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잃어버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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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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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무원의 능동적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화창한 날씨 덕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동네 마실을 나섰다.

마침 학교 후배가 놀러와서 동네를 구경 시켜줄겸 해서 이곳 저곳 들르다 빠뜨릴 수 없는 곳 구민체육회관을 들렀다. 이번에는 배드민트 대회가 열리고 있었고 그 옆에 있는 스쿼시장도 들러보다 아무도 없길래 둘이서 윗옷을 벗구서 대여라켓을 가지고 한 게임 했다.

몇 분 치다가 땀이 많이나서 다시 옷을 들고 밖으로 나와 주변 뚝섬공원을 거닐며 요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놀러 오라며 후배를 보냈다.

그리고 혼자서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자르고 돈을 지불하려 하니 지갑이 사라지고 없었다. 믿을 수 없어서 윗옷을 몇번이고 뒤져 봤지만 지갑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윗옷을 들고 다니다 빠진 듯 했다. 미장원 주인은 고맙게도 나중에 들러서 돈을 내라구 하시며 빨리 지갑을 찾아보라구 했다.

마지막으로 지갑을 확인한 곳을 꺼꾸로 거슬러 동네를 다시 한바뀌 돌았다. 그러나 찾을 수 없어 우선 전화로 카드분실 신고를 하고 지갑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되돌아 보았다.

만원짜리 지폐 몇장과 도서상품권, 지갑 선물받을때 받았던 외국지폐들, 전화번호들, 카드(신용카드,전화카드,철도회원카드 등),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이틀전 미리 사두었던 식권 10장, 택시 영수증 등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내가 아끼는 사진 한 장이었다. 그것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허탈해 하고 있다가 한 친구의 조언을 받아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러 갔다. 혹시 분실물 습득한 것 중에 내 지갑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찰서를 가보았지만 이미 해는 지고 어두워져 있었고 경찰서에는 불만 스산하게 켜진 채 아무도 없었다.

호출을 할 수 있도록 밖에 전화기가 있어서 간단히 용건을 애기 하니까 잠시후면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 있으니 경찰차가 한대 오고 자초지종을 애기하니 분실물 습득 신고는 없었으며, 신용카드를 분실 했으면 카드사고를 대비하여 신고를 하는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고를 지금 하겠다고 하니 여기서는 않되고 관할 파출소로 가야한다고 한다. 요즘 경찰서도 통폐합하는 바람에 낮에는 근무를 하지만 야간에는 한 경찰서에만 근무하고 다른 경찰서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할 파출소를 가기 위해서 다시 경찰차를 타고 한참을 가니 한 파출소가 나왔다. 그래서 신고를 하고 있는데 상사인 듯한 분이 신고는 뭣 하러 하냐구 아무 소용 없다구 하면서 귀찮게 한다는 투로 애기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갑과 그 속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려 심난한데 기분을 거슬리게 한다. 오늘 하루 지쳐서 그렇겠지 싶어서 아무말 없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접수가 완료되어 접수한 내용을 프린트해서 주고는 그냥 돌아가라는 것이다.

아니, 길도 모르는 곳에 대려와 놓고는 그냥 가라니 이 무슨 말인가 싶어서 한마디 했다.

"이사 온지 얼마 돼지 않아서 길도 모르는데 여기까지 대려 와서는 그냥 가라면 어떻게 합니까? 집에 까지는 못 데려다 주더라도 내가 신고한 곳까지는 데려다 줘야 하는것 아닙니까?"
"우리는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을 했고, 분실 실고를 할려면 이곳 파출소에 와야 되기 때문에 데리고 왔지만 다시 데려다 줄 수는 없어요. 안 그래도 인원이 부족해서 순찰돌 시간도 없는데... 길을 가르쳐 드릴테니까 걸어가세요 멀지 않아요."

멀지 않다는 말에 차를 타고 와서 빙글 돌아서 그렇지 그렇게 멀지 않는 곳이구나 싶어서 일러준 길을 따라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는 길이 너무 어둡고 차들도 많이 안 다니는 곳이어서 혹 여자가 다니다간 큰 변을 당해도 잘 모르겠다 싶어 정말 황당한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가깝다고 한 곳이 걸어서 20분 거리라니.

집에 돌아 와서 생각해 보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요즘 관공서나 공무원들도 청렴을 강조하고 친절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새롭게 변모하려 하고, 실제로 친절해 진 관공서가 많아졌는데 국민의 지팡이라 자칭하는 경찰서에서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통폐합은 왜 했으며 누구를 위해 한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물론 자신의 임무도 있고, 해야할 일과가 있어서 몸도 마음도 지쳤을 것이다. 그것도 밤이라 순찰도 많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경찰은 국민을 지키는 지팡이 일 뿐 아니라 주민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카운셀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직업적 서비스가 아니라 능동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능동적인 서비스로 주민에게 다가갈때 과거의 권위적이고 무서움의 고정적인 관념을 타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조그마한 것에서 실망과 감동을 받는 소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정녕 사소한 것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걸음 다가가는 서비스, 능동적인 서비스가 정착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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