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칠순에 거미문신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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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칠순에 거미문신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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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것들아! 물러나라

야초(野草)는 어릴 적 친구의 아호(雅號)인데 내가 지었다.
‘들풀’이란 시(詩)가 너무 좋았고 닮아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니가 그렇다.’

해학과 풍자가 남다른 야초는 한국역사는 물론, 중국사 로마사 등 역사서에 관심이 많고 해박하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나 홍세화의 ‘생각의 좌표’ 등 사상서도 읽어보라고 내게 주었다. 공지영 책 여러 권도 탁자 위에 읽다 말고 놓여있다. 내일이면 나이 칠십이지만 청년 같다. 둘이는 일주일에 10만보 이상을 걷는다.

어제는 세상 욕도 많이 했지만 ‘나가수’에 출연한 카페가수 ‘적우’를 평가했고 안철수 스승님이라는 ‘법륜’조차 “땡 중 이다! 아니다!” 하다가 좀 더 두고 보며 신원을 파악키로 했다.

두 시간여 걷다가 고수부지 벤치에 앉았다. 얼핏 야초 팔목에 까맣게 새겨진 거미문신을 보고는 처음에는 소스라치며 물었다.

“팔목에 그기 뭐꼬?”
“문신이다”

“그냥 페인팅 한 거야?”
“아니 새겨 넌 거지”

“야초야! 너 정말이가?”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돈 주고 팠다. 니도 해봐라. 우쭐해질 꺼다”

피식 웃고 말았지만, 문신의 의미는 내가 안다. 우선 늙음을 얕잡아 보는 주변의 시선이 싫어서다. 노추한 모습을 뵈는 노인이 널려있어 도매금으로 넘겨지기 싫은 것이다.

노인이 되면 자식자랑, 재산자랑, 벼슬자랑으로 거품을 무는 주책은 기본이며 남의 말을 경청할 줄 모르며 자신은 입을 떼면 끝없는 장광설이다. 그 지식이란 것도 거의가 책 한권 읽지 않은, 고작 신문 몇 줄과 어줍지 않은 TV상식이 전부다.

열 중 아홉은 컴맹이며 ‘컴맹’의 뜻조차 모르니 이멜은 물론 ‘sns’니 ‘cafe' 는 전혀다. 재산자랑이 심할수록 거의가 수전노다. 동창회.. 등의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은 하면서도 2만원회비는 뒷전이며 회식자리의 얇은 회접시나 갈비살접시는 그의 날렵한 젓가락질로 초토가 된다. 별 거지같은 수준이다.

패션 감각은 재쳐 두고라도 작년여름 땀, 마늘냄새가 올겨울까지 매워서 옆에 가기는커녕, 근처에 얼씬거릴까 겁부터 날 정도다. 빨아 입기만 해도 될 것을 빈티, 궁한 티는 왜 달고다니는지 이해난이다. 여기다가 일부노인은 햇살아래 걷기정도의 운동은 싫어하면서도 주색잡기에 집착한다, 그러니 “아이구 허리야” “아이구 어깨야” “아이구 가슴이야”는 당연한 수순이다.

노인의 속성에는 더 많은 것이 있지만 고작 대여섯 가지만으로도 사람들에게(가족은 물론) 정나미가 떨어져 멀리 도망갈 수밖에 없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야초는 이러한 홀대가 끔찍하게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거미문신으로 환대조차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인가?

아니다. 늙음을 괄시 받지 않기 위해서다. 어느 날 신호등 앞에서 끼어들어온 차를 나무라다가 청년들에게 멱살을 잡혔고 도로변 주차문제로 “이 새끼야! 나이가 무슨 자랑이가?” 팔뚝을 꺾이는 행패를 두 번 다시는 당하지 않기로 작심했기에 눈에 잘 띄는 오른쪽 팔목 바깥에다 거미를 새긴 것이다.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 주변에 얼씬 못하도록 그린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의 솜씨여서 그런지 한폭의 예쁜 정물화 인듯 예술성도 엿보았다.

야초는 아직도 상대를 제압할 만한 부리부리 눈매와 180미터 키에 78키로의 당당한 몸매를 가졌다. 그래서 거미 문신이 통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게 문신을 권하지만 보통 키에 60키로 체중의 나는 안 할란다.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한다. 이런 소리가 싫어서다.


“저 영감쟁이 무얼 잘못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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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문 2011-11-29 14:51:28
가끔 올라오는 배 선샘의 글 소재의 아이디어들이 너무 향기롭고 좋습니다.

배이제 2011-11-29 20:18:47
아우님이 잡필을 애독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야초와 가창길을 2시간 걸었고요 백지원의 저서 "왕을 참하라'도 들고 왔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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