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촛불시위, 그리고 한-칠레 FTA와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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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 촛불시위, 그리고 한-칠레 FTA와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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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다이내미즘과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

^^^▲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그날의 함성
ⓒ 뉴스타운^^^
우리는 아직도 시청 앞과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그날의 함성을 기억한다. 온 나라를 기쁨의 환호에 몰아넣고 모든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환호를 지르던 그 다이내미즘을 누가 잊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촛불시위가 있었다. SOFA 개정을 요구하며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시위들이 연일 끊이지가 않았다. 그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힘은 결국 대통령선거에서 이변을 낳는 결과로까지 연결되고 말았다.

사회학계에서도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인터넷세대에 각자의 컴퓨터에 메몰되어 채팅이나 게임에 중독이 되어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지극히 개인화된 존재로만 생각되던 존재들이 갑자기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사회를 움직여가는 힘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변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서 다시 이라크 전을 반대하는 시위가 동일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직접 파병의 대상이었던 것도 아니고, 북핵문제가 표면화되지도 않았었다. 순전히 도덕적이고 인도적인 이유로 일어난 자발적인 운동이 또 다시 되풀이된 것이었다. 그것도 일어난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시작도 되기 전에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사상초유의 운동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머나먼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었던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북한의 핵문제로 험악한 정국이 도래했다. 우리의 대통령 중 처음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던 대통령은, 그런 행동 때문에 더 깊이 머리를 숙여야만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토록 반대하던 이라크에 우리의 군대를 이미 파견해놓고 있다. 그리고 추가로 아마도 전투 병력을 포함한 더 많은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광화문 앞에는 더 이상의 시위는 없다.

아니 그곳에는 ‘결사항쟁’을 외치는 노동조합원들의 피를 흘리는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외치던 평화의 외침은 슬그머니 어디로 가버렸다. 이제 그 자리에는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절규와 가혹한 탄압만이 남았다. 하나도 뭉쳐서 그렇게 강렬하게 외치던 국론은 분열되어 파병을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부딪치고 있다. 그 때와의 유일한 차이점은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우리에게 현안으로 닥쳐온 것이 칠레와의 FTA 협약체결에 대한 국회비준 문제이다. 얼마 전 WTO 총회가 열리던 멕시코의 깐꾼에서 우리나라의 한 농민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웅변적으로 시위를 벌였었다. 도하라운드가 체결되어 농산물에 대한 수입 장벽이 무너지면, 우리의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의 죽음 앞에서 국민들은 숙연한 자세이지만, 정치권은 조용하지 많은 않다.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농업이 발달한 반면에 공업기반이 취약한 나라로서 우리와 보완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정책적 판단과 함께, 우리의 가전제품이 칠레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칠레를 놓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공산품 제조업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를 감동에 빠뜨렸던 그 엄청나게 분출하던 에너지와, 평화를 기원하던 숨겨져 있던 염원들은 오늘날 눈앞의 이익에 가려져 버렸다. 한때 평화에 목말라 몸부림치던 우리국민들을 이제 각자의 이익에 따라서 제각기 서로 반대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단지 외부의 압력이 강하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국민들 중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평화를 염원하며 새로운 역사를 열려고 해도 현실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많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큰 수많은 난관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촛불을 들고 평화를 염원하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이라크 파병문제이다. 우리가 그토록 반대했던 전쟁터에 우리의 군대를 보낼 수는 없다. 그곳이 우리의 군대에게 위험한 지역인가 아닌가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반대했던 명분 없는 전쟁이기 때문에 군대를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북핵문제와 관련된 우리의 안보가 조금의 위험에 놓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문에 남의 평화를 짓밟는 것에 동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지난번 이라크침공을 반대할 때처럼 우리민족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그래서 한국에게 압력을 가해서 파병을 하도록 하겠다는 발생자체를 봉쇄하여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다이내미즘이 분출하고 폭팔해야만 할 때이다. 럼스펠드의 눈앞에서 우리민족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서, 대통령을 닦달하는 것으로는 결코 우리나라를 요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과 칠레의 FTA 비준문제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나는 도하라운드를 반대한다. 때문에 한국과 칠레의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절실하게 시장을 필요로 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칠레는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살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칠레가 잘 만들 수 있는 것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칠레가 경쟁력을 가지는 농산물은 일부에 국한된다. 그러나 도하라운드가 체결되어 전반적인 농산물시장이 열릴 경우에는 모든 농산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도하라운드와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칠레와의 FTA를 비준해야만 한다. 전반적인 농산물시장개방은 우리의 농업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하지만, 선별적인 FTA의 체결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고통으로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WTO체제를 반대하면서도 시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와의 FTA는 또한 선진국주도의 위로부터의 세계화가 아니라, 같은 개발도상국끼리의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로 생각될 수 있기에도 긍정적이다.

광화문 앞에서 열광에 들뜨는 그 날 우리는 모두가 형제였고 친구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다시 화염병을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 모두가 형제가 되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중소기업은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대기업 노조는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 나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강제출국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떳떳한 마음으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의 위협을 내세우는 외세 앞에 떳떳하게 맞섰노라고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가슴을 열고 서로를 부둥켜 않고 눈물 흘리던 한 겨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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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갖자 2003-11-20 14:01:23
나누고 양보하고 그리고 단합해서 살기좋은 나라 만들자 뉴스시간 짜증나서
10분 텔레비 끄는 사람들 많다. 제발 이성적으로 다함께 노력해보자

햄스터 2003-11-20 15:33:21
하튼 요즘 너나 할것없이 다들 일어나서 거리로 나와 난리 법석이니.. 쯔쯧!

다들 왜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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