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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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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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B조예선, 중동 복병 요르단 맞아 0-0 무승부

찜통같은 무더위 속에서 승전보를 기대한 팬들에 '불쾌지수'만 잔득 높이고 말았다.

19일 중국 지난의 산둥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 아시안컵 B조예선 첫 경기에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중동의 복병 요르단을 맞아 제대로 된 경기 한 번 풀어보지 못한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44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대표팀으로서는 불안한 출발. 매번 그래온 '첫경기 징크스'가 또 다시 한국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내용면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최악의 경기. 전술적인 측면은 물론 선수들의 개인 플레이까지도 제대로 풀린 것이 없다. 선수배치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고 잦은 패스미스는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번번히 지적되어 온 골 결정력은 물론이고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바닥을 보였다.

'첫 경기 징크스' 재발

44년 동안 아시안컵에 참가하면서 번번히 찾아 온 징크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국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3회 대회부터 44년 동안 한국이 첫 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단 1승뿐. 88년 UAE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승리했던게 고작이다.

64년 인도에 0-2로 패한 이후 이라크, 쿠웨이트, 이란, 시라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국가들에 줄곧 덜미를 잡혀왔다. 지난 대회에서는 중국에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페널티골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준바 있다.

한국이 우승한 1, 2회 대회를 제외한 3회 대회부터 이 같은 징크스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아시안컵 처녀출전국 요르단이 상대였다는 점은 초조함을 더한다.

결정력 부재, '여전'

슈팅수만 놓고 봤을 때 최소한 서너골은 나왔어야 했다. 결과는 무득점. 골문을 벗어난 슈팅보다 유효슈팅이 많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한 골도 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기록일 뿐이다.

상대 골키퍼 사바의 눈부신 호선방도 몇 차례 있었지만 상당수가 무의미한 지역에서의 다소 성의 없어보이는 슈팅. 공격라인의 짜임새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완벽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역습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받아줄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적이였다는 점에서 화를 자초한 셈. 기습적인 패스도 보이지 않았다.

이동국-안정환 조합에서부터 차두리, 설기현, 정경호 등이 여러차례 슈팅을 기록했으나 밀집한 상대수비 앞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특히, 전반 초반 정경호가 무산시킨 몇차례의 찬스는 가장 아쉬운 대목. 결과론이지만 쉽게 선제골을 기록했었더라면 경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미드필더는 어디에?

공수를 조율하며 경기를 풀어야 할 미드필더 라인의 역할이 완전히 상실됐다. 2선에서 이동국과 안정환의 뒤를 받치던 설기현과 정경호는 위치선정에서 문제를 보이며 허둥거렸다.

경기내내 이들이 중앙으로 밀집하다보니 자연스레 측면돌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영표와 현영민을 통해 올라온 볼은 우리선수들끼리 포지션이 겹치며 다음 동작으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다.

바꿔서 풀이하면 그만큼 허리에서 압박을 가해야 할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 중앙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과 좌우의 현영민, 이영표 정도만이 실질적으로 미드필드라인에 포진, 엄청난 체력손실을 가져왔고 상대가 역습할 수 있는 공간을 내준 꼴이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핵심 압박 또한 실종됐다. 코엘류 시절부터 느슨해진 압박은 본프레레 체제에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상대로 하여금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코칭스태프 새전술, '글세...'

지난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부터 본프레레는 과감히 3-5-2 시스템을 적용, 수비라인을 쓰리백으로 가동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더 크게 나타났다. 3선을 이루고 있는 세 선수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직력에 구멍을 드러냈고, 측면의 이영표와 현영민은 미드필더라인이 상대적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것을 커버하기 위하여 공격쪽에 치중하다보니 좌우 측면에 공간이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역할 분담이 미흡한 공격진. 이동국과 안정환이 투톱으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를 받치는 설기현과 정경호 역시 이들의 역할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측면에서의 돌파는 당연히 무뎌졌고 중앙에서는 제대로 된 싸인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우리선수들끼리 충돌이 일어났다. 모두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답답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이동국은 고립됐고 안정환은 무리한 중거리슛으로 일관했다.

본프레레감독이 아직 우리 선수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훈련시간이 짧았고 어떤 전술과 전형이 적합한지 시험해 볼 기회도 사실상 없었다. 당장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려가면서까지 현영민을 고집한 것에서부터 설기현과 정경호의 위치 문제 등이 선수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단적인 예.

체력 바닥이 왠 말?

그동안 한국축구의 특징 가운데 가장 우선시 되던 것하면 강인한 투지와 체력을 서슴없이 떠올렸다.

하지만 무의미한 움직임이 많았고 수많은 찬스에도 불구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우리 선수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더 풀리지 않았던 원인이다.

전반 초반 잘 이뤄지던 빠른 원터치 패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고 불필요한 패스가 늘어났다. 고비마다 기록된 패스미스도 같은 맥락.

또한, 공격과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대의 기습에 무기력하게 당했다. 공수를 조율하는 구심점이 없었던 문제점도 체력저하와 함께 드러났다. 공수전환 능력 또한 당연히 낙제점. 집중력이 떨어지며 경기운영 자체가 단조로워졌다.

후반 중반 이후 안정환등 공격선수들은 볼컨트롤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상대와의 몸싸움에서는 그대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후반 38분 최진철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모습 또한 상대의 역습시 체력저하에 따른 대처상황에서 나온 결과.

선수들 자세부터 바꿔야...

객관적인 측면에서 분명 우리보다는 한 수 아래의 팀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단정하고 넘어가기에는 짚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태극전사들의 맘 속 깊은 곳에 '월드컵 4강'이라는 허황된 꿈에 젖어 너무 상대를 쉽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되짚고 넘어야할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약체팀과의 경기에서 '당연히 이기겠지'하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불안한 출발로 44년만의 아시안컵 패권에 도전하는 한국은 오는 23일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와 조별예선 2차전을 벌인다. 과연, 첫 경기에서의 부진이 정신력을 재무장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쿠웨이트와 UAE전에서는 쿠웨이트가 라이벌 UAE를 3-1로 꺾고 첫 승을 신고하며 B조 단독선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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