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훈의 가치관과 실천방법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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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김훈의 가치관과 실천방법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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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견을 끝까지 당당하게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

^^^▲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책표지^^^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김훈 씨가 생계를 도모하기 위해 여기저기 썼던 토막글을 산문집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로 묶어냈다.

내가 여기서 굳이 김훈이라는 사람을 소개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고민하는 가치관과 행동의 불일치에서 오는 괴리감을 해결한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써 이런 고민들을 과감히 풀어냈다.

"난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 안 해.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지"

김훈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쾌도난담'이라는 코너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절대 우월하다'는 그의 생각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말한 적 있다. 사회적 흐름에 크게 반하는 내용이고,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반발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그는 보편적 진리를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편견을 끝까지 당당하게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현실과 자신에게 자신만의 확고한 입지가 서있는 것이다.

그는 미리 설정한 사유의 틀 속으로 세상을 편입시키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위기극복의 이름으로 인간의 구체성을 추상화하지 말라'고 한다. 그 추상성은 권력의 힘일 뿐이라고 직격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정서'라는 허깨비를 만들고 끌어안고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보편과 객관을 걷어치우고 집단의 정의를 조롱해 가면서 그 자신의 편애와 편견을 향하여 만신창이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일인 대 만인'의 투쟁을 스스로 선택해 힘겨운 싸움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닌 나에 뿌리를 둔다. '신창원 사태'에서도 흉악범 신창원에게 남은 1%의 인간성을 그는 옹호한다. 신창원 등에 그려진 문신을 보여주기 위해 형사들이 들추어낸 그의 알몸은 국가의 것도 언론의 것도 국민의 것도 아닌 그의 것이라고 김훈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운동으로 살을 뺐다'고 말한 이영자의 말을 정직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그렇다고 부정직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 말이 정직이나 부정직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말이라 한다. 그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것으로부터 그는 본질 모르는 인간의 본질에 다가선다.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런 생각, 행동들은 자칫 잘못하면 다른 이들로부터 심한 비판과 제재와 탄압을 받을 수 있다. 아니 그는 이미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런 현실에서 도망가려고 하지 않는다. 당당히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면서 말이다. 내가 부러운 것은 바로 이런 그의 태도이다.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편견과 아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절대 굽히지 않는 굳은 심지. 그리고 당당함. 우리가 아니, 내가 본받아야만 하는 자세다.

"말들은 허상을 만들고 허상 위에서만 타협이 가능하다. 결국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말하여지지 않는다"

그는 이런 당대의 말을 부정하고 당대를 부정한다. 이것이 아마 그의 글과 행동의 원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생각은 정치적이지 않을 만큼 단순하고 정략적이지 않을 만큼 우직하다. 그의 말처럼 선택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차이의 문제이고 옹호의 문제일거라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듯 하다.

책상 앞에서 읽는 것보다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읽는 것이 더 좋은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이 책의 저자인 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보행, 단독주행, 단독비행 한다. 그의 말처럼 세상은 읽혀지거나 설명되는 곳이 아니고, 다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남으려면 탄압과 비난을 불어올 수 있는 말일지언정 자기 말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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