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봉사활동 참여중인 병사들과 주민들 ⓒ 신중균 기자^^^ | ||
남자라면 누구나 군에 가야한다는 논리가 지금도 당당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원하는 사람만 군에 가도록 해야한다는 모병제 도입 여론도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을 완전히 바꿔놓을 모병제 도입의 흐름과 현실에 대해 짚어 볼 것이다.
모병제, 군에 가지 않는 대신 세금을
현실적으로 모병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에 있다. 당장 군이 기피직업인만큼, 특히 복무조건이 열악한 지역에 군인을 고용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모병제 하에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수 있겠는가 하는 논리이다.
이런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서 그간 한국 사회에서 모병제 논의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또한 지금도 모병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 되어야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상당수 국민들의 의식 속에 깊게 깔려있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는 점점 모병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84년 생 이후 군 복무 대상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과 함께 최근의 저 출산 풍조 및 해외이민, 원정출산등의 사유로 인해 군에 복무해야 할 청년의 숫자가 지금의 병력 수와 병력 운용 시스템을 그냥 유지한다고 했을 때 중대한 부족현상을 빚게 된다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점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급속히 대두된 이공계 문제다. 현실적으로 이공계 문제의 가장 편리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병역특례 제도를 유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군에 입대할 연령의 이공계 인재들을 군 대신 연구실로 보내야 하는데 역시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인구가 부족해 군 인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또 다른 문제는 국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빠른 속도로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함에 따라 세계 10권 내의 무역강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주변국과 군사력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해군력과 공군력의 증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비대한 육군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는 한국군의 입장에서 볼 때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하는 것은 비대한 육군에 일정 부분 칼을 대야하고 그 칼을 대는 연장선상에서 모병제 도입을 장기적으로 검토해 군의 덩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군을 움직여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군 복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있다는 사회 일각의 불만이다. 이 불만과 관련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주목할 만한 정책 공약을 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병사 월 봉급 '20만원' 공약이다.
몇몇 일간지에서는 '20만원' 공약이 현실성 없음을 지적했고, 또한 이미 나온 공약이어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만원' 공약이 국방비 증액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력을 일정 부분 축소하고 '모병제'의 도입을 통해 군에 가지 않는 청년들에게 일정 액수의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면 '모병제'라는 것이 과연 공허한 제도만은 아니란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는데 20만원 공약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기직종' 9급 공무원과 직업군인
직업군인은 한국 사회에서 그리 인기 없는 직종이다. 이사가 잦으며 복무 환경도 나쁜 경우가 많다는 선입견을 많은 이들이 갖고 있으며 또한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 직업군인이 인기를 끌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 불고있는 '9급 공무원' 열풍을 냉정히 뜯어보면 모병제 시행이 아주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란 사실을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한국의 공무원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여론의 지적을 받고 있음을 생각할 때 군의 전투병과가 아닌 비전투병과의 경우 군무원의 형태로 잉여 공무원들을 파견해 근무하도록 하고 전투병 중심으로 군의 덩치를 줄여가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 공무원들의 경우 군 복무 경험이 있는 경우가 상당수 많으므로 군 부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비전투병과 병사들이 근무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이참에 직업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과 동시에 복무/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무기만 계속 사다 쌓을 것이 아니라 힘든 환경에서 복무하고 있는 병사들과 간부들의 생활과 복무환경 개선을 위해 국방부의 뜨거운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군을 기피하도록 만드는 문제를 극복하고 대도시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병사 내지는 군 간부들의 애로를 비교적 높은 액수의 수당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하면 직업군인도 9급 공무원처럼 인기있는 직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학력 여성 실업, 군이 대안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의 고학력 여성 실업 문제를 지적하면서 오히려 군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군의 상당 부분이 비전투병임을 생각해 볼 때 여군의 임용을 늘리는 것은 남녀평등 사회 구현이나 여성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 사회의 고학력 여성들은 심각한 실업을 겪고 있다. 사회적으로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고학력 여성들의 실업,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눈높이가 안 맞아 가사노동에만 전념하고 있는 여성들의 욕구까지 포함하면 한국 사회 실업의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볼 때 군의 여성 비율 증원은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한 군에 여성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군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폭력과 비리의 온상이라고 하는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줄일 수 있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병제, 병역 불만의 근본적 해결 될 수 있어
모병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모병제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병역 문제 불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징병제 국가지만 상당수의 청년들이 현역 입영 대신 보충역으로 입영하거나 면제를 받는 경우, 혹은 병역특례를 통해 병무청이 지정한 방위산업체나 벤처/중소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또 같이 현역병으로 입영되었다고 해도 부대 배치과정에 있어 복무조건이 열악한 부대로 가게 되거나 반대로 복무조건이 나은 부대로 가게 되는 경우도 있어 형평성 논란 및 비리에 대한 불만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대로 병사들의 급여가 워낙 적고 병사들이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정부의 보상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는데 많은 이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어 모병제가 도입될 경우 어느 정도 현실적인 급여 조건과 문제 발생 시 보상기준이 정해질 수 있어 사회 갈등의 한 부분을 해소하는데 있어 모병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군대 안 갔다오면 이상해?
모병제 도입에 있어 앞서 언급한 비용 문제는 역시 최고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용 문제 못지 않게 모병제 도입을 방해하고 있는 요소로는 무엇보다 한국 남성들, 그 가운데 이미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 남성들의 강한 보수적 인식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병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자기 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듯, 모병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자기가 군 복무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징병제도를 계속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모병제 도입론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꼭 군에 갔다온 남성들의 보수적 심리를 문제삼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 일반 여성들의 사고방식에도 깊게 영향을 주고 있는 '군에 다녀오지 않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다'라는 식의 고정관념도 넘어야 할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상당수 군에서 근거했을 가능성이 높은 여성비하나 남성우월주의와 같은 반(反) 여성적 행태에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우월적인 사고를 강하게 고착화시킨다고 볼 수 있는 군대 문제에는 많은 여성들이 무관심하거나 혹은 예비역 남성들의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정히 현실을 바라볼 때
경제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은 비교적 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가 죽을 쑤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활발한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활발한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걷어내고 한국 경제의 선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중대한 기여를 해야 할 세대가 2030세대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2030세대는 청년실업 문제와 신용불량 문제 등에 짓눌려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2030세대 경제 문제의 원인에는 한국 청년들의 사회진출 속도가 선진국의 그것에 비교해 너무 늦다는 점, 남성들의 경우 군 복무 때문에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상황이 길어 생산적인 사회활동으로 복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군에서 습성화된 획일적 사고의 영향 때문에 창의적인 두뇌회전이 어려워진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모병제의 도입을 통한 청년 사회 진출 속도의 조속화 정책과 함께 현행 만 7세 초등교 입학연령을 5세 내지는 6세로 앞당기고 현행 6-3-3 학제를 5-2-3 학제 등의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진출의 속도가 빠르면 빨라질수록 부가가치의 생산이 빨라지며 사회생활 경험을 1년이라도 더 쌓으면 그만큼 사회적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징병제 문제를 혁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는 남북 관계와 대외 관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모병제 문제는 군대 가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의 반발' 정도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만간 모병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하는 문제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남북 평화 정착 및 한국 사회 혁신의 일환으로 모병제 문제가 이슈의 전면으로 급부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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