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웃겼다. 너무도 황당하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다. 문재인은 12일 이른바 특별방역점검회의라는 곳에서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 대체 이 나라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이런 말을 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론 우리나라는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하루 4만명 정도밖에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부끄러운 우리 현실이다.
보건 당국은 “하루 115만명까지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는데 백신이 없어 매일 찔끔 접종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2.3%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는 데다 최근에는 확진자 수가 600~700명대를 넘나들어 ‘4차 대유행’의 위기에까지 놓여 있다. 말도 아닌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성인 접종률은 45%를 넘겼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노력한 결과다. 그래서 저들은 코로나 이전처럼 일상 복귀가 곧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 부러운 이스라엘의 경우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동원돼 백신을 확보한 결과 현재 백신 접종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른바, 국가별로 백신 디바이드가 현실화됐다. 향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는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백신 디바이드에 우리가 결정적으로 패배했다는 게 정말 부끄럽고, 문재인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얼마 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자유로운 일상은 언제쯤 가능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조치를 연말까지는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공언해온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형편은 아까 언급한 미국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지난해부터 백신 개발과 생산에 온 힘을 다했던 미국은 코로나 전쟁이란 싸움을 끝낼 무기는 결국 백신이라는 판단,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강한 목표의식이다. 이런 인식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방역 대책에 많은 허점을 노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백신 개발만큼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밀어붙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시물자법까지 동원해가며 백신 확보와 공급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미국이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와 마스크 착용 논란 등으로 어느 나라보다 많은 피해를 봤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이 했던 말대로 요즘 월가에서는 약 20년 만에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정보기술 발달이 불러온 1990년대의 장기 호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무려 놀라지 마시라. 무려 6.4%의 성장률은 허황된 전망이 아닐 수 있다. 백신이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된 셈이란 걸 증명해준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 처지는 참으로 비관적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게 독이 됐다. 문재인이 나서서 K방역이 어떠니 떠들어내더니 결국 이 모양이 됐다. 아까 말대로 지금 이스라엘이나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은 집단면역 형성에 근접하게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여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면 우린 경제 폭망 속에 연말까지 헤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실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또 불확실한 근거로 그 자가 자화자찬이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확보하지 못한 코로나 백신이 문재인을 끌어내릴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점이다. 역설이지만, 그게 희망이라면 희망일까?
※ 이 글은 14일 오후에 방송된 "확보 못한 백신이 결국 文몰락 폭탄될 것"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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