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진영과 새누리당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선동진영(국내는 진정한 진보가 없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진보진영을 나는 선동진영이라 부른다)은 솔직히 강하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가 보수를 지향한다. 자유를 존종하고 국가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가 분단국가로서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강함 때문에 보수진영, 즉 지금의 새누리당은 망할 수 있다. 왜냐고? 강한 조직의 실패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둘러보라. 막강한 로마와 페르시아가 쇠퇴한 것은 내부의 분열 때문이다. 지금 이 나라 보수진영이, 새누리당이 그 길로 가는 듯하다.
공천헌금과 그를 빌미로 한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의 경선 보이콧은 전형적인 내부의 적이다. 분열하면 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물론 썩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썩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추적해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작금의 공천헌금 사태는 양측의 주장이 너무 다르다. 언론이 제보자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왜곡된 측면도 있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실체가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까진 신중해야 한다. 정치자금은 한쪽 일방만의 주장만으로 혐의가 입증되는 게 아니다.
이런 마당에 공천헌금이 마치 새누리당 전체에 퍼진 양, 나아가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는 양 떠벌리는 것은 동의를 얻기 힘들다. 더군다나 보수진영이나 새누리당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가뜩이나 뜻밖의 도전에 직면한 보수진영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이는 이적행위다. 난 이번 공천헌금 파동이 제보자의 그릇된 정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믿고 싶다. 왜냐하면 당시 새누리당의 긴장 강도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드높았고 실제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그런 모습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4.11총선에 나타나지 않았나.
나는 한 사람이 온 국민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온 국민이 믿는 것을 한 사람이 믿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국민들이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거듭나기를 인정해주었고 믿었기 때문에 4.11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 후보 세 사람의 경선 보이콧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니 철 없는 어린애나 할 행동을 하고 있다. 방송이 예정된 KBS 토론을 거부하고 무산시킨 것은 이유불문하고 시청자, 즉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격한 행동은 수사중인 공천헌금 파문을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로 믿게 만들어 당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그들이 진정한 새누리당 당원이라면 당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하루빨리 난관을 극복하도록 힘을 보태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들은 의도가 의심스럽고 발언의 신빙성이 낮아보이는 제보자의 말만 의거해 황우여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느니 박근혜 전 위원장도 책임이 있다느니 주장하고 있다.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보수진영과 새누리당은 오는 12월 19일까지 한 치의 긴장의 끈도 늦춰서는 안 된다. 세 후보와 같은 덜떨어진 인사들이 내부에서 준동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무장돼 있어야 한다. 김, 김, 임 세 후보는 각성하고 앞으로 남은 경선 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보수진영과 나아가 국민을 무시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경선은 하나마나 박근혜 후보가 대승을 거두겠지만, 당의 민주적 절차로 후보를 뽑느니만큼 경쟁후보간 페어플레이 또한 중요하다.
이번 공천헌금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높은 능선에는 받드시 골짜기가 숨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마지막 예방주사가 되어 '화이트12.19'를 맞이할 수 있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