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은 비었지만 시민의 저력은 남아 있다"…재정 정상화·미래 투자 병행 선언

박찬대 인천광역시장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시정보고에서 인천시의 심각한 재정 위기를 공식화하고, 인천e음 일시 중단과 재정예산개혁TF 출범 등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희망보다 현실을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시민에 대한 책임"이라며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직개편과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정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은 13일 열린 인천광역시의회 제312회 임시회 시정보고에서 "희망을 앞세우기보다 현실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때"라며 "기초가 흔들리는 자리에 청사진을 먼저 세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선 9기 인천시정을 맡아 처음 의회에 서는 자리지만, 5조 원에 달하는 잠재적 재정 부담과 텅 빈 곳간을 마주한 상황에서 시민과 의회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인천시 재정 위기의 대표 사례로 인천e음 예산을 제시했다. 그는 "인천e음 예산은 2024년 1,343억 원에서 올해 2,581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캐시백 지급률을 10%에서 20%로, 월 사용 한도를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하면서 지출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월평균 150억 원 수준이던 지출이 지난 5월 607억 원, 6월 683억 원까지 늘어 현재는 7월 중순 이후 연말까지 집행할 예산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인천e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시 재정 전체가 위기"라고 진단했다.
박 시장은 올해 하반기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필수 예산 가운데 6,441억 원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돼야 하지만 현재 확보 가능한 재원은 1,856억 원에 불과해 4,585억 원의 재원 부족이 발생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버스 준공영제 지원금 636억 원, 노인장기요양보험 부담금 447억 원, 소방공무원 인건비 140억 원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필수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이 확대를 요청한 i-바다패스 역시 예산 부족으로 타 시·도민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체 68억 원 규모의 예산 부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 악화도 수치로 제시했다. 박 시장은 "2019년 이후 2조 원 이하로 관리되던 시 채무가 지난해 2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현재까지 2조4,444억 원으로 증가했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채무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은 "인천e음을 일시 중단하고 민생회복 100일 프로젝트도 잠시 유예하겠다"며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빚으로 급한 불만 끄는 방식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 정상화를 위해 ▲성과가 불분명한 사업과 낭비성 예산 원점 재검토 ▲세입 확충 ▲채무 최소화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와 내부 실무자가 참여하는 '재정예산개혁TF'를 즉시 가동해 숨은 부채와 비효율 사업을 전면 점검하고 재정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직개편 계획도 공개했다. 박 시장은 "민생기획관과 글로벌도시국을 폐지하고 행정체제개편추진단을 축소하는 대신 정책조정국을 신설해 AI·바이오·콘텐츠·에너지 등 'ABC+E 전략'을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산업국을 미래산업본부로 격상하고, 원도심혁신국과 기후에너지국을 신설하며 교통 분야도 교통정책국과 철도도로국으로 분리하는 등 조직을 1실 17국 3본부 1단에서 1실 19국 3본부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8월 중 조직개편이 시행될 수 있도록 시의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곳간은 비었을지언정 인천의 저력과 305만 시민의 저력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며 "오늘의 재정 위기를 정직하게 마주하고 반드시 더 강한 인천으로 되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제해야 할 곳에서는 절제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과감히 나서 대한민국 G3 코리아의 거점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며 시의회와 시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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