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17대 총선 당선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DJ는 당의재건을 독려하면서 자신의 정치역정 등을 '인생만사 새옹지마(人生萬事 塞翁之馬)'라는 말로 바유해 그 의미에 대해 자못 궁금했었다.
그가 오랜 인고(寅苦)의 세월을 겪고 대통령까지 지냈으나 재임시절의 치적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일단의 심정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게 한다.
특히 햇볕정책으로 일컬어지는 대북정책으로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튼 치적이 '밀실과 퍼주기'로 평가되고 펌하된 것과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아픔도 그 소회에 포함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朴智元)씨는 대북정책의 막후 조정자였으나 대북 불법자금 송금과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부통령, 소통령, 대(代)통령 소리를 들으며 정권의 2인자였던 그가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는 당당한 모습에서 '슬픔에 울고 있는 아내와 딸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는 1심 최후진술에서 회한의 호소를 했었다.
얼마전에는 녹내장으로 한쪽 눈 마져 실명위기에 협심증까지 겹쳐 재판부에 눈물로 호소하더니 치료를 위해 한달간 구속집행정지 되었다고 해 그에게야 말로 '인생만사 새옹지마'의 형국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DJ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13여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던 그였지만 권력의 정상에서 화무십일홍(話無十日紅)과 권불십년(權不十年)의 평범한 진리를 되새겼다면 오늘과 같은 눈물의 회한은 없었으리라 생각케 된다.
뒤 늦게 깨달은 그가 영어(囹圄)의 몸으로 두눈까지 잃게 되는 위기의 쓰린 아픔과 참회의 눈물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연민의 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와 정반대로 미국에 입양돼 고학과 갖은 난관을 이기고 유한양행을 창립한 고(故) 유일한(柳一韓)박사는 기업인으로 추앙받아와 그를 기리는 도로까지 명명된다니 인생은 다 그렇게 새옹지마만은 아닌 것도 같다.
부천시에 탄생하는 '유일한路'는 믿을 수 있는 상품과 정직한 납세, 모범적인 노사 협력, 부(富)의 세습 철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등을 몸소 실천한 본보기를 기리는 것으로 사회에 귀감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인생 역정(歷程)에서 누구나 후회가 없지는 않겠지만 평범한 진리를 따르고 상식을 일탈하지 않는다면 범부(凡夫)의 삶도 그렇게 새옹지마라고 한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고 이들 두사람을 보면서 스스로 다짐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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