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희망찾기] 본업 따로, 부업 따로... '투잡스족'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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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희망찾기] 본업 따로, 부업 따로... '투잡스족'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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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경기가 안좋은 탓인지 벤처기업 사정도 말이 아닙니다. 언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회사원 박현중 씨(33.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는 낮에는 직장인이지만 밤만 되면 집 근처 호프집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소위 잘 나간다는 벤처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 씨가 호프집을 개점한 것은 지난해 10월.

박 씨가 회사를 다니면서 두 번째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의 모습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는 박 씨는 "몸은 피곤할 지 몰라도 한정된 월급에 허덕이던 예전과 달리 경제적으로 한결 여유를 갖게된 것 같아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앞.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퇴근 후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준비하거나 동료들과 간단히 한잔 걸칠만한 시간이지만 구 모씨(29)씨의 사정은 좀 다르다.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그가 퇴근 이후 더 분주한 이유는 바로 두 번째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지난달부터 개인이나 중소기업체의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부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그러나 요즘 들어 대형 프로젝트가 잦은 탓에 밤샘 근무가 많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요즘 이들처럼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낮에는 본래 직장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또 다른 일을 하는 이른바 "투잡스(Two-Jobs)족"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인 "코리아리크루트(www.recruit.co.kr)"가 직장인 1천 3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잡스족에 대한 현황과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투잡스족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은 63%(869명)로, 그 이유는 응답자 중 대다수인 73%(631명)가 "경제적 이유"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경제불황으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조이면서 고용조건이 불안정해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일찌감치 사라지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에게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투잡스족"이라는 신종
경제용어를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경기도 수원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했던 신 모 사장(48) 역시 "투잡스족"이다. 신 씨는 지난해 극심한 건설 경기침체로 회사가 부도나자 오전에는 할인점에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돈이 들어갈 곳이 한없이 늘어난다"며 긴 한숨을 내쉬던 신 씨는 조만간 몇몇 지인들과 함께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아 유망한 소점포 아이템과 창업비용 등을 알아볼 계획이다.

◆ 적성 따라, 취미 따라 사정도 가지가지 = "투잡스족"이 늘어나는 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자아실현의 한 방편으로, 또는 자신의 숨겨진 적성을 살리거나 미래에 대한 경험 등의 이유로 제2의 직업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 시절 미술사학을 전공했던 권미옥 씨(가명. 여. 33)는 틈틈이 국내·외 잡지에 미술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권 씨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굳이 한 개의 직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한 윤 모씨(여. 24)도 퇴근 후 서울의 한 보습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윤 씨가 바쁜 회사 생활을 쪼개가면서까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5년 뒤 회사를 퇴직한 후 학원을 직접 경영할 꿈을 가지고 있는 윤 씨에게 돈을 더 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윤 씨는 "퇴직 이후 미래의 직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는 차원에서도 두 가지 일은 필요할 때도 있다"며 투잡스족 생활을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적성이나 취미생활을 위해 부업을 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워보인다. "코리아리쿠르트" 조사에서도 "특기를 살리거나 취미생활을 위해 부업을 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7%와 4%에 그쳤다.

◆ 무리한 도전, 부작용도 두 배로 = 직장 상사들에게 "투잡스족"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들 대부분이 이중업무에 시달리느라 직장에서 졸거나, 지각하는 것은 예사고, 결근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간부는 "일반 직원들 사이에 본업은 팽개친 채 부업 구하기에만 매달리고 있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회사들은 "투잡스족"이 급증하면서 사내 기강이 흔들리자 이미 "규제의 칼"을 뽑아들고 있다. 현재까지 "투잡스족"을 제재하는 내용의 사규가 있는 기업체는 별로 없지만 앞으로 이를 신설할 계획인 업체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경우는 특히 "투잡스족"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이나 벤처업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이 중 40여 개 업체는 이미 겸업 금지 등으로 "투잡스족"을 규제하는 조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구조 조정 등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진 직장인들의 "투잡스족"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적인 목적만을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 두 가지 일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지 냉철히 판단하고, 본업과 부업의 합리적이고 적절한 시간 분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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