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의 꿈의 덩굴도
더 곱게 가지를 치지 못하고
더 가볍게 바람에 스러지지 못하고
더 우아하게 푸른 하늘로 소지 못하리.
부드러이, 젊고 가냘픈
너는 밝고 긴
가지를 두려움을 감추며
생기있게 미풍에 걸친다.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
내게 정겹도록 순수한
첫사랑처럼 보이려느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민음사)을 읽는 중 자작나무 숲 사진과 함께 이 시가 적혀 있는 페이지를 발견하였다. 그러자 순간 내 기억 속의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1997년 첫 겨울이었을 것이다. 11월, 12월 뭐 이런 "늦은" 겨울이 아니라 1~2월.. 이런 "첫" 겨울이었던 그 때... 겨울 방학을 이용해 두 달간 여행 겸 방문 겸으로 머물렀던 미국에서 그랜드 캐년 등지로 꽤 긴, 약 2주일 정도의 자동차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다. 어디를 향하던 길이었을까. 꽤 오랜 시간 전이었던 까닭에 그에 대한 기억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쨋든 여행 중 우연히 자작나무 숲을 지난 적이 있었다.
열지어 선 자작나무들 사이로 뻗은 작은, 정말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을 듯한 길 하나. 그 위로 아주 천천히 지나가면서 난 그 호젓한 아름다움에 숨이 막혔었다. 꽤 어렸음에도 말이다.
숲은 겨울 숲이 아름답다. 물론 녹색 신선함으로 가득 찬 여름 숲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름 숲은 수많은 벌레들과 무수한 인파때문에 내겐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와 달리 겨울 숲은 무언가 비어 있는 듯한 고요함-동물들도 겨울잠을 자고- 이 있다.
정제되어 있는 듯한 그 고요함 속에 잎을 버린 채 서 있는 나무들. 잎도 열매도 꿈도, 모두 하얗게 덮인 눈속에 고이 묻어둔 채 다음 해의 찬란한 봄을 꿈꾸며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
그 때의 아름답던 정경이 떠올라 이 고요한 겨울 밤, 그 때가 너무나 그리워진다. 다시 한번 겨울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프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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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자작나무 어쩐지 낭만 고요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