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의 밝은 달은 마음을 비추네
깊은 숲은 상쾌한 기운을 전하고
엷은 그늘 흩날려라 치솟는 아지랑이 기운
술이 익어 살며시 취기가 돌고
시를 지어 흥얼노래 자주 나오네
한밤중에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
피눈물 자아내는 소쩍새 아닌가
소리와 그늘과 시의 정원
- 소쇄원(瀟灑園)
^^^▲ 소쇄원^^^ | ||
전라남도 담양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나라 가사문학(또는 정자문학)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져 왔다. 가사는 시조와 함께 우리 나라 고시가의 대표적인 문학형태다. 그 발생시기는 대략 고려시대 말엽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당대의 고승인 나옹화상이 지었다는 서왕가와 정극인의 상춘곡 등이 초기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걸맞게 지금도 마을에는 소박하게 꾸며진 원림(정원)들이 곳곳에 있으며, 무엇인가 있을 성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아담한 정자가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이 가운데서도 담양하면 빼놓을 수 없는 너무나 유명한 원림이 하나 있으니 그곳이 바로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민간정원의 백미를 보여주는 곳으로 조선 중종때 양산보라는 사람이 30대부터 짓기 시작하여 40대에 완성한 것으로 그의 별서정원 이었다 한다. 별서정원은 살림집에서 떨어져 산수가 좋은 곳에 마련된 주거공간을 말하는데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별장에 해당하는 것이다
소쇄라는 말은 본래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나오는 말로 깨끗하고 시원함을 의미하며 주인 양산보도 그 뜻을 따라 정원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호를 '소쇄옹'이라 했다한다.
가을이 가기전에 추억여행을 하고 싶어서 광주를 향해서 갔다. 우선 문학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전라도 지방은 가사문학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문학을 하는 이라면 꼭 한번을 들러야 한다. 가기 전 부터 사전 점검을 하고 광주 학우의 안내로 소쇄원을 향해 갔다.
오전에는 비가왔지만 오후에는 햇살이 간간이 보이기도 했다. 해질 무렵이라 약간 붉은 햇살은 곧게 뻗은 대숲을 향해 비춰지고 있고 스산한 갈 바람은 속에서 대숲의 환영사를 들으며 소쇄원 입구에 들어서자 조그마한 광경은 포근하리만치 작은 세계가 펼쳐졌다.
입구에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廬)라는 큰 문패가 눈에 띄였다. 소쇄공 양산보의 초라한 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문패는 학문을 상징하는 나무인 측백(側栢)나무가 문패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은 "우리집은 학문을 하는 집이다"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대봉대(待鳳臺)라는 초가지붕 정자(停子)가 보인다. 대봉대는"봉황을 맞이하는 곳"이라 해서 "봉황처럼 귀한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는곳"라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봉대에서는 소쇄원의 모든 경관이 한 눈에 들어왔다. 위로는 주인이 서재 겸 사랑채로 사용하였다고 하는 제월당(霽月堂)이며, 바로 아래쪽은 손님들에게 내어주었 다는 광풍각(光楓閣)이 있다.
가만히 이곳 저곳을 거닐다 보니 소쇄원에는 선비의 기개를 자연으로 잘 나타나 있었다. 고아함과 지조가 최고라는 매화 소나무 대나무 연꽃과 국화등이 심어져 있었다.
광풍각(光楓閣) 마루에서 개울가에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니 나도 저 흐르는 물에씻기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뒷켠의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고 있어 바람결에휩쓸려 가는것이 계곡따라 흐르는 물처럼 보였다.
너무 늦게 도착한 우리는 소쇄원을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짙어오기 시작하였다. 내일 돌아다닐 곳을 향해 우리는 숙소로 정한 담양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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