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중생을) 두 번 죽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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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중생을) 두 번 죽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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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평화 촛불 추모비 원상 복구해야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당한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자주평화 촛불기념비'가 최근 관할 서울 종로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종로구는 철거에 앞서 추모비가 도로법 등을 위반한 불법시설물이라며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여중생 범대위 측에 보내왔다.

법적 논리로만 본다면, 촛불추모비가 철거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법은 법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리원칙에 앞서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법 감정과 일치해야 한다. 괴리가 존재할 경우 법은 당연히 당대에 맞게 수정, 보완되거나 심한 경우 폐기될 수도 있다. '법'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동안, 두 여중생은 수백 톤이나 나가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짧은 생을 마감했다. 미군과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을 월드컵의 그늘 속으로 감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추악한 천 조각으로 가릴 수 없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 참혹한 사건을 은폐하려한 미군과 혹여 (굴욕적인)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한국 정부에 거대한 촛불시위로 화답했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촛불시위에는 전국적으로 무려 수십만의 국민들이 참가해 미군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미군 측은 '울며 겨자 먹기식' 사과로 사태를 봉합하려 했고, 정부는 '친숙한' 협조자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해 1월 촛불시위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두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폭발된 대중시위는 한국민이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반대하고 계속되는 미군범죄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됐음은 물론이다.

촛불기념비는 이런 대규모의 대중시위와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눈 뜬 국민들의 분노로 세워진 역사적 산물이다. 때문에 우리는 종로구청의 기념비 강제철거가 얼마나 몰역사적이고, 반역사적인 결정이자 행동이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청은 실정법 집행 운운하면서 가치 중립적 결정이었음을 항변하려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구청 독단으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에도 청와대와 서울시 등은 촛불기념비를 눈에 가시로 여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누군가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기념비를 훼손하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기념비는 결코 좌우 냉전 이데올로기적 잣대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앞서서도 밝혔지만 이는 채 피어보지 못한 두 여중생의 한이 서려있는 조형물이자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눈 뜬 대중들의 분노의 상징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범대위 관계자와의 면담자리에서 "촛불기념비에 쓰인 글씨체가 북에서 잘 쓰는 글씨체라더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김충용 종로구청장의 발언은 범대위 관계자는 물론 대중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한 범대위의 주장처럼 이번 기념비 철거에 도로법보다는 냉전이데올로기와 미군 또는 수구세력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음을 반증하는 발언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여중생 범대위는 지난2일 추모비가 철거된 이후 규탄집회와 함께 종로구청 항의방문을 계속한데 이어 5일 오전에도 구청 앞에서 '촛불추모비 강제철거 규탄 및 원상복구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기념비 원상복구와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바보' 신드롬으로 '두 번 죽이는 거예요'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종로구는 두 여중생을 두 번 죽이지 말고, 시민들의 요구대로 이 달 15일까지 촛불기념비를 제자리로 돌려보낸 연후에 시설물을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범대위측과 적극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

*오마이뉴스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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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04-01-08 18:15:08

그렇다면...우선 철거한후 향후 협상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볼 수 있을것 아닌
가...? 왜 죽자사자 그 기념비인지 뭐지를 꼭 그자리에 지금 이시기에 세우려
고 안달인가..?

시간을 갖고 적법하게 설치하면 되잖은가..? 시간이 걸리면 여중생들의 넋이
이땅에서 없어지는가..?

무엇이 그리 급하고 조급해서 그난리인가..? 법이 사람위에 존재하지 않는
다면...내가 종로 한복판에 안중근의사 기념비 세우겠다고 돌깎아 놓고 옮겨
놓으면...당신들 범대위는 뭐라 하겠는가?....내가 윤봉길의사 기념비 세우겠
다고...상암축구장 입구에 떡하니 돌탑세우면...당신들은 뭐라 하겠는가..?

철거한후 적법하게 설치해라....당신들이 그런 난리를 피우면.....

정말 숭고하게 존재해야할 촛불기념비에...그러나..불법설치물이라는 불명예를
또다른 이름으로 달게 하는것이다...

앞면에는 촛불기념비...그러나 뒤로는 불법설치물....

나같으면 불법설치물이라는 그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떼내주겠다....

정신차려라...이 한심한 범대위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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