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른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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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른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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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좌파 도미노가 될 것인가

11월 9일 과테말라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지난 20년 동안 과테말라의 실질적인 실력자로 행세해온 현 국회의장 리오스 몽의 거취에 온갖 촉각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그는 11월 9일의 투표에서 16%의 지지를 받는 것에 그쳐 3위에 그쳤다.

이 결과는 선거직전부터 나온 여론조사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지만, 그가 그동안 보여준 집요한 권력에 대한 집착에 미루어 볼 때 실제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과테말라에는 그가 여론조사에서의 불리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유권자 명부조작이나 투개표에서의 폭력행사와 개표 부정 등의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통해 권력을 쟁취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었다.

리오스 몽은 1982년 쿠테타를 일으켜 스스로 대통령에 취임한 후, 대통령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준 후 막후에서 정계를 실력자로 행세해 왔었다. 그는 1990년부터 다시 출마하려 했으나 쿠테타를 일으킨 사람은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에 번번히 좌절당했었다.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출마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그는 두 번에 걸쳐 재심을 요구하며 헌법재판관을 바꿔서 겨우 출마자격을 얻은 것이다. 낮은 인기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출마에 집념을 보이자,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자행될 것이라는 것이 널리 예측되어 왔다.

실제로 유권자 등록기간 중 그가 속한 집권 FRG당 당원에게 선거등록에 필요한 주민등록증(cedula) 발급비용을 대어주고, FRG당원에게 식량배급의 우선권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불법선거의 조짐이 보였었다. 또 투표 직전인 10월에는 치안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일부 군대가 수도 내로 진입하기도 했다. 실제로 선거를 10일가량 앞두고 국회의 다수당인 FRG당원의 단독발의와 전격적인 가결로, 일요일인 선거일의 전후 2일간을 쉬어 3일간을 연휴로 한다는 법령이 통과되었다.

표면상의 명분은 부재자 투표제도가 없어 실제 거주지가 아닌 본적지로 가야만 투표를 하는 과테말라의 사정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법안에는 ‘병원, 경찰, 소방서등을 일부 명시된 곳을 제외한 모든 기관’이 휴무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식당이나 공장은 물론 심지어는 법안에 명시되지 않은 각종 정부의 민원기관과 TV방송국, 신문사까지도 휴무를 해야만 하게 되어있었다.

뽀르띠요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주요정부기관들은 휴무를 하지 않도록 조처했다. 결국 투표일을 4일 앞두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이 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리오스 몽 후보의 사위인 뽀르띠요 대통령과 리오스 몽과의 결별설이 나돌기도 하고, 여론에 밀려 법안은 거부했지만 투표당일 범죄조직을 동원한 대대적인 투표방해를 통해 투표를 무효화시킬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날 선거는 평화적으로 치루어졌다. 몇 군데 투표소에서 방화를 하는 일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선거준비의 소홀로 불편을 겪은 선거인들의 항의의 표시였지 조직적인 선거부정의 표시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변이 없다면 38%를 얻어 1위를 한 GANA연합의 오스카 베르쉐 후보와 27%를 얻은 UNE 당의 꼴롬 후보가 12월 27일 결선 투표를 치러서 차기 대통령을 정하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27%를 얻어서 16%를 얻어 3위를 차지한 리오스 몽 후보를 넉넉하게 제치고 얻어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 꼴롬 후보이다. 꼴롬은 바로 1996년 과테말라 정부군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해서, 34년간에 걸친 내전을 끝낸 과테말라 반군인 URNG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99년의 대선에서도 내전 종식 후 무장을 해제하고 정당으로 변신한 URNG의 대선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매우 저조한 득표로 낙선했었다. 그는 이번에 URNG에서 독립해서 UNE당의 후보로 다시 대선에 도전했다. 이번 선거기간 내내 그는 유순한 이미지와 온건한 공약으로 선거운동에 일관한 결과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수도인 과테말라 시가 있는 과테말라 주에서는 베르쉐 후보가 52%의 득표를 한데 비해, 꼴롬은 다수의 시골 지역에서 베르쉐 후보를 누르고 1위의 득표를 얻었다. 여기에 3위로 결선투표에서 탈락한 리오스 몽 후보와 다른 후보들이 꼴롬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향후 전망은 예상외로 꼴롬 후보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꼴롬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 1차 투표에서 기권을 했거나 분산되었던 그의 지지표가 결집해서 꼴롬의 지지가 급상승 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번에도 선거에 참여한 URNG 당은 2% 정도의 저조한 득표에 그치고 말았다. 이는 전 세계에 전반적으로 불고 있는 좌파지도자의 온건화 노선바람과, 최근 잇따랐던 남미 선거에서의 좌파열풍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꼴롬이 이번 결선투표에서 1차 투표의 결과를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제 그와 UNE 당은 과테말라 정계에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전 끝에 한때 집권에 성공하기까지 했던, 니카라구아의 산디니스타가 지금 야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어 중남미 변혁운동의 흥미 있는 관찰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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