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전단지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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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전단지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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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해 전단지를 들고 나섰습니다

아내가 운영하는 공부방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거리로 나섰습니다. 영하의 날씨라는 기상청 뉴스를 귓등으로 흘려 듣고 얇은 면바지에 점퍼 하나 걸쳤더니 이내 몸이 으슬으슬해집니다.

아내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 시간 날때마다 전단지를 돌려보리라 마음먹었지만 막상 이렇게 나서기는 처음입니다. 초등학교 주변 주택가를 배회하며 어떻게 전단지를 붙여야 효과적일까 생각해보지만 별다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많이 붙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파트는 경비가 삼엄해(?)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주로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공격해봅니다. 일렬 또는 이열로 붙어 있는 우체통은 벌써 여러 광고 전단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피자, 통닭, 중화요리 등 빨갛고 노란 전단지가 가득합니다.

그에 반해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겨울방학특강'이라고 적힌 제가 만든 전단지는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아내를 위해 이곳저곳 부지런히 붙여 놓습니다.

동네를 한바퀴쯤 돌고나니 등에선 땀이 납니다. 몸은 더운데 손은 시렵고 귓볼도 쨍한 것이 코에선 콧물도 연신 흐릅니다. 들고 나온 200여장의 전단지는 아직 반 이상이 남았는데 벌써 따뜻한 집이 그립습니다.

빌라만 쫙 늘어서 있는 골목에 다다랐을때 저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모 피자집 전단지를 돌리는데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왼팔에 전단지를 잔뜩 끼우고 같은 손에 테잎을 들고는 오른손으로 테잎을 뜯어가며 순식간에 골목 한줄을 도배해놓습니다.

예전 신문배달을 했던 경험과 아내의 일을 돕는다는 열정으로 무턱대고 거리로 나왔지만 막상 프로의 손놀림을 보니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빌라 같은 경우 바깥문을 열고 내부의 우체통에 전단지를 끼우는 동안 누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하기까지 합니다. 완전 초보라서 그런가 봅니다.

한번은 아주 깨끗한 빌라의 바깥 유리문을 열고 전단지를 붙이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1층집 현관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아주머니가 노발대발 성질을 내십니다. 전 순간 당황스러워 그냥 빠져나오긴 했지만 바깥쪽에 '광고물 부착금지'라고 써놓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빌라 이곳 저곳에 붙어 있는 전단지가 흉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도배를 해놓은 전단지를 보면 과연 홍보효과가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매출에 도움이 되니 돈을 들여 전단지를 붙일 것이고 굳이 주거환경에 큰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서로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각양각색의 전단지가 주택가를 흉하게 도배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건물주가 그것이 싫다면 '광고물 부착금지'라고 경고하고, 전단작업자들은 그런 곳을 피해 너무 흉하지 않게 예의를 지켜준다면 서로서로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200여장의 전단지를 모두 처리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전화가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아내에게 전화가 폭주할터이니 각오하고 있으라고 큰소리 쳐놓았지만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아직 전화한통 안오는걸로 봐서 내일 저녁에도 나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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