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꾼다, 광화문 거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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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꾼다, 광화문 거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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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우나 아름다운 밤 -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

^^^ⓒ 뉴스타운 자료사진^^^

나는 꿈을 본다. 세상이 어수선 할 때, 밤이 아주 깊어질 때, 마음이 찢어지게 아플 때에. 그래서 나는 고통의 한가운데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꿈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힘들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어떤 새로운 곳이 있기에,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꿈이 없는 삶. 희망이 없는 삶.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없는 삶. 나는 그런 것을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낄 때.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또 다른 꿈을 찾아내곤 했었다.

그래서 내 삶은 항상 쉬지 않고 달리는 삶이었다. 결코 그리 빠르지도, 그다지 멀리오지도 못하였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결코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로는 세상에 풍요가 넘치고 더 이상 무엇을 할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사실 그때가 나에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꿈. 세상을 위하여. 혹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하여 무엇인가 노력한다는 것. 그것이 나를 숨쉬게 하였고, 그것이 힘든 삶을 이겨내게 만들어 주었다. 혹,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꿈이 내가 닿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다 할지라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꿈은 저 멀리 보이는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 달리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꿈은 구체적인 어떤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을 이루어내고자 애타게 바라는 염원. 그 과정에서 피곤한 가운데 느끼는 보람과 희열. 그것이 내 꿈의 실상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저 하늘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저 푸른 하늘을 끊임없이 쳐다보는 푸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내 길을 고단하고, 내 삶은 외로웠다. 난 어디에서나 튀는 사람이었다. 어디에서나 나는 외톨이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때론 묵묵히 내 자리에서 일을 했지만, 때론 세상에 대해서 입바른 말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한 것은 나에겐 끊임없이 무언가를 위해서 싸워야할 대상이 주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사한다. 힘써 싸워야 할 대상이 없다는 것. 무언가 순전한 마음으로 노력할 일이 없다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나는 행복한 세상을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에 겨워있는 세상에서, 나는 잠시 같이 행복에 젖어보았었다. 그러나 그곳은 내 자리가 아니었다. 나는 나그네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고, 또 어딘가를 향해 떠나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행복한 세상에서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때로 내 곁에 동지들이, 혹은 친구들이 함께 있어준 적이 있었다. 누군가와 마음을 마주하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서로의 손에 손을 잡고, 어께에 어께를 기대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것이었다. 나는 행복이란 것의 의미를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분노한 군중들이 길거리를 다시 가득히 메우고 있다. 다른 시위나 집회와는 달리,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도, 남보다 내가 더 잘 살도록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사심이 없이 오로지 정의를 위해서, 오로지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일을 놓고 거리로 달려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된 것이다.

신랑을 맞이하러 가는 신부처럼 다급하고 기쁜 마음으로, 혹은 망자를 떠나보내는 이의 한없는 슬픔을 앉고서 우리들은 광화문 거리에 선다. 손에 저마다의 염원을 담은 촛불을 하나씩 들고서. 우리는 안다. 내 옆 사람의 염원과 나의 염원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러기에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한없이 반가운 친구이고, 둘도 없는 동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슴 아프게도 정말 고통스럽게도 이 아름다운 순간이 다시 찾아와 버렸다.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 아름다운 고통의 순간이. 내가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홀로 외로운 방랑을 거듭하더라도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어야 했을 바로 그 순간이 다시 온 것이다. 얼마나 절절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을까. 얼마나 가슴이 아팠으면 그들은 그토록 감격하고 눈물 흘리고 또 슬퍼하는 것일까.

이 아름다운 밤이여. 이 아름다운 거리여. 영원히 사라지지 말라. 이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여 이 밤을 영원히 잊지 말라. 그러나 이 밤이여 다시는 우리에게 찾아오지 말라. 두 번 다시 우리들이 이런 행복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의 가슴이 주체할 수 없도록 넘쳐나는 아픔과 분노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기를 나는 진실로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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