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형상과의 재미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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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분명한 형상과의 재미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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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헛소리 <아이덴티티>

^^^▲ <아이덴티티>[최인수 시사만화방] http://sisacartoon.wo.to
ⓒ 최인수, 씨네버스^^^

학창시절이었다. 극장에서 <여고괴담>을 보고 난 후였다. 마지막 타임을 선택한 지라, 집으로 가던 도중 시계는 밤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땐 왜그리 집으로 가는 길목이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집을 향하던 중이었다.

그때! 난 보고야 말았다. 늘어선 아카시아나무 줄기들 사이에 목매달린 시체를.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 안 좌석에 빨간 눈을 치켜뜬 여인을. 뚜껑이 없어진 하수구에서 고개를 내밀던 노파를. 집에 다다를 즈음,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든 순간, 반대편 집 옥상에서 나를 노려보던 소년을. 눈알에 비친 모든 휘끄무리한 형상들은, 죄다 '보고 싶지 않은' 형상들로 둔갑해 가슴을 조리게 했다.

불분명한 형상은, 그저 불분명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이의 상상력과 합해서 무서우리만치 구체적인 형상으로 변모한다. 그것은 하나의 마술이고, 예술이며, 재미있는 소통이다. 우리가 '너무 많이 보여주는' 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심리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아이덴티티>의 영화적 완성도에 못지 않게, 포스터에 등장한 손바닥 자욱 사이사이에 숨은 형상들 또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 S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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