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운동 '보이지 않는 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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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운동 '보이지 않는 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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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짧은 기록 (2)

^^^▲ 지난 11월 30일에 있었던 교보문고 앞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모습
ⓒ 뉴스타운^^^

최근 '여중생 사망사건'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 있다. 연일 촛불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반미감정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도 한몫을 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 누가 어디에 서명을 했느니 말았느니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가 하면 언론 또한 이를 거의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살인사건'인가 '과실치사'인가?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일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 사건의 본질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 본질을 망각한 이미지 놀음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좋다. 우리는 먼저 이 사건이 '살인사건'일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둔다. 이는 미군측의 주장이나 무죄평결 등과는 전혀 별개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정황근거가 있다.

일부 무책임한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여중생을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 술김에, 혹은 화가 나서, 혹은 장난삼아 세번 네번 바퀴로 짓이기며 깔아죽였다'는 등의 이야기를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불확실할 뿐더러 악의 화신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이 대명천지에 발생할 수 있으리라고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반면에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몇몇 증언, 이를테면 사고 당시 사고 피의자들이 현장에서 갈팡지팡하며 허둥대고 있었다는 등의 증언은 이 사건이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사고사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 여중생 사건을 '살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여중생 범대위
ⓒ 여중생범대위^^^

그럼에도 현재 모든 여론과 언론은 이 사건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이런 사실에 대한 논구는 뒷전이다. 드러난 현상에만 주목하여 이미지 놀음에 치중하고 있다. 여론을 바르게 전달하기보다는 여론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을 따름이다.

'어느 여고생의 편지'

앞선 글에서 우리는 이 사건이 '특정한 의도를 지닌 세력'에 의해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우리는 그 우려가 지금 현실이 되어 우리앞에 마주 서 있다는 생각이다.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당시 인터넷에는 '어느 여고생의 편지' 하나가 유령처럼 떠돌아 다녔다.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작성자 미상'의 편지였다. 그리고 그 편지는 어느새 플래시 형식을 띠고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편지를 접하면서 우리는 그 내용이 무척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그 편지의 주인공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는 여중생 사건 말고도 몇 가지 사건이 겹쳐 있었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었고, 월드컵 막바지에는 느닷없는 북한의 '서해도발사태'가 이어졌다. 특히 '서해도발사태'의 경우, 이른바 '연평총각' 사건이 불거지면서 서해도발사태에 대한 북한과 남한의 책임소재를 두고 남남 언론사간 치열한 언언공방이 전개되었다. 도발한 쪽은 가만히 있는데 도발을 당한 쪽에서 '알아서 기는' 형국이었다.

겨우 3명의 상근인원으로 사이트를 꾸려가던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우리는 먼저 연평도로 달려갔다. 당시 상황에서는 그게 우선순위라 여겼기 때문이다. 거기서 우리는 '연평총각'을 두고 벌어진 서해도발사태의 원인에 대한 언론사간 책임소재 공방에 대해 나름대로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그러나 그 실마리는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 이유는 다른 글을 통해 전할 날이 있게 될 것이다).

'여중생 범대위'는 '깡패조직'이었다?

^^^▲ 지난 6월 30일 여중생 49재 모습
ⓒ 뉴스타운^^^
다음 수순은 당연히 여중생 사망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사문에서 밝혔듯이, 이 사건에 대한 취재는 이른바 '여중생 범대위(이하 범대위)'라는 단체에 의해 처음부터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취재 자체가 원천봉쇄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범대위가 <뉴스타운>에 가한 직접적인 위해는 <뉴스타운>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네티즌 회원의 취재에 의존하던 <뉴스타운>은 그 사건이 공개되면서 네티즌 회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신분보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타운>의 이름으로 취재 나가기를 거부했고, 그 바람에 상당 기간 기사를 내지 못하는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우리는 여러차례 '여중생 범대위'측에 전화를 걸어 이 사태에 대한 범대위의 공식적인 사과와 카메라 반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범대위는 그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큰소리를 쳐댔다. '시민단체'라기보다는 영낙없는 '깡패조직'의 모습 그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범대위'의 수상하기 짝이 없는(깡패집단 비슷한) 정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범대위라는 집단이 어떤 집단이길래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터넷에서 나름대로의 자리를 지켜온 인터넷신문의 취재를 방해하고 게다가 카메라까지 강탈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에 대해 일번반구의 사과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사과는 커녕 도리어 <뉴스타운>을 '프락치' 집단으로 몰아, 게시판을 통한 이른바 '사이버테러'를 지시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패악질을 어떻게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버젓이 달고 자행할 수 있단 말인가?

여중생 범대위와 자통협, 그리고 민중의 소리

^^^▲ 범대위의 목표는 오직 '미군철수'
ⓒ 여중생범대위^^^
이러한 의문은 범대위의 정체에 주목하면서 하나씩 풀려갔다. 범대위는 처음 우리가 생각한 '시민단체'가 아니었다. 여중생 사망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단체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지닌 조직에 의해 특정한 목적을 띠고 결성된 하부조직 가운데 하나였다.

공식명칭을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로 내건 범대위는 2002년 6월 26일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이하 자통협)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의되고 자통협 산하조직 형태로 결성된 임의단체에 지나지 않았다. 범대위는 다만 명목상으로 내세운 껍데기일 뿐이고 실제로 범대위를 움직이는 세력은 자통협이었다.

그렇다면 자통협은 어떤 조직인가? 자통협은 "조국통일은 반통일세력과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 때만 가능"하다는 인식하에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방안의 합의·확산 등'을 4대 정치적 과제로 내걸고 '그때그때 조성된 정세에 맞게 구체적인 요구와 구호를 내걸고 싸워나가고' 있는 연합체적 성격의 단체이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는 자통협이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는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범대위가 "주한미군은 이땅을 떠나라!!"는 구호를 내걸고 이 사건에 뛰어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범대위는 처음부터 여중생 사망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일관되게 '양키고홈'을 외쳤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에 터를 닦은, 마찬가지로 자통협 산하 조직 가운데 하나인 '민중의소리'는 범대위와 라인업을 형성하며 범대위의 모든 활동과 주장을 사진과 기사에 담아 전했다.

"주한미군은 이땅을 떠나라!!"

^^^ⓒ 여중생범대위^^^
범대위를 앞세운 자통협은 이 사건을 "대중들을 통일운동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코자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거의 연일 미군 규탄대회를 열었고 거기서는 예외없이 미군철수 주장이 터져나왔다. 나이어린 학생들도 어김없이 동원되었다. 사건의 진실규명보다는 오히려 '미군철수'가 최대의 목적이 되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통협의 이러한 미군철수 주장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 등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으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로 나아가지 못한 채 답보상태를 계속했다.

그러자 범대위는 일방적인 '미군철수' 주장이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던지, 자신들의 핵심 구호를 "주한미군은 이땅을 떠나라!!"에서 "미군장갑차 희생자, 신효순 심미선을 살려내라!!"로 바꾸었다. 집회와 시위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게으르지 않았으나, 여전히 대중으로부터 잊혀진 시위를 계속하던 중, 범대위의 활동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민중의 소리 취재기자에 대한 미군 폭행사건이었다.

미군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에 의해 절단된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 취재를 벌이던 민중의 소리 기자 두 사람이 미군에 의해 폭행 당한 이 사건은, 나중에 '철사줄로 꽁꽁 묶여'라는 신조어를 남길 정도의 센세이셔널한 기사 바람을 타고 매스컴에 전격 소개되었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바람처럼 퍼져나갔다(이 기사 중 일부는 명백한 허위로 밝혀졌지만 그러나 지금도 이 기사는 수정되지 않은 채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민중의 소리는 이 사건으로 최근 '민주언론상'을 수상했다. 이민주 기자식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결과 지상주의인 셈이다).

자통협, 마지막 '금도'를 깨다

^^^▲ 뇌수가 쏟아져 나온 두 여중생의 참혹한 주검이 공개장소에 게시되고 있다
ⓒ 뉴스타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대위의 활동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시점부터인가 자통협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져 오던 일종의 '금도' 하나를 깨기 시작했다. 궤도차량에 짓이기져 내장이 드러난 두 여중생의 시신을 공개적인 장소에 게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은이의 내장이 길바닥에 쏟아져 나온 참혹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 사진은 어른이 보아도 구토를 일으킬 만큼 혐오적인 것이었다.

자통협이 공개장소에 게시판 그 사진의 파장은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었다. 그것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일반인과 학생들에게도 두 여중생의 참혹한 시신을 담은 사진은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게 참혹한 시신을 담은 사진을 어떻게 공개장소에 내걸 수 있느냐'고 하는 우려섞인 일각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확실한 반응을 담보하는 결과 앞에서 그런 반대 의견은 이미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처음에는 대학가 등의 한정된 거리에서 전시되던 사진들은 점차 더 넓은 공간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인터넷 여기저기에 내걸리기 시작했다(요즘은 신문과 방송에서조차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 시신 사진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 전체가 흡사 광기에 휩싸여 있는 느낌이다. 집단적으로 미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사실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이 나오기 전의 에피소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반미운동의 확산은 누가 뭐라 해도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이 결정적인 동인이었다. 미군측이 아무리 양국 법체계상의 상이점을 들어 해명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은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법 감정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평결이었다. 그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반미열기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무죄평결'은 예정된 시나리오였다?

^^^▲ 여중생 추모 촛불행사에서 추모행사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뉴스타운^^^

지금 우리 사회는 반미 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열기 어디에서도 이 사건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조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건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본질은 무엇인지,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이 사건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이며 그들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어떤 논구도 없다. 마치 그런 것들은 이미 문제가 아니라는 식이다.

외곽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없지 않은 건 아니지만, 거대한 반미열기 속에서 그것은 허랑한 소리로 스쳐지나갈 뿐이다. 설사 중앙으로까지 나온다고 해도 그런 주장은 '친미주의자' '사대주의자'라는 딱지만 붙이면 거기서 이야기 끝이다. 그 딱지가 붙는 순간 무차별 난도질로 절단이 나고 만다.

이 사건은 우선 그 성격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적어도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한에서, 이 사건의 기본적인 성격은 '과실치사'이지 범대위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살인사건'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과실치사에는 미군 일반이 지닌 문제점과 부주의까지가 당연히 포함된다.

^^^▲ 메인기사 전부를 여중생 관련기사로 채운 오마이뉴스
ⓒ 기사화면^^^
그럼에도 범대위는 여전히 이 사건의 성격을 '살인사건'이라 규정하고 있고, 일부 언론 또한 범대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건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중대한 왜곡이다.

사건의 성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이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그것은 대중이 사건의 본질적 측면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거나 사건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대중이 누군가의 의도적인 이미지 조작에 놀아날 수 있다는 의미인 때문이다.

자주통일 - 당위론과 반미운동 사이

사람들은 종종 대세론을 말하곤 한다(여기서의 대세론은 '당위론'이라는 말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대세론은 종종 다른 의견의 개입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현재의 반미열기 또한 상당부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뉴스타운> 너희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반미는 이미 대세이다. 그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시대에 역행하는 반역사적인 행위일 뿐"이라는 식의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주장은 꽤나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역사를, 역사의 진보를 일면적으로만 보려드는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건이 다 역사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아주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사건 하나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이루면서 역사의 중심에 선 예는 많다. 이른바 대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대세가 반드시 역사의 진보에 기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장차 완전한 자주통일국가를 이룩하고자 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 대세론을 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고싶지 않다. 변화는 어느 시기에나 있었고 지금이 변화해야 할 '바로 그 시기'라는 점에도 우리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우리는 이 사건의 본질적 성격이 오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진흙탕에 밀어넣어 역사를 정체시키는 일이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과 북한의 서해도발사태

여중생 사건이 난 얼마 후에 우리는 북한에 의한 서해도발사태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꽃다운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스러져 갔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 일을 밝혀 전하는 것은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이상한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도 잘못된 미신이다.

현재 매스컴은 반미운동의 최선봉에 서 있다. 서로가 향도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매스컴에는 연일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반미운동이 오르내리고 있다. 방송에 얼굴을 디밀고 소리높여 반미를 외치는 그들에게 묻고싶다.

당신들은 도대체 소파협정이 뭔지는 아느냐고? 미군이 왜 한국에 주둔하게 되었는지는 아느냐고? 여중생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은 알고 있느냐고? 당신들을 지금 여기까지 끌고온 자통협이 뭐하는 곳인지는 아느냐고? 그들의 노선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항변을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미군측의 오만한 태도에 있고 우리는 지금 미국과 미군의 그런 태도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다면 미군을 우리나라에 불러들인 게 누구이고 누가 미군을 그렇게 오만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반성 또한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사고가 난 도로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우리 정부의 문제는 없는지를 살펴보고 그 책임 또한 따져물어야 한다.

매스컴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짚고 있는가?

^^^▲ 전 화면을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기사로 센세이셔널하게 장식한 한국일보의 메일링
ⓒ 화면캡처^^^

그러나 과연 그런가? 그런 움직임이 있기나 한 것인가? 단언하건대, 현재의 반미 열기 어디서도 그런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누군가에 의해 이 사건이 '미군 철수'라는 한 방향으로만 이끌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사건을 처음부터 주도해온 미군철수를 통한 반외세 자주통일론자들이 그들이다.

통일에 이르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어느 길이 최선이라는 답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실천적 통일 논의에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 내지는 동의여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제시한 통일방안이 절대하다는 식의 주장을 할 수는 없다. 특정 통일 방안은 그 특정 세력에게는 득이 될지 몰라도 그것이 국민 다수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통일 노선의 차이를 간과하고 자신만의 통일 방안을 실행에 옮긴 결과를 우리는 해방 직후에서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불과 반세기 전의 역사를 통해 직접 온몸으로 확인한 바 있다.

통일을 위한 모든 노력은 존중되어 마땅하지만 그러나 국민적 합의에 의하지 않은, 일부 세력에 의해 주도되는 통일논의는 경계하여 마땅하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의 반미열기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의 시위가 필요하다는 일각(특히 자통협)의 반복되는 주장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민주 기자의 시각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 촛불 추모제의 아이들
ⓒ 연합뉴스^^^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은 어떻게 보면 시민사회단체가 미군과 미국 사회 일반의 감정을 최대한 자극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결과이다. 즉 '불순한' 시민단체가 주동이 되어 지속적으로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미군측의 배심원 제도가 갖는 맹점을 이용한 결과가 미군 피의자의 '무죄평결'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민주 기자의 이런 시각이 충분히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시민단체와 언론이 이 사건의 여론화를 위해 노력한 바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 공헌을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압력, 즉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규정하여 가한 온갖 압력이 결과적으로는 배심원의 무죄평결을 유도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군'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자'로 몰 수는 없다

사실 미군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은 자신이 오직 미군이라는 이유 하나로 부당하게 '살인자'로 매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이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자통협은 미국의 재판 제도가 배심원에 의한 평결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재판이 열리는 날까지 재판정 앞에서 "퍼킹유"를 외쳐댔다. 그런 마당에 어떤 배심원이 유죄평결 내리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미군이 무슨 성인군자이기를 바라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들 또한 감정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무분별한 감성적 접근은 역시 그만큼의 감정을 상대에게 안겨줄 수 있다. 이건 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를 떠나 인간의 성정 일반에 대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자통협은 자신들이 보여준 행동이 배심원의 평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질 못했던가? 아니면 혹여 무죄평결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인 행동을 한 것인가?

우리는 자통협이 의도적인 전략에 의해 무죄평결을 유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며, 그것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우리의 관심은 이제 와서 자통협이 그것을 유도했는가 유도하지 않았는가 따위를 따지는 일에 있지 않다. 다만, 압박 일변도가 아닌 다른 접근 방식 또한 얼마든지 열려 있었음에도 자통협이 왜 처음부터 끝까지 강경책만을 고수했는가 하는 점만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나라 정부의 대미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해 반미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소유한 자통협이라면, 반미운동 확산을 위해 그 정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수행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때문이다.

자통협은 범대위의 가면을 벗어라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정말로 관심을 갖는 부분은 지금 일고 있는 반미열기가 자통협의 그것과 동일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무죄평결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이성적 접근이 아닌 감정을 앞세운 반미운동은 국민 일반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반미운동에 치중하는 경우 우리는 필연적으로 반한감정과 마주 할 수 밖에 없다. 자통협의 주장대로 그것이 일면 우리 정부의 대미협상력을 높이는 성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 반미가 대통령 만든다? 반미운동을 대선전으로 확대 이용하는 오마이뉴스
ⓒ 화면캡처^^^
이것은 미국에 의한 반한감정을 두려워 하거나 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그 길 외에는 길이 없는지를 감성적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게 문명사회에서, 그리고 지구촌 사회에서 독불장군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이고 우리가 취해야 할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 배울 게 없어서 북한식 떼거지 정치를 본 받고 민족주의라는 이름을 팔아 국수주의에 빠질 일이던가.

여중생 사건을 보는 논리가 얼마나 감성적이고 무분별한 지경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단적인 사례는 이번 여중생 사건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여중생 성추행 사건과 단순 비교하는 경우이다. 지난 2000년 7월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병사가 여중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하여 일본내에 반미 분위기가 비등해지자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사건 발생 19일만에 당시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에게 이 시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과 일본의 미군여중생 성추행 사건

이를 두고 반미운동을 주도하는 진영에서는 일본의 경우 성추행 사건에서도 미국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는데, 사람이 둘씩이나 죽은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주장한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여고생의 편지글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이다. 엊그제 TV토론에서는 명색이 역사학자라는 자(한홍구)까지 이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의 대응이 오히려 미미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병사의 성추행 사례는 두 여중생 사망 사건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고의에 의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과실에 의한 사고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는 공무중 사건이 아니었고 다른 하나는 공무중에 발생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여중생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도대체 공통적인 사항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소위 역사학자라는 자부터가 TV토론에 나와서 버젓이 그런 논리를 갖다 붙이면서 어거지를 부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어거지는 사태해결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이런 접근은 서로간에 감정의 골만을 깊게 하고, 나아가서는 그 무지로 인해 상대의 경멸을 초래할 뿐이다.

하여튼, 억지이건 말았건, 범대위라는 껍데기를 둘러쓴 자통협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과적으로 범대위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 범국민적인 반미 열기는 이제 제대로 불이 붙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번쯤은 머물러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 길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인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을 유념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거기에 이르는 과정의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그 일에 기꺼운 동의를 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자신만의 잣대로 상대를 임의재단한 다음, 깡패조직에서나 가능할 법한 집단린치를 행하고 타인의 재물을 강탈하는 짓까지 서슴치 않는 집단이라면, 그들이 아무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그 목적에 한번쯤 토를 달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상식이다.

그러므로 범대위, 아니 자통협에 묻는다. 그대들은 이 운동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사건의 진실인가? 미군철수인가? 반외세 자주통일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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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02-12-12 01:31:29
이런 기사를 읽을때마다 뉴스타운에 오는 보람을 느낍니다
모든 미디어가 도그마에 놀아나도 이곳만은 사건의 중심에서서 이성의 눈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한명의 독자라도 뉴스타운을 보며 속시원해 전다면 그것이 보람 아니겠습니까
지식인도 놀아나고 지도층도 놀아나고 메스컴도 놀아나는 이시대에
뉴스타운만은 바른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지식인 2002-12-12 09:06:28
이거 완전히 똘마니들 집합소구만...회충알 낳고 다니는 똘마니들~
당신네 딸들이 미군 장갑차에 피떡되어 죽어올 수도 있어, 이 싸가지 없는 사람들아

진실은 하나다 2002-12-12 09:09:39
물론 기자님이 지적한 사실들도 생각할 필요는 있지만, 이걸 있고 계시네요.
아무리 고의가 아닐지라도, 또 법체계가 달라도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 정반대의 논리를 내세워 관련자 두 명이 모두 무죄로 판결났다는것! 이건 확실한 기만입니다.
게다가 이번일은 여태까지 쌓여온 오만하고 한국 국민의 인권은 전혀 존중하지 않는 주한 미군및 그들의 만행에 대해 어떠한 따끔한 조치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우리의 무능한 역대 정부에 대한 분노가 쌓여 폭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한번의 과실치사 사건을 침소봉대하여 일어난 것이 아니란 말이죠.
게다가 거기 모인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사람도 소수 있겠지만, 대다수이 사람들이 효순이, 미선이를 추모하고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같은 억울한 일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하기위해 불평등한 소파를 개정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지요. 한번 참여해보시면 느끼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종 단체에서 깃발 올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깃발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그리고 모 후보가 연단에 서는 것도 반대하고요.
혹시 어제 뉴스 보셨나요? 한 할머니를 횡단보도에서 치어 식물인간을 만든 무보험차량을 몬 미군이 실형8개월 받았다는거. 과연 울 나라 국민이 그런 사고를 냈다면 8개월정도로 끝났을까요? 게다가 피해자 가족은 수천만원의 치료비 중 아직까지 한푼의 보상도, 환자의 상태를 물어보는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 했다더군요.
이건 주한미군이라는 상황을 떠나서도,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행위 아닌가요?
이런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행위, 주한 미군이 무쟈게 해댔었습니다.
작년에 미군이 설치한 고압선에 감전되 사지가 잘린 상태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분도 있구요(물론 그넘들 보상 제대로 안했습니다), 올해던가 미군 트레일러에 치인 후 현장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병원으로 옮기지도 않고 현장에 40분간 방치하고, 응급실에까지 군인이 들이닥쳐 강체채혈해간 사건...결국 그분은 돌아가셨고, 미군측은 겨우 60만원을 보상금으로 던져주었다더군요.
이런 일이 비일 비재합니다. 이렇게 직접 생명을 앗아가는 것 말고도 우리 땅, 우리 물을 오염시키는 일도 다 말하자면 입아프고요.
지들의 인권은 중요하고, 지들의 자연은 보호해야하는데....왜 같은 사람인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공평정대한 정의가 숨쉬는 판결을 받지 못하고.....말이 안됩니다.

물론 그들이 우리를 도왔던 역사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그들이 그동안 이땅에 저질러 왔던, 또한 앞으로도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 많은 죄악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친놈들.. 2002-12-12 09:55:19
제발 정신좀 차리시오. 진정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게 하려면, 적극적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알려야 할것이오.
어떻게하면, 사건을 축소할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사실을 전세계에 제대로 알려서 사과와 소파개정을 빨리 이루어 냈다면, 이런 사태까지 가지 않았을것 아니오

곪은것을 계속 감춘다고, 그것이 없어지오?
곪은것은 짜내야지...

자식들한테 정말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시오.
이렇게 외곡된 기사나 일쌈는 당신 때문에 언젠가는 당신들의
자손이 미군의 군화발과 총칼에 쓰려져 갈 것이오

창자사랑 2002-12-12 11:04:59
속빈 강정이네?

아무튼 길게는 쓰셨군

읽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럼 대선때까지 수고하시오

대선후에도 이 싸이트 있을까?

아마 자진 폐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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