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파스, 그리고 사파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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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파스, 그리고 사파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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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 위원회를 출범하다

2003년은 1994년 NAFTA 발표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오던,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운동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해이다. 7월부터 종전의 무장투쟁을 병행한 정치투쟁을 스스로의 자치를 위한 평화적인 운동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원주민 마을들끼리 연합해서 원주민들의 거주지역을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누어 자치를 시행하기로 합의하고 ‘좋은 정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로서 그동안 원주민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주역으로 활동해 왔으며 원주민 자치조직과 접합되어 활동해 온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은 원주민 공동체로부터는 분리된 군사조직으로 개편되게 되었다.

이들의 이러한 노선의 변화는 ‘우리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으니, 너희도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새로운 차원의 노선변화로 생각된다. 멕시코 정부는 그동안 멕시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는 사파티스타 운동에 대해, 군대를 동원한 직접적인 진압은 자제해 오는 대신 민병대등 준군사조직을 통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왔었다.

원주민 공동체인 ‘좋은 정부위원회’ 와 EZLN의 분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한 단계 높은 정치적 공세로 볼 수도 있다. 원주민 공동체로부터 군사조직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감으로써, 정부와 지주들이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 2001년의 차아파스로부터 멕시코시티로의 행진을 통해 얻어낸 일련의 법개정이 미비해 원주민의 실체만 인정하고 권리는 인정하지 않아왔던 것을, ‘좋은 정부위원회’라는 비군사적 자치조직을 탄생시킴으로써 멕시코 정부가 현실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파티스타 운동은 1994년 1월 1일 NAFTA(북미무역자유지대)가 발효되는 바로 그날을 택해서, ‘세계화야말로 오늘날의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수탈의 가장 큰 적이다’라고 규정하며 봉기하여 반 세계화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특히 그들의 지도자이며 부사령관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마르코스의 호소력 있고 유려한 문체는,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와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또한 그들의 투쟁과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원주민 자치의 현장을 생생하게 촬영한 다큐멘타리 영화들이 전세계에 배포되어 그들의 투쟁과 삶에 대한 지원을 높여왔었다. 현재 멕시코에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타리 영화가 200편이 넘는다고 한다.

‘치아파스 : 그 역사와 존엄성’ ‘치아파스 : 완결되지 않은 역사’, ‘마르코스 : 역사와 말’ 등 일련의 사파티스타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쌓은 크리스티앙 칼로니코 루시오 감독은 2003년 11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강연을 하기도 했다.

사파티스타 운동은 또한 원주민 운동이나 게릴라 운동의 방법 면에서 신기원을 이룬 운동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을 10년가량이나 멕시코 정부의 무력진압으로부터 막아낸 것이 그들의 군사력이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와 각종 성명서를 통한 세계시민사회에 대한 그들의 강력한 호소력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그러한 사파티스타 운동에 대한 비판적인 저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바로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마르코스’ 이다. 이 책은 마르코스를 비롯한 사파티스타 운동의 일련의 지도부가 지식인 메스띠조 들이라고는 점을 지적한다. 비록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원주민의 권리회복이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사파티스타 운동은 원주민 공동체를 내세워 스페인 정복이후부터, 멕시코가 독립을 이룩한 이후인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수탈의 대상이 되어온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회복을 주장해 왔다. 그래서 가장 자원이 치아파스 주는 멕시코에서 가장 자원이 풍부한 주 임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절대다수가 인디헤나 원주민이기에 수탈의 대상이 되어 가장 빈곤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며 자치를 주장해온 것이다.

그래서 사파티스타들은 근본적인 수탈대상을 세계화로 규정하고, 반세계화를 원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할 대상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실은 그들의 원주민 운동을 좌파적 이념을 선전할 대상으로 만 생각하는, 일련의 마르크스 레닌주의자 지식인들의 운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또 평화적이고 방어적으로 보이는 사파티스타의 무장봉기 과정에서 이루어진 내부의 잔학성과 인디헤나 원주민에 대한 자신들 스스로의 학살의 증거들도 제시한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을 마치 ‘체 게바라’처럼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조작의 배후에는 그들 자신의 폭력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사실일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사파티스타 운동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고, 그들이 발전시킨 새로운 형태의 게릴라 운동에 대한 방법론 또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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