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녀'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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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녀'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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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과 낸시랭의 '구럼비' 반전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이른바 '개념녀', '무개념녀'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여성이 중요한 사회, 그래서 여성의 개념의 있고 없음을 따지는 일이 부쩍 중요해진 탓인가?

요즘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의 구럼비 바위를 놓고 두 여성이 개념녀와 무개념녀를 오가는 반전을 보인다.  단 한 마디 발언으로 '고대녀'라 불려온 개념녀 김지윤(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이 무개념녀로 전락하고, '4차원녀' 또는 무개념녀로 통하던 낸시랭(행위예술가, 한국명 박혜령)은 개념녀로 급부상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구럼비 바위는 이념과 정치, 그리고 개념과 무개념을 오가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 낸시랭(좌)와 김지윤(우)
ⓒ 뉴스타운
 
 

진보세력에게 더더욱 그렇다.  김지윤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을 놓고 통합진보당이 '당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는 말로 한 발을 뺀 가운데, 유시민 공동대표는 과감한 선긋기에 나섰다.  국방부는 김 후보의 발언 직후 "해군을 해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우리 군으로서는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시민 대표는 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김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에 대해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후보측과 일부 진보언론과 지지세력들은 어제까지 열혈동지였던 유시민 대표에 대해 "강정마을 주민들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냐?"는 식의 맹공을 퍼붓고 있다.  나꼼수 진행자 김용민 씨도 "김지윤, 쫄지 마"라는 말로 지지를 표했다.

진보세력의 '김지윤 구하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엔 좀 무리한 투쟁(?)으로 보인다.  우선 "해적이란 표현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거나, 과거 강정마을 주민들이나 문정현 신부도 '해적'이란 용어를 쓴 적이 있다."는 식의 해명에 모순이 보이고 있다.  만약 강용석 의원이나 해군측의 고소가 이대로 법정까지 간다면 어떻게 될까?  재판장은 "제주 해적기지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는 구호를 구문 그대로 해석하는 언어학적 심의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주민들의 데모를 강압 진압하던 해군에 대해 쓰였던 '해적'이란 말과 이번 김지윤의 '해적'은 같은 말일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는 비유적 상징어와 복합명사의 차이 때문이다.  마치 "도둑놈 손처럼 생겼네."라 할 때의 도둑과 "도둑질"의 도둑이 다른 것과 같다.  '해적'은 '기지'를 직접 수식하는 복합명사의 일부이지, 어떤 상징이나 비유를 내포할 수 없다.  고대녀라면 그 정도는 변별하여 해명해야 한다.

단순한 말 실수였다면 차라리 번복하는 게 현명하다.  변명은 또다른 무개념을 낳을 뿐이며, 그것이 더 여론을 분노케 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면 김 후보는 아직 정치에 발을 들일만한 단계가 못 된다.  이미 고려대 학생들조차 "이미 퇴교당한 김지윤을 고대녀라 부르는 것조차 싫다."는 게 이번 해적 논란의 현실이다.

그녀는 2008년 MBC 100분토론에 시민논객으로 출연하여 고대녀라는 별명을 얻었을 당시와 지금 국회의원 후보로 등극한 현재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  튄다고 다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한 마디 말이 가시가 되고, 거기에 덧붙인 한 마디 변명이 부메랑이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는 스스로 마녀사냥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김지윤 구하기에 나선 진보세력 역시 자칫 무개념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  그만큼 김지윤 후보는 무개념의 주장을 해놓고서는 다시 무개념 해명에 나섬으로써 진보세력의 위험한 리더가 된 셈이다.  총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가 정국을 뒤흔드는 이 상황에서는 민감한 블랙홀의 물귀신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것은 이번 해적 파문에 대해 "김 후보가 아직 최종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바 없다."는 궁색한 말로서 굳게 입을 다문 통합진보당의 입장만 봐도 금세 알만 하다.  진보세력이 나서면 나설수록 전혀 이 이슈에 대해 관심이나 정보를 가지지 않았던 노년 보수층들까지 "뭔데, 도대체?"라며 들여다 보고는 "이게 뭐야?"라는 충격과 분노를 일으킬 개연성이 아주 커 보인다.

머그컵 든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컷으로 개념녀가 된 방송인 강예빈.  "열 냥 쯤이야"란 한 마디 대사로 '해를 품은 달'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개념녀가 된 한가인.  그리고 김지윤과 낸시랭.  이처럼 여성의 말 한 마디로 개념을 논하는 이 무서운 우리사회에서 여성이란, 바로 이 사회의 주인이다.  여성의 개념 있고 없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민감한 한 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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