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세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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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세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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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은 그렇게 결합되는 것이다

학창시절 내가 잘 찾아가던 강가에는 전망대가 하나 있었다.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멋들어진 전망대는 아니다. 오히려 군 초소의 망루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던 그 전망대는, 질퍽질퍽한 흙 속에다 철탑의 뿌리를 깊게 박고서 하늘을 향해서 높다랗게 솟아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그 전망대를 바라보려면 고개를 올려서 한참을 쳐다봐야 했다. ‘이곳에 저런 높이의 전망대가 도대체 왜 필요할까?’ 가끔 그곳에 찾아갈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그런 의문이 살그머니 자리 잡곤 했었다. 풀밭에 누워 책을 읽다가 지겨워지면, 팔 베게를 하고 전망대를 바라보면서 괜히 전망대에다 그런 시비를 걸곤 했었다. ‘넌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난 한번도 그 전망대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목욕탕의 굴뚝보다 결코 낮은 높이가 아닌 그 전망대에는, 위로 올라가는 쇠로 만든 번듯한 계단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 위한 것이 분명한, 쇠로 만든 사각의 받침대가 둘러져 있었다. 그곳은 틀림없는 전망대였다. 그러나 그렇게 번듯하게 만들어 놓은 전망대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곳에 올라가면 멀리 강의 반대편까지 훤히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한두 번 그 전망대에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한번도 그곳에 올라가 보지를 못했다. 그냥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전망대를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전망대는 올라가기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바라보고 대화하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곳 척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에 누워있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주변에 가득한 갈대숲과 그곳에 기대어 있다가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가는 이름모를 철새들. 그들을 아름답게 감싸며 붉게 물들던 노을이 다 눈물나도록 아름다웠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전망대를 올려다보는 것이 그렇게도 좋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전망대를 바라보면서, 나는 이런저런 상념들에 젖어들곤 했었다. 때로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그 전망대와 비유하는 상념들에 빠져들곤 했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사람의 삶이란 것도 하늘로 향해 길쭉하게 뻗어있는 저 키다리 전망대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날마다 척박한 땅에 발을 디디고 서서 저 멀리서 펄럭이는 푸르른 하늘을 향하여 머리를 세우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하루하루의 고되고 힘든 세상살이를 성실이란 것으로 채워 넣어서, 인생이란 것을 아름답게 꾸며가는 존재가 바로 사람의 삶이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시 멀리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의 삶이라면 땅을 딛고서서 하늘을 향한 전망대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땅에 단단히 기초를 박아 넣어서 땅과 강하게 결합된 전망대일수록, 하늘을 향하여 더욱 높이 뻗어갈 수 있는 법이다. 하늘을 향하는 마음만이 앞서서 허술하게 만든 전망대는 높이 오르지도 못하거니와 조그만 바람에도 쉽게 꺽여버리고 마는 법이다. 세상을 모질게 휘어 감는 세찬 바람. 가끔씩 닥쳐오는 거센 폭풍을 거뜬히 이기면서 머리를 하늘로 향해 똑바로 세우고 있으려면, 땅을 단단히 감싸 쥐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전망대가 지니고 있는 속성이 아닌가.

하늘은 그렇게 땅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하는 존재들의 지난한 몸짓을 통해서, 바람을 이기고 든든히 서서 하늘을 지향하는 그런 존재들에 의해 하늘과 땅은 더욱 가까이 연결되는 것이다. 전망대는 그렇게 멀리 아름답게 보이기만 하는 하늘을, 여기 쾌쾌하고 냄새나는 땅의 모습과 결합시켜주는 매개물인 것이다. 사람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누구나가 조그만 전망대이다. 땅을 딛고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사람이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사람도 전망대와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더 멀리 더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에 충실해야 한다.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은 전망대가 뿌리박고 있는 강가의 질퍽한 땅과 마찬가지로, 순간순간 힘든 일들로 가득 차 있고 순간순간 구차한 것으로 범벅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삶에 성실하지 않고서는, 하늘을 기쁨으로 우러러 보기 힘든 것이 또한 인생의 이치이다.

나는 내 마음에 조그만 전망대를 하나 세워 놓았다. 예전 세상을 잘 알지 못하던 젊은 시절 강변에서 바라보던 그 전망대와 비슷한 모습을 지닌 것이다. 나는 그 전망대와 같이 튼튼하고, 항상 쉼 없이 하늘을 향하는 존재가 되어보고 싶다. 나는 일견 소박해 보이는 이 소망을 이루는 것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힘든 것을 두려워하는 약한 내 마음을 이겨내면서, 나는 하루하루 조금씩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전망대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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