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주부'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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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주부'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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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일요일이었지만 아내는 출근했고 딸은 시험공부를 한다며 책에만 눈을 박고 있었기에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목욕을 다녀오고 인근의 구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보니 시간은 저벅저벅 흘러서 어느덧 저녁때가 도래했다.

일요일이라고 해서 저녁을 굶을 수는 없고 해서 딸에게 "무얼 먹을까?"물었더니 뜬금 없이 파전이 먹고싶다고 했다. 그래서 슈퍼에 가서 물오징어를 사다가 씻고 썬 뒤에 밀가루와 부침가루에 파와 계란까지 넣고 파전을 부쳤다. 하지만 물 조절에 실패한 까닭에 내가 만든 파전은 한마디로 '난리블루스'였다.

오징어는 반죽에서 튕겨져 나가 제 멋대로 프라이팬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요동을 쳤고 파는 파대로 반죽은 또 반죽대로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고 있었다. 그처럼 제멋대로 놀아나는 파전을 부쳐 안방으로 들어가니 딸은 이내 입을 삐죽거렸다.

"무슨 파전이 이처럼 엉망진창예요?" "그렇긴 하다만 아빠가 손수 만든 거니까 먹어나 보렴~" 그러나 맛은 있었던지 입이 터져라 먹어주는 딸이 고마웠다. 파전을 먹다보니 술 생각이 간절해서 슈퍼로 쪼르르 달려가 소주를 두 병이나 사다가 마셨다. 술기운에 만연하여 쓰러져 얼마나 잤을까... 날 깨우는 인기척에 눈을 뜨니 어느새 퇴근한 아내가 뺑덕어멈처럼 눈에 불을 켜고 부라리고 있었다.

"잘 하는 짓이구려, 설거지할 건 산처럼 쌓아놓고 그래 잠이 와요?" 순간 "이크! 또 혼날 짓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얼른 주방으로 달려갔는데 하지만 설거지는 이미 아내가 해 놓은 뒤였다.

채 깨지 않은 술기운이었지만 머쓱하여 머리만 긁적이고 있노라니 아내는 이번엔 딸을 야단치는 것이었다. "무슨 계집애가 파전 하나를 못 부쳐서 아빠를 시키냐?"고. 하지만 딸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다 이 못난 '초보주부'인 나의 잘못인 것을...

파전을 잘 못 부쳤고 설거지마저 치지도외한 채로 술에 취해 잠을 잔 죄로 인해 혼이 나는 바람에 내가 계속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아내는 그런 날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여보, 앞으로 파전을 부칠 땐 물 조절을 잘해서 반죽을 걸죽하게 해야 해요. 근데 딸이 하는 말이 당신이 만든 파전이 맛은 끝내줬다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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