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에 ‘청소년 배려석’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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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에 ‘청소년 배려석’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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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청소년에게 자리 양보하고 무거운 가방 들어주는 청소년 배려 문화 제안

지난 10월 10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제6회 임신부의날 기념식장 앞에서 9개월 된 한 임신부가 지하철 임신부 배려석을 더 눈에 잘 띄도록 핑크색으로 도색해 달라며 1인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노약자석이 실제 경로석 성격이 강해 임신부에게 유명무실하고 임신부 배려석도 홍보가 덜 되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 이 1인 시위 소식을 들으며 우리 해맑은 청소년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대중교통 노약자석은 고령자, 임신부, 장애인,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05년부터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의 제정에 따라 ‘교통약자석’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상의 교통약자에는 청소년이 명기되어 있지 않다. 청소년은 교통약자일까? 아닐까?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약자석의 확대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임신부 배려석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 장애인들의 대중교통이용의 편의환경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가진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은 그 논의에서 배제되어 있고 전혀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은 대중교통 속에서 언제나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이 대중교통 환경속에서 존중받고 양보받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며칠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가 200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소년 16세의 96.6%, 17세 94.9%가 적정수면시간인 8시간 30분도 못 자고 있고 외국과 비교해 우리 청소년의 수면시간이 최저 수준이며, 한·미·일 연령별 수면시간 비교에서 40대 초반에 가장 짧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15-19세 청소년기에 수면시간이 가장 짧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우리 청소년들이 새벽부터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잠을 설치고 있고 과중한 학업량으로 무거운 가방으로 인한 척추측만증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정재윤 교수는 ‘청소년들은 등에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한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은 채 장시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흔해 신체에 무리가 가해져 오래될 경우 근육의 비대칭적 발전 등을 초래해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석하 교수는 ‘허리나 목에서부터 시작하여 손끝이나 발끝으로 하나로 이어져 저린 방사통이 청소년에게 오며 잠을 깰 정도로 심한 통증이 오는 경우 5분 이상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 5월 24일자 메디컬투데이)

우리 청소년들은 지금 심각한 수면 부족과 성장 장애, 입시 스트레스에 쌓여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발육 문제뿐만 아니라 병원 하나를 떠안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안에서 청소년이라고 해서 자리를 양보하거나 가방을 들어주는 어른들은 눈씻고 봐도 없다. 오히려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고 욕을 먹는가 하면 아줌마, 아저씨들도 ‘돌도 씹어먹을 나이인데 뭐가 피곤하냐’며 은근히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무언의 압박도 서슴치 않는다. 해맑게 웃으며 수다를 조금만 떨어도 시끄럽다며 호통을 치고, 손잡이를 잡고 졸고 있어도 누구하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국가는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기본법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청소년복지 증진을 시행하여야 한다. 이는 청소년이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뿐만이 아닌 “청소년 배려석”을 만들고 어른들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피곤한 다리를 쉴 수 있도록 양보해주는 문화를 조성하는 시각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록 적은 좌석이겠지만 그 상징적 의미는 대단히 크며 지금까지 말로만 청소년을 위해 왔던 우리 사회가 실질적으로 청소년을 격려하고 배려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의 첫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은 너무도 고달프고 피곤하다. 청소년 배려석을 떠나 무거운 가방 하나 들어주는 어른들이 많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어깨가 덜 무거울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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