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개헌 논의가 박 대통령에게 불편한 이유
 이상돈펌_
 2014-11-02 01:42:26  |   조회: 3737
첨부파일 : -
개헌 논의가 박 대통령에게 불편한 이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방문 중에 터뜨린 자신의 개헌 발언을 거두어들임에 따라 급물살을 탈 것 같았던 개헌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평소 실언이 잦은 김무성 대표이지만 이번 발언이 완전한 돌발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 같은 이원집정부제 정부를 거론하면서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개헌 논의는 경제 블랙홀이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가 했더니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여러 정황으로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해 강한 불만 내지는 경고를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개헌 논의가 없더라도 실패하게 되어 있으니 ‘경제 블랙홀’은 한낱 핑계라고 하겠다.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개헌 논의가 박 대통령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임을 김무성 대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개헌 방안은 4년 중임제 대통령과 분권형 대통령제인데,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한테 불쾌할 수밖에 없다. 중임제 대통령 개헌 논의만 해도 그렇다. 칠레의 미첼레 바첼레트 대통령처럼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나 단임제 때문에 중임을 못하고 퇴임해야 하는 모습을 본 국민이 중임제 개헌을 하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중임 허용에 방점이 찍힌다. (실제로 바첼레트는 퇴임 후 4년이 지나서 선거에 다시 당선되어 지난 3월에 대통령으로 두 번째 취임했다.) 하지만 우리가 4년 중임제를 거론하는 이유가 성공한 대통령에게 단임 5년이 너무 짧기 때문이 아님은 너무나 분명하다.

1987년 민주개헌 당시 단임제를 택한 이유는 중임을 허용하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임을 허용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동안 첫 번째 임기보다 더 잘했던 경우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나오는 중임제 개헌론은 “소통도 안되는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너무 길기 때문에 4년 만에 갈아 치울 수 있도록 바꾸자”는 이야기가 된다.

분권형 대통령 개헌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의회의 다수당인 경우에는 대통령은 ‘제왕’이 될 수 있다. 언론의 자유와 법원과 검찰의 독립 같은 법치주의 장치가 완비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도 제왕적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서 큰 문제를 야기했다. 그런 제왕적 대통령이 언론을 탄압하고 조작하며, 검찰을 자기 집사 부리듯이 한다면 그것은 바로 ‘독재’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이 같은 독재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민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대통령에게 외교와 국방 권한을 주고, 국회 다수당이 구성하는 내각에 내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인데, 이런 정부형태는 성공하기 어렵다. 혼란을 일으켜 나치의 등장을 초래한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 전형적인 경우다. 이 같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이야기도 박 대통령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경제·사회 등 내정 전반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각에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는 대통령이 문제라는 냉소적 뉘앙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가지도 못하면서 권한만 많이 갖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으로 표출된 것이다. 친박계라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마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제시했으니 이 역시 흥미롭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가 60%에 달하지만 구체적인 개헌방향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하튼 국민 다수가 현재와 같은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음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다. 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는 물론이고 4년 중임제 대통령도 단점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개헌이 과연 가능하고 바람직한지는 접어 두더라도 이 시점에서 제기되는 개헌 논의 자체가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개헌 논의가 청와대에 그토록 불편한 것이다.
2014-11-02 01:42:2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첨부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뉴스타운 자유게시판 이용 안내 (1)HOT 뉴스타운 - 2012-06-06 197846
390 땅(축지법) 하늘(무지개타는) 우리 김일성수령님HOT 우유배달아줌마 - 2014-12-09 4004
389 2017년 대통령선거 새누리 후보 당선축하HOT 새누리만세 - 2014-12-08 3745
388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1)HOT 익명 - 2014-12-05 3866
387 낮은 창공을 날아 다니는 참새는HOT 격언 - 2014-12-04 3884
386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1)HOT 익명 - 2014-12-03 3953
385 이상돈 “정윤회 보고서 파문, 특별검사 수사해야”HOT 한겨레 - 2014-12-02 4021
384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특검으로 풀어야"(SBS)HOT 이상돈 - 2014-12-02 3878
383 하나님은 다 아신다.HOT 김 루디아 - 2014-12-01 3835
382 미리보는 19대 대통령(2017년)당선자 발표HOT 당선축하박수 - 2014-12-01 3768
381 半神半人 민족의 불멸의 영웅 박정희각하 동상은 純황금으로 세우자HOT 正義로운歷史 - 2014-12-01 3976
380 남조선땅에 미국년(신은미) 처단하라우HOT 김정은 - 2014-11-30 4003
379 정윤회 사건 공작 연출 지령자는 혹시 이재오가 아닐까?HOT 점쟁이 - 2014-11-30 4006
378 北 김정은아 先軍정치에 박수를 보낸다HOT 육군516부대장 - 2014-11-30 3665
377 전직 대통령의 큰소리, 현직 대통령의 침묵HOT 이상돈 - 2014-11-30 3763
376 박정희대통령각하 동상은 황금으로 세우자HOT 역사는 증명한다 - 2014-11-28 3810
375 3D 프린터와 미래의 디자이너와의 만남, 파라우치와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과의 3D 프린터 워크샵 진행 (2)HOT 3DP 활용 교육 - 2014-11-28 4334
374 조선국(朝鮮國Joseon:1393-1897)에 조공(朝貢)을 바친 유구국(琉球國Yoogoo)HOT 김민수 - 2014-11-27 3688
373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자HOT 이치수 - 2014-11-25 3544
372 종편 출연 전문가들의 수준, 업그레이드 좀 시켜라!HOT 시스템 - 2014-11-23 3845
371 박근혜는 대한민국과의 약속도 지켜라(비바람)HOT 비바람 - 2014-11-23 3554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