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윌슨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 백지를 건네주고 ‘ 4500 ’ 이란 숫자를 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쓰도록 했다. 한편 다른 대학생들에게는 ‘ 소파 ’ 라는 단어를 한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쓰도록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이 끝난 뒤 연구팀은 두 대학생 그룹에게 설문지를 배포하고 “ 현재 이 대학에 다니는 학생 중에 40년 이내에 암에 걸릴 사람이 어느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 라는 질문을 했다.
이 실험은 ‘ 4500 ’ 이라는 숫자를 반복적으로 쓰면서 머리 속에 ‘ 4500 ’ 이란 숫자가 각인된 사람과 ‘ 소파 ’ 라는 단어가 각인된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아주 흥미로웠다. 처음에 ‘ 소파 ’ 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썼던 대학생들은 평균 1645명이 암에 걸릴 거라고 대답했고 처음에 ‘ 4500 ’ 이라는 숫자를 반복적으로 썼던 대학생들은 평균 3145명이 암에 걸릴 거라고 대답했다.
위 실험결과에서 처음에 ‘ 4500 ’ 이란 숫자를 반복해서 썼던 그룹은 전혀 관계가 없는 질문을 해도 ‘ 4500 ’ 이란 숫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것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이밍(framing) 효과라고 한다. 즉 인간의 판단이란 심리의 비교점에 따라 형성된다는 논리다. 일종의 대중의 사고틀을 조작하는 심리테크닉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출처불명의 여론조사결과가 실린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선거법 상 공표금지대상이라는 점을 악용해 여론조사결과 현재 집권당인 노무현 후보가 야당인 이회창 후보에 압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그 글에선 모 유력 신문의 여론조사결과를 사칭해 그 글의 공신력을 높이려고 했다는 점에서 프레이밍 효과를 노린 작성자의 주도면밀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여론을 알 수 있는 보조적 수단 중 하나인 여론조사가 오히려 일종의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여론조사의 공신력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초래할 뿐이다.
더욱이 현정권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결과를 여러번 보여준 전례가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야당을 지지하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은 유권자들이 출구조사에서조차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함으로 인해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아직 대선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정권이 5년간 어떠했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도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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