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산과 조직이 말한 것' 2026년 시흥시 행정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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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산과 조직이 말한 것' 2026년 시흥시 행정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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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에서 본 시흥시는 “확장보다 재정렬...빠르게보다 덜 흔들리게 고른 해”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연초마다 반복되는 ‘새해 시정 방향’이라는 말은 늘 추상적이다. 목표는 많고 약속은 크지만, 실제 행정의 방향은 말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에서 드러난다. 예산이 어디에 놓였는지, 조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면 지방정부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으려 하는지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2026년 시흥시 예산안과 조직개편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겉으로 보면 대대적인 변화도, 파격적인 신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재정렬, 분화, 대비’다. 성장의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행정 구조의 균형을 다시 맞추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시흥시가 편성한 2026년도 예산안 총규모는 1조 6,419억 원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방 대도시로서 낯설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총액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배치됐는가에 있다. 예산 항목을 따라가다 보면 특정 산업이나 상징적 프로젝트가 예산을 주도하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생활 안정, 환경, 기반시설, 복지 관련 항목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는 “무엇을 새로 하겠다”는 선언보다, 기존 도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관리하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눈에 띄는 생애주기별 지원 항목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고령층 교통비, 학생 입학 준비금, 출생 관련 지원 확대 등은 개별 정책으로 보면 작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묶어 보면 시흥시 예산은 ‘선별적 지원’보다 보편적 부담 완화를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정이 시민에게 직접 제공하는 현금성·준현금성 지원을 늘리기보다는, 생활비 구조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다. 성과를 홍보하기에는 다소 밋밋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행정 비용의 급증을 막는 선택이기도 하다.

2026년 예산안에서 미래산업 관련 항목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바이오 특화단지 조성 용역, AI 기반 행정 서비스 구축 등이 포함돼 있지만, 예산 규모나 표현 방식에서 ‘주력 산업’이라는 강조는 크지 않다. 이 점은 오히려 시흥시의 현재 위치를 드러낸다. 새로운 산업을 앞세워 도시 이미지를 재정의하기보다는, 기존 산업과 행정 구조를 무리 없이 이어가는 전략을 택했다는 의미다. 대규모 투자 유치나 산업단지 확장보다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의 전환을 선택한 셈이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 혁신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키워드이지만, 시흥시 예산에서는 행정 서비스 개선이라는 실무적 영역에 배치돼 있다. 이는 기술을 ‘정책 메시지’로 쓰기보다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한정하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조직개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6년 시흥시 조직개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키우지 않고 나눴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국 단위 조직을 새로 만들고 전담 기능을 세분화했지만, 전체 행정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기능을 쪼개 책임 단위를 분명히 하는 방향이다.

성평등·가족 정책을 독립 국으로 분리한 결정은 상징적이다. 이는 특정 정책을 강화했다기보다 정책 영역을 명확히 구획하겠다는 행정적 선택이다. 정책 간 경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은, 동시에 정책 실패의 책임 역시 분명히 하겠다는 뜻이다.

통합돌봄 조직 신설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새로운 복지 실험이라기보다는 중앙정부 제도 변화에 맞춰 행정 구조를 미리 정렬하는 성격이 강하다. 시흥시 조직개편은 ‘앞서 나가기’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준비에 가깝다.

투자유치, 노동 지원, 기업 혁신 관련 조직이 강화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이 역시 ‘확대’의 신호라기보다는 ‘관리’의 신호에 가깝다. 신규 기업을 대거 끌어오겠다는 선언보다는, 이미 들어와 있는 기업과 산업 구조를 어떻게 유지·전환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동 지원 조직 역시 갈등 관리와 권익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시흥시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성장에 따른 비용을 체감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도시는 더 커질수록 새로운 것을 가져오는 능력보다 기존 것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2026년 시흥시 조직개편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2026년 시흥시 행정은 화려하지 않다. 대형 프로젝트도, 강한 슬로건도 없다. 대신 예산은 분산돼 있고 조직은 세분화돼 있다. 단기 성과를 내세우기에는 불리한 구조다. 그러나 이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선거를 앞둔 해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오히려 행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제도 변화에 대비하며, 기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관리하려는 방향에 가깝다.

시흥시는 2026년을 ‘도약의 해’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정비의 해’에 가깝게 설계했다. 시민에게 즉각적인 체감 성과를 주기 어렵지만, 행정 내부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이다.

예산과 조직은 가장 솔직한 행정 문서다. 그 안에는 수식어도 감정도 없다. 다만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2026년 시흥시 예산안과 조직개편이 보여주는 선택은 분명하다. 빠르게 가기보다, 넘어지지 않게 가겠다는 선택이다.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2026년 시흥시는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지금 가진 것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 도시다. 그리고 그 고민은 예산과 조직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드러나 있다. 결국 시흥시의 2026년은 “더 빨리”가 아니라 “덜 흔들리게”를 택한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기자수첩이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그 ‘방향’이다. 예산과 조직은 행정이 스스로에게 남기는 기록이어서, 거기엔 감정도 수사도 없다.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예산을 배치하고, 책임을 나누는 쪽으로 조직을 정렬한 이유도 그 기록 속에 남아 있다. 이제 남은 건 한 해 뒤의 숫자다. 집행률과 이월액, 그리고 현장의 체감이 이 ‘정비’가 성과였는지 비용이었는지 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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