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 무언가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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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겨울. 무언가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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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쌀쌀한 겨울. 무언가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구세군의 자선냄비이다.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그 모습은 어찌 보면 참 초라하게도 보인다. 붉은 칠을 한 엉성한 냄비. 그리고 손이 아프게 종을 흔들며 치는 구세군의 모습.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변해가는 세상에서 그들만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를 않는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몇 해가 되었을까?

그러나 그 변하지 않는 모습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그 빨간 자선냄비만 보면 평소엔 인색한 나도 매년 주머니를 열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양식의 모금에도 쉬 응하지 않고, 마음을 굳게 닫아걸고 살아가던 나도 구세군의 빨간 냄비만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을 열어버리고 만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지닌 신뢰의 힘이다.

나는 그들을 믿는다. 그들의 생활이 어떠한지 한번도 본적도 없고, 자세히 들어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 대해 얼핏 귀동냥을 한 바에 따라서, 그리고 매년 시끄럽게 떠들지도 그렇다고 한 해를 빠뜨리지도 않고 성실과 겸손으로 길거리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굳은 마음을 열게 하고 내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믿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내가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몇 개나 되는 것일까. 내 아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내일 아침에도 해가 뜬다는 것. 그런 것 외에 또 믿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걸핏하면 사람들은 약속을 어기고, 지하철도 정시에 도착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 거대 기업들의 비리이고, 서로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들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아직은 완전히 버리지 않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위해서는 내 힘든 노력의 산물을 기꺼이 조금은 나눌 의사가 있다. 나에게 그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구세군의 빨간 냄비인 것이다. 평화의 댐 성금도 속았다는 생각이 들고, 방송사가 주관한 수재의연금모금도 재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보도를 접하곤 할 때 우리의 마음들은 얼마나 새카맣게 타들어 가곤 했던가.

겨울. 나는 그 굳은 얼굴로 곧은 자세로 서 있는 군인들이 생각이 난다. 진정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서고 싶고, 그래서 내 신뢰를 듬뿍 담은 손길을 기꺼이 뻗고 싶은 사람들. 그래서 나는 내 종교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들에게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믿을 수 있고, 가까이 하고 싶고, 소심한 생활을 하는 나를 대신해서 세상에서 애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척 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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