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전국 노동자대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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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전국 노동자대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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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진정한 대상은 무엇인가

^^^▲ 9일 열린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이날 대회의 결의문 어디에서도 WTO반대마 반세계화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사진/고병현 기자^^^
민주노총은 9일 오후 3시 시청 앞 광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국민연금 개악저지·노동탄압 분쇄·파병반대·WTO 반대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5만-10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모인 이날의 대회는, 모인 노동자들의 숫자만큼이나 쇠파이프와 보도블록, 화염병이 난무하는 격렬한 시위로 발전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연행되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오늘날의 현실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잇 다른 노동자들의 죽음이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은 이제 심각한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국 노동자 대회의 공식이름도 ‘비정규직 차별철폐...’로 시작되는 전례 없이 긴 제목의 대회였다. 그러나 이날 채택된 ‘투쟁결의문’의 내용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 노동자의 인식수준이 얼마나 낮은 가를 명백하게 알 수가 있다.

투쟁결의문에는 이날 대회의 공식이름에 명시된, 비정규직 차별철폐, 파병반대 WTO반대 중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파병반대만이 단 한번 언급되었을 뿐이다. WTO반대와 반세계화 등의 내용은 결의문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투쟁결의문과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의 연설문을 뜯어보면, 당장에 닥친 이슈인 손배 가압류 문제에 이날 집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 개악반대, 퇴직금제도 개악 등 당장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IMF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제개방과 세계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장 진보적인 노조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노총의 인식수준은 아직도 이렇게 지엽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우리사회의 사회보장 조건이 나빠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인식이나, 그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가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아직도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근시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문제가 이렇게까지 심화되도록 노조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역시, 우선 오늘의 고통을 회피하려는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혹은 대중인기영합 노선 때문이 아니었던가.

오늘날의 비정규직 노동자문제는 내일 오늘의 정규직 노동자 누구에게나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문제에 대한 절박감은 이날 행사를 보도한 내용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나라 노동자의 삶의 조건, 국민경제의 어려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사회적 안전장치의 개악을 만들어낸 근본적인 이유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언급은 대회제목에 WTO반대라는 추상적인 이름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과 싸움의 대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정하지 않고 벌이는 싸움은, 그 싸움이 아무리 규모가 크고 사회적 파장이 아무리 크더라도 혼란만 더할 뿐이다. 그 싸움의 결과로 우선 조그만 성과물을 얻어 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내부적인 전리품에 그칠 뿐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그 고통을 참다못해 숨져간 수많은 노동자의 원혼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들이 싸움의 대상과 방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재설정하여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싸움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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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 2003-11-10 15:52:07
자기내들이 폭력을 동원하니..
경찰도 무력으로 진압할수 밖에요~

앞선지적 2003-11-10 16:35:33
일리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WTO와 연계된 반 세계화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요 한 국가만의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우선 발등의 불부터 끄고 봐야한다.

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당장의 현안 문제에 매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우선 순위를 매겨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다.

반 세계화는 거대한 권력집단과 거대 자본이 흔들어 대고 있는 세계화에 압살 당할 정도의 처지에 있다. 그리고 1개국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그들이라고 해서 그러한 사실을 모를리 없다. 노동자가 죽어가고 그나마 알량한 재산조차 압류당해 재산권 행사도 못하는 질곡과 같은 현실 속에서 우선은 현안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반 세계화의 모적과 실천할 의지 표현이 없다고 너무 나무라는 것은 성급하다. 무엇이든 때가 돼야 한다. 내 코가 석잔대 반세계화를 각종 시위 때마다 외쳐댈 순 없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감아 사용할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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