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시민의 의식과 눈으로 본 민사법정(法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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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시민의 의식과 눈으로 본 민사법정(法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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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다툼이 여과없이 투영돼

^^^▲ 민사합의재판 전경
ⓒ 대법원 웹사이트^^^

3일 오전 10시 00지방법원 00지원 1호 민사법정, 출입문벽에는 오늘 재판을 알리는 사건목록이 나붙고 원고, 피고로 일컬어지는 소송(訴訟) 당사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져 있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인해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입회서기(소송절차를 담당하는 법원직원)와 정리(廷吏: 재판진행을 담당하는 법원직원)의 재판준비가 끝났다.

“모두 일어나 주세요”라는 정리의 말에 관계자들이 일어서고 젊은 판사(단독심은 판사 1명이 재판장을 담당하는 1심 재판절차)가 입장해 재판장석에 앉자 다들 자리에 앉았다.

이런 예(禮)는 법을 판단, 적용하는 판사의 사법적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절차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진행절차는 선고(宣告: 다툼의 종결 또는 형의 확정)부터 시작되었다. 아까 사건목록의 앞에 붙은 15여건에 이에 해당하는 것 같다.

“사건번호 2004가단0000호, 원고 ○○○, 피고 △△△, 이 사건은 원고의 승소(勝訴)로 한다. 재판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는 가집행(假執行)할 수 있다”라고 선고한다.

선고절차에서는 원고와 피고를 지정좌석(왼쪽에 원고석, 오른쪽에 피고석)에부르거나 참석과 관계없이 재판장이 계속 낭독하는 데 어떤 사건들(아마 가벼운 사건인 것 같다)들은 사건번호, 원고 및 피고를 지칭하고 승소, 패소만으로 대신한다.

이런 절차는 20여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나버리고 이에 관계된 사람들은 법정밖으로 나선다.

“사건번호 2003가단0000호, 원고 ○○○, 피고 △△△”하고 호명하자 그 사건의 원고와 피고가 앞의 좌석에 앉아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소송절차가 계속된다.

사건은 차용금 또는 대출금 반환, 토지 또는 건물소유 확인 및 이전등기, 임대료 청구, 건물 명도(明渡)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재산권에 관한 다툼들이 대부분이다.

20~30대의 카드대금, 장사를 하다 밀린 건물 임대료, 촌로(村老)들의 농지 경계, 중소기업의 부도로 인한 분쟁, 금융기관의 대출금 등 법정에서는 사회현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피고는 이 사건 원고의 주장에 하실 말씀이 계십니까?”라는 재판장의 물음에 애써 자기의 주장을 펼친다.

이어 원고의 반격이 시작되어 공방이 오고가고 재판장은 재판서류를 검토하면서 이들의 주장을 듣는다.

“피고는 원고의 주장에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불리합니다” 또는 “원고는 주장하는 것이 불충분해 이를 보완하지 못하면 안됩니다”는 재판의 방향도 일러주기도 한다.

어느 촌로들의 오래된 농토 경계 분쟁에서는 발언이 길어지자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자 조정(調停)절차를 선언하기도 한다.

“이 사건은 한 기일 연장할테니 그동안 증거를 보완하세요. 다음 기일은 0월 0일 00시 입니다”

“다음 선고기일은 0월 0일 00시입니다”

재판장은 사건의 성격에 따라 기일을 연장하거나 선고기일을 명시하면서 한사건마다 마무리한다.

한 기일이라는 것은 약 한달의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그 사이 소송준비를 하라는 권고인 것 같고, 다음 선고기일은 약 20여일이 되는 것 같다.

앞서 얘기한대로 열 다섯정도의 선고사건 나머지는 다음 선고일을 지정하거나 기일연장을 지정하는 사건들이다.

단독재판(단독심이라고도 한다)은 4분의 3 정도가 원고와 피고 자신들이 출석해 다툼을 이어가고 사람들은 제마다 시비가 엇갈린 얼굴이 되어 차츰 자리가 비워지고 있다.

거의 마지막에서는 변호사 6~7명이 원고 및 피고의 대리인(代理人)인 되는 것을 보니 사건이 중요하거나 다툼이 많거나 소송비용이 많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한사건당 약 10~20여분으로 진행해 12시 가까이에 50여건에 이르는오늘의 전체 재판이 마무리되었다.

오늘 처음 본 법정은 우리의 일상에서의 삶이 여과없이 투영되고 이익의 다툼이 극명하게 들어나는 현장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재판은 말의 성찬(盛饌)이 아니라 증거서류가 이를 대신해 준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지만 워낙 많은 사건을 한정된 시간에 소화하는 연유로 당사자들의 변론(辯論) 기회가 적은 점이 아쉽기만 하다.

재판 분위기의 침울함은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이라는 중압감에서 비롯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이해가 되었다.

재판을 이끄는 젊은 재판장은 말로만 듣던 그 권위(여기서는 위치나 위상이 아닌 군림에 가까운 근엄한 자세를 일컫는다)가 아닌 당사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는 민사법정이 이익의 다툼이 치열하다 손치더라도 개인간의 문제에 한정하고 사회적 비난이나 신체적 영향 또는 구속으로 이루어지는 형사재판과 다름으로 인해 이런 모습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보통시민의 의식과 눈으로 본 법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다기능하게 분화(分化)되는 사회에서 법은 우리생활과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이익의 다툼은 더욱 첨예화(尖銳化)해 가고 있는 추세에서 멀리서 바라다 보기만 하는 법과 법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형사법정도 한번 참관해 또다른 교훈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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