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왜곡된 보수언론의 '남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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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왜곡된 보수언론의 '남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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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배인준 칼럼을 읽고

^^^▲ [배인준칼럼] 두 대통령 근황
ⓒ 동아닷컴 기사화면^^^
이젠 조금 지겨워지려고 한다. 보수 언론들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하는 기사들을 끊임없이 싣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대응을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또다시 글을 쓴다.

동아일보는 2월 17일자 배인준 수석논설위원이 쓴 배인준 칼럼에서 ‘두 대통령 근황’이란 제목으로 또 다시 룰라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했다. 나는 그가 인용한 사실들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룰라 대통령의 근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최근에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가 한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냐 하는 점이다.

그는 이 그의 칼럼에서 대미의존외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소위 ‘자주파’에게 힘을 싫어주는 노대통령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룰라 대통령이 국민의 고통을 감내하게 하는 연금개혁을 칭찬하고, 또 최근 활발하게 외교활동을 벌인 룰라 대통령의 행적을 자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나는 노무현대통령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남미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열거한대로 최근 룰라 대통령의 행보는 눈부신 점이 있다. 작년 연말부터 몇 개월 사이에 그는 인도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간의 특혜무역협정을 채결했고,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간의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했다. 또 중동을 순방하며 남미와 중동간의 경제적 결속을 강화할 것을 제한했다. 또 그의 열거에 빠지긴 했지만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하게 열거한 국가들을 찬찬히 지켜보면 한결같이 과거의 제 3세계국가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지면서 자연히 제 3세계란 개념도 사려져버렸지만, 지금 룰라가 돌아다니며 하는 일들을 바라보면 그가 제 3세계를 재 결집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정치적인 결합의 제스추어를 보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과거의 제 3세계에 속했던 남미에서 그는 이미 확고한 리더쉽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만족하지 않고 아프리카, 중동, 중국 등과의 결속력을 높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가 남미공동시장을 강화시키고 또 안데스국가들에게 까지 남미공동시장을 확대시키려는 의도와 마찬가지로, 남반부국가들(빈국들)의 경제적 교류를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가 남미공동시장의 결속을 강화하고 남미전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것은 소극적으로는, 미국이 2005년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는 캐나다에서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전 아메리카 대륙을 아우르는 미주공동시장(FTAA)협상에서 보다 나은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아직도 엄청난 채무를 지닌 국가이다. 그래서 그는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재정적자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면서까지,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은 브라질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도약을 위한 움추림이다. 우파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가 좌파의 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노동자였고, 그의 손가락까지 기계에 잘려나갔다. 그가 지금 대내적인 정책에서 IMF에 순응적인 것은 IMF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추림으로 보아야 한다. 그는 그 동안의 경제적 성과와 정치적 성과를 내세워 이제 IMF와의 외채 재협상에서 저자세를 보이지는 않는다.

작년 말에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채무재협상 과정에서도 브라질은 경우에 따라서는 아르헨티나와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제스추어를 보여주면서 강화된 남미공동시장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외채가 많은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지만 굴욕적인 일도 아니다. 외채가 늘어난 것이 꼭 남미국가들의 방만함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채무금융기관이 가져간 이자만해도 원금을 상회한다. 많은 외채를 가진 채무국들의 강한 공조는 채권국들을 긴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작년 말 Buenos Aires Consensus라는 일종의 협약을 체결했다. 1990년대 미국과 세계금융기관들의 남미정책의 골간을 이룬 Washington Consensus를 의식해서 이름을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협약의 주요내용은 ‘자율적인 정책의 개발’, ‘보다 균등한 부의 분배’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IMF의 경제정책들과 어긋나는 것이다.

또 이 Consensus 에서는 ‘유례가 없는 경제적 집중’이라는 표현으로 세계화를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 룰라 대통령이 과거의 제 3세계 국가들을 순방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Washington Consensus의 개념에 따라 미국과 세계은행, IMF가 추진해온 일련의 신자유주의적인 위로부터의 세계화가 결국은 빈국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룰라 대통령의 행보는 소위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라는 구상을 실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주도의 경제력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서 빈국끼리 경제협력을 증진함으로써, 부가 더욱더 부유한 나라로 끊임없이 집중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이것은 외면적으로 보이는 신자유주의에 충실한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의 폐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또 그의 칼럼에서 배인준 수석논설위원이 말한바와 같이 브라질의 연금개혁은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민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브라질의 연금제도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되어있다. 그것은 그가 대선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한 대외적 순응, 경제종속을 벗어나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내부적 개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은 퇴직 후에도 현직에 근무할 때와 동일한 임금을 지급받는 반면에, 세금은 공제받는 일부 특권층에게만 해당하는 모순적인 연금제도를 개혁하여 그 몫을 가난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배인준 논설위원이 말하는 국민의 고통을 감내하는 개혁이 아니라,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나라를 거덜 내는 것을 막기 위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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