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브레인 서바이벌>에 그저 즐거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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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브레인 서바이벌>에 그저 즐거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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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 일요일일요일 밤에 의 <브레인 서바이벌>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코너 ‘브레인 서바이벌(Brain Survival)'가 지난 2002년 가을 개편 때부터 방송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각종 시청률과 프로그램 부분별 순위에서도 여태껏 상위권의 파워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지식 없는 퀴즈’, ‘꼴지와 일등의 차이가 습자기 한 장’ 이라는 이색적인 슬로건을 바탕으로 장수하고 있는 이 코너는 매주 16명의 다양한 출연진들을 등장시키며 아주 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퀴즈를 통해 가족오락프로그램의 전형적인 묘미를 맛보게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오락프로그램이 탄생하였고, 다양한 퀴즈프로그램이 등장하였지만 실제적으로 오락프로그램은 수준적, 폭력적, 윤리적 비판의 대상에서 온전한 적이 없었고 퀴즈프로그램은 학력과 상금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한번도 방송의 윤리적 비판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오락, 퀴즈프로그램은 순간적인 감각으로 시청률을 단기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횟수가 지속되면서 뜨거운 시청자들의 눈초리에서 쉽게 피해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을 벗어날려니 항상 ‘수준’이 문제되곤 하였다. 초등학생부터 청?장년까지를 진정으로 TV 앞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사명이지만 실제적으로 참으로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레인 서바이벌>은 (물론 비판이 無 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각종 비판의 눈초리에서 예전의 어떤 경우보다 자유로운 날개를 단채 횟수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승곡선을 달리고 있다. 아이부터 청년들, 아주머니, 아저씨 그리고 노인분들까지 일단 그 시간만큼은 다들 즐거운 것 같다. (의심이 된다면 그 시간에 역이나 터미널로 가보길 바란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그 한 코너에 몰입되는 현상이 실로 신기하다. 마치 월드컵을 보는 것처럼)

우선 MC 김용만의 출중한 진행능력이 그 선전(善戰)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템이든 그것이 소화되는 과정이 부적절하면 그것이 영화든 노래이든 성공하긴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의 본질적 특징을 잘 살려주는 MC의 순발력 있는 진행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MC 김용만의 혼자만의 개인기라고 이 프로의 성공요인을 꼽는다면 그것은 조금 분석이 부족하다. 여기서 이 프로의 아이템이 아주 잘 드러난다. <브레인 서바이벌>은 MC 김용만의 특징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프로가 지극히 ‘한국적’ 이라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TV를 보는 미학적, 해학적 기준이 바뀌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그것은 ‘출연진’에서 확인된다. 지금껏 단 한번도 분별없는 한 계층만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고 가지 않았다. 낙엽줄이라고 일컫는 가운데 줄에 포진한 그 분야의 노장들은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의 넒은 범위를 말해준다.

물론 그 가운데 줄은 퀴즈에 신통치 않다. 디지털 장비도 손에 익숙지 않고 정말 지식이 필요 없는 문제이기에 오히려 그러한 부적응에 혼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프로그램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MC 가 가능하게 하여준다.

노장들을 기준으로 하여 후배들을 대치시키며 선배의 권위가 자연스럽게 품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오락프로그램은 이러한 한국적 과정을 아주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가 보아도 ‘권위주의’로 인식하지 않을 ‘권위’로 말이다. 어떤 노장들은 거의 매주 나온다. 하지만 그 모습이 지겹지 않다. 오히려 어쩌다 한번 빠지면 그 빈자리가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노장들은 분위기를 잡고 있다.

노장들은 얼굴도 잘 모르는 신세대 최고스타들에게 뜬금없는 질문도 하고 질책도 한다. 위풍 당당히 브라운관을 지배하는 신세대 스타들은 평소의 이미지 관리가 아닌 철저한 선배관리를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주 가차없이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학교에서 마주친 선배들 때문에 찍소리 하나 못하는 것처럼 그들은 철저히 선배들을 대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전혀 ‘굴욕적’이지 않다. 아주 귀엽고 청년들의 예의바른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아주 어려운 현대사회의 숙제인데 이 오락프로그램이 이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MC의 유연한 진행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에서의 한국적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지식 없는 퀴즈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러나 어떤 문제는 무척이나 어렵다. 지식이 정말 없이는 조금 어려운 부분도 많다. 그러나 간혹 등장하는 이 어려운 문제들이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식 없음’이 강조되고 어필되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들이 자신을 몇 달째 가르쳤다는 출연진들의 말들이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이 없어도 지식이 있는 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퀴즈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흔치않는 모습'을 특징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지식이 없는 자가 문제를 풀 때도, 지식이 있는자가 문제를 못 풀어도, 또 조금 아는 자가 그렇지 못한 자의 실수를 자꾸 보아도, 또 그렇지 않아도, 이 퀴즈는 그저 여기에서 끝난다. 누구도 누구를 질타하지 않는다.

맞추었다고 틀렸다고 자신의 순간적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맞춘 것에 즐거울 뿐이고, 남이 틀린 것에 즐거울 뿐이다. 이 프로그램은 퀴즈의 승자와 패자를 오직 즐거움이라는 인간 본질적 미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만의 애기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잘난 체 할 일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흉볼 일도 없고, 흉보지도 않는다.

이 인간 본질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브레인 서바이벌>은 장수하고 있다.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때가 되면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들 듯 말이다.

사실 이 본질적 즐거움은 아주 간단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그저 겸손하면서 자신의 과정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대인의 삶은 그렇지 않고 지금의 거의 모든 방송은 그렇지 않았다.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인생사 최대의 수치이며, 남을 무시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강자의 합법적 논리이며, 불필요한 겸손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점 때문에 실로 너무 적극적(사실적으로 굉장한 소극적 인간이면서)으로 변해버린 현대인들에게 웃음은 지금까지 허풍이고 남을 깔아뭉개는 웃음일 뿐이다.

그러나 한 오락 프로그램이 이러한 점을 지양하고 그저 웃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이 그저 웃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난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그저 웃는다.
그저 웃고 싶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들의 삶은 그저 웃는 것을 잘 허락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브레인 서바이벌>의 계속된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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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자 2004-02-01 00:05:13
저도 즐겨 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아니라 입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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