교를 펼친 명군이 아니라 자기 정권조차 지킬 의지가 없었던 암군(暗君)에 가까웠다. 소현세자의 죽음은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했던 부왕 인조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독살이었고, 정조 독살설은 영남 남인들의 좌절된 바람에서 나온 허구일 뿐이었다.

이 진실들은 하루를 둘러싼 맥락을 통해 입증된다. 이성계의 조선 건국은 고조부 이안사의 몽골 망명을 기점으로 고려와 원의 관계, 중국과 만주의 정세 해설, 그리고 고려 조정 내의 파워게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거치며 기술된다. 고정된 역사 인식을 거부하는 깨어 있는 의식과 사료를 중층적으로 읽어내는 균형 감각이 새로운 사실(史實)들을 새로운 스타일로 구성한다.

왕 vs 신하, 그리고 역사를 두고 벌이는 전쟁

조선 정치사의 핵심 줄기인 왕권과 신권의 대립은 제2부의 주제이다. 조선은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국가였음에도 왕들 중 3분의 1이 독살설에 휘말릴 만큼 왕권이 약했다. 태종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면서 시작된 군신 간의 전쟁은 세조와 김종서, 예종과 공신 세력, 중종과 사림파, 문묘 배향을 둘러싼 왕과 서인들 간의 갈등을 거쳐 역사를 두고 벌이는 실록 전쟁으로 번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왕권을 암묵적으로 부정했던 서인 노론은 조선의 최고 세력이 되었다. 군신 간의 투쟁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은 제국 명나라와 유교이다. 세조의 명참모였지만 후대 임금부터 왕권을 위협하는 거대 세력이 된 한명회는 명나라 사신 정총을 포섭하여 예종을 압박하고, 성종도 명과의 관계 때문에 공신 제거에 실패한다.

서인들은 공자의 사당 문묘에 왕의 사당 종묘를 뛰어넘는 의미를 부여하고 문묘 배향에 목숨을 건다. 정조처럼 김인후 단독 배향안으로 맞서며 신권 정치의 벽에 균열을 내려 했던 왕도 있었지만 그도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파멸을 면치 못한다. 이러한 갈등들은 《선조수정실록》, 《현종개수실록》, 《경종개수실록》, 《숙종보궐정오》 등 신하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실록을 고쳐 쓰면서 역사적 심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입체적 시선으로 바라본 왕의 현장

3부에서는 왕의 즉위를 둘러싼 엇갈린 명암, 경연석상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정치 논쟁, 정치 행위의 결정체였던 왕의 결혼과 묘호의 제정, 그리고 효의 나라에서 왕과 아들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들이 하루 안에 담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묘호 제정 과정이다. 예종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왕의 묘호를 세조로 할 것을 밀어붙인다.

세조(世祖)란 세상을 연 군주라는 뜻으로서 세종(世宗)을 넘어서는 의미이다. 예종의 왕권 강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정종(定宗)의 경우는 공정대왕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숙종 대에 들어와서야 ‘세상을 평안히 했다’는 의미로 묘호가 정해진다. 정종이 해동육룡의 리스트에도 끼지 못한 허수아비 왕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역설적이다. 대표적 암군이었던 명종(明宗)이나 여색에 빠져 정사를 돌볼 겨를이 없었던 철종(哲宗)의 경우는 신하들의 복수에 가까운 케이스다. 이러한 현장 속 국왕의 ‘하루’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면서 조선 왕실의 부침을 드러낸다.

누가 최고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가?

왕권이 취약했던 조선의 정치 체제를 살펴보는 일은 성공한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이 없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돌아보는 일이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의 모든 왕들이 등장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과연 왕은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역사는 인간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고 그 격랑 속에서 각양각색의 군상들이 탄생한다.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조선 역사 안에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도자들의 유형이 담겨 있다. 그중 누가 최고의 지도자였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이가 최고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가? 현실을 헤쳐 나갈 지혜를 구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저자 이한우. 김영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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