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정리해고를 무조건 반대할 때, 박노해 시인은 이 시기를 놓치면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나라 미래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었죠. 박노해 시인의 반문에는 인간의 존엄보다 시장의 존엄을 더 중시하게 되는 박 시인의 가치관의 변화가 깃들어 있다고 봅니다."
과연 조정환의 비판대로 박시인은 인간의 존엄보다 시장의 존엄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바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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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해#이고시오^^^ | ||
열악한 환경속에서 치떨리는 분노와 갈망하는 희망속에서 살아 가는 노동자의 일과 삶을 노래한 대표적인 노동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하며, 박해 받는 노동자의 해방운동을 의미하는 박노해( 박노해#이고시오 )라는 필명으로 등단한 노동자 시인은 그 자신도 기능공인 노동자였다.
그의 본명은 박기평이고 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15살에 상경하였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은 1983년 <시와 경제>에 ‘시다의 꿈’, ‘하늘’, ‘얼마짜리지’ 등의 노동시를 발표하면서 시작한다. 그 이전에도 노동자의 일과 삶을 다룬 시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겪은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노동자 자신에 의해 노동시가 발표된 것은 박시인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체험 수기나 생활글 형식에 머물렀던 노동자계급의 자기표현 수준을 세련된 장르인 시로까지 발전시킨 박노해 시인의 등장으로,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그의 노동시를 접하는 민중문학의 지식인 문인들에게 강한 충격파를 던지며 지식인 문학의 한계와 위선에 대한 반성을 자아내는 계기가 된다
1984년 가을 박노해의 노동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은 14년전인 1970년 11월13일 평화시장 재단사로서 역시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분신에 비견되는 혁명적인 사건으로 간주된다. 표현 형식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발하고 노동자의 해방을 갈망하며, 노동자들 스스로 각성하고 단결할 것을 외치는 내용들이 동일한 노동운동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앞뒤 가릴 것 없이 내몰리던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조립부품 하나 보다 나을 것 없는 취급에 분노한 한 노동자 전태일은 스물셋의 젊은 제 육신을 스스로 불사르며 노동해방을 외친 것이다.
<노동의 새벽>에서는 때로 밤을 꼬박 새기도 하면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전쟁 같은 밤일을 고통속에서 하거나, 프레스에 손목이 잘리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기는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한다. 제 몸을 불태우는 형식을 택하지는 않았지만 분노하며 노동해방을 외치는 것은 매 한가지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를 붓는다/아/이러다간 오래 못가지/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 ‘노동의 새벽’ 첫째 연)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기어코 깨뜨려 솟구칠/거치른 땅방울, 피눈물 속에/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우리들의 사랑/우리들의 분노/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줏잔을/돌리며 돌리며 붓는다/노동자의 햇새벽이/솟아오를 때까지 ( ‘노동의 새벽’ 마지막 연)
노동자 시인 박노해는 남북노동자회담 제안, 현대자동차 파업 격려, 문익환 목사 방북 환영 등의 시평을 발표하는 행보로 노동운동가요 혁명가로 변신한다. 89년 사회주의 혁명을 목적으로 한 남한 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결성을 주도하고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다가, 91년에 안기부에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검거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8년째 복역중에 98년 8월 15일 정부수립 50주년 경축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옥중에 있으면서 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97년 세 번째 시집이자 옥중 명상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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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지속적으로 변하는 현실을 바로 보고 그 속에서 바르게 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고, 일단 길을 찾은 다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걸고 고민하며 그 길을 따라 가는 실천이 잇어야 추구하는 새로운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볼 때 바르게 변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지적하며 현실을 바로 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적의 눈으로 현실을 바로 보고, 둘째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은 ‘지피지기’에 해당하는 기본이고, 셋째로 국민과 고객의 눈으로 가해질 힘의 크기를 바로 보는 것과 마지막으로 미래의 눈과 세계의 눈과 신세대의 눈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옥중시집 <참된 시작>에서는 “참된 시는 날카로운 외침이 아니라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둥근 소리'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 다짐하는 가운데 그가 추구하는 변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 겨울 ‘패배’로 인한 ‘참된 시작’은 그의 희망이고 인간해방과 사회진보의 첫걸음이 되었다.
그의 삶 속에 뼈 속 깊히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단적인 계급과 부정적인 분노 보다는 주체적인 개인과 희망적인 사랑이 오랜 좌절과 패배속에서 그의 실천하는 삶을 지탱해온 에너지원이 되었다.
옥중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포함된 시편인 ‘그 여자 앞에 무너져 내리다’에 등장하는 그 여자가 호송차안에서 그에게 던진 질문들은 그의 옥중 생활에서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결국에는 죽음이 온다 해도 변함 없이 살아 가야할 사람다운 삶을 지향하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여럿이 함께 나누고, 온 몸으로 끝까지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희망과 신념 그리고 열망을 간직하게 된 셈이다.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가슴 미어지게 눈은 내리고,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날 밤, 나는 아무 변명도 비껴섬도 없이
그저 정직하게 산처럼 무너질 뿐이었습니다
무너지고 깨어지는 게 내가 할 일이고 남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면 산덩이만한 패배와 무너짐, 마지막 한 껍데기까지
철저하게 무너지고 깨어지고 쪼개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지난 7년 동안 나는 이 벽 속에서 죽음을 살았습니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찾는 것이
절박한 문제였습니다 참혹했습니다
그날 밤 그 여자가 내게 내린 화두가 나를
죽더라도 정직하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이렇게 아픈 침묵 절필 삭발 정진의 삶을 살게 한 것이기도 합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제야 내 안에서 싹이 트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제야 희망입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것.
그것이 나의 희망입니다
하늘이 내게 보내신 그 여자 앞에 자신 있게 다시 서는 날까지
나의 기다림과 정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 박노해. 그 여자 앞에 무너져 내리다. 마지막 연)
| ^^^^^^^^^▲ 박노해#이고시오^^^^^^^^^ | ||
모든 것이 쉽게 변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수록 좋은 것들, 즉 그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 듯하다.
가장 진보한 조직은 주체적인 개인이고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이지 이념과 조직이 아니다. 개인이 꽃피지 않으면 조직이나 이념이 성공적으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강물을 건넌 뒤 나룻배를 버리듯이 버리고 또 버려야 하지만 사람만은 끝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이 닥쳐와도 변함없이 지키면서 살아가야 할 덕목을 실천하는 삶을 통해 보여주는 시인 박노해는 부드러운 것이 강하듯이 온유함을 잃지 않으며, 쉽게 부러지거나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된 길을 포기하거나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믿고 있다
또한 관심의 범위를 지역적으로는 한반도를 벗어나 전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 때 그들이 지닌 슬픔과 위험을 나누기 위해 직접 그 곳으로 달려 갔고, 스나미가 훑고 지나간 아체를 죽음의 고비도 아랑곳 하지 않고발로 뛰며 그들과 함께 현장에서 고통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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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체의 개가 된 박노해#이고시오^^^ | ||
아체로 날아간 박노해는 자신 역시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 되어 아체의 긴박한 상황들과 현장의 카메라와 만년필로 증언을 담아 냈다. 때로는 고통의 목격자로, 때로는 고뇌를 함께 하며 희망을 모색하는 아체인의 친구로, 때로는 나눔문화를 통해 보내는 구호성금의 전달자로 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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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허의 지평선만 보이는 아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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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문화 회원금으로 전달한 아체의 깜빙박노해#이고시오^^^ | ||
나눔문화 후원금으로 구입하여 지역별로 전달한 아체의 깜빙은 염소의 일종으로 그들이 각자 키운다음 학생들의 학비조달원으로 활용하도록 약속을 받아 두었으나, 어느 날 점검차 다시 찾아 갔을 때는 몇 마리가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굶주린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고도 몰라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박노해 시인의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속에서 뭉클한 것이 느껴졌다. 불쌍한 아이들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어 나눔의 의미가 더 가슴에 와 닿은 탓이리라.
목숨을 걸고 실천하는 시인 박노해의 삶은 이미 한반도를 벗어나 지구의 곳곳에 묻어나고 있는 셈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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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아체#이고시오
영어로는 banda_ache#이고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