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4월 19일 78세의 나이로 제 265대 교황에 선출돼 즉위한 지 7년 10개월만이다.
이번 교황이 선종 전 현직에서 퇴위한 것은 1415년 그레그리오 12세(Pope Gregory XII) 가 종교적 분파를 종식시키기 위해(to end just such a schism) 퇴위한 이래 무려 598년 만에 처음으로 선종에 앞서 퇴위한 교황이 된다. 따라서 이후 새로 선출된 새로운 교황도 직위 종신이라는 도덕적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퇴위가 마련된 셈이다.
교황은 1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오는 28일 오후 8시(한국시간 3월 1일 오전 4시)에 퇴위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11일 오전 추기경 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결정을 알렸다.
교황은 “신 앞에서 나의 야심을 거듭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내 기력이 더는 교황직을 적절히 수행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퇴위 결심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 일(교황의 직 퇴위)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교황직에서 퇴위한다는 것을 완전한 자유의지로 선언한다”며 혹시나 있을 여러 의혹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어 교황은 “앞으로도 평생을 헌신하는 목회자로서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기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황의 친형인 게오르크 라칭거(89) 몬시뇰은 "교황의 나이가 부담이 됐다"고 디피에이(DPA)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고, 교황은 지난 2010년 가톨릭 전문 독일 언론인인 페테르 제발트가 자신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펴낸 ‘세상의 빛’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또 영적으로 교황 직분의 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은 "교황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황은 사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법은 교황의 자유의지에 따른 퇴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날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이는 120명의 추기경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가 베네딕토 16세 퇴위한 날로부터 15~20일 이내에 열릴 것이며 “부활절(3월 31일) 이전에는 새로운 교황이 즉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롬바르디 대변인은 베네딕토 16세가 콘클라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그는 퇴위 직후 로마 근처의 여름 별장에서 지내다 바티칸 내 수도원에서 지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황이 퇴위한 후의 직위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재직 중 사제들과의 과거 아동 성추행 추문 탓에 여러 번 사과하는 등 곤란을 겪은 바 있다.
그동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바티칸에서 열리는 미사를 거의 빠짐없이 집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교황은 퇴행성관절염을 앓아왔다. 따라서 교황은 지난 2011년 10월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고, 지난해 3월에는 공식 석상에서 지팡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교황은 노쇠하고 피로한 기색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독일 남부에서 태어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77년 뮌헨 대주교로 발탁된 뒤 4개월 후에 50세의 나이로 추기경에 올랐다.
1981년부터 바티칸 신앙교리성성 장관을 맡아 24년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보필했던 그는 지난 2005년 4월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으로 선출 당시 그의 나이는 78세로, 1730년 교황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동안 선출된 교황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기록을 세웠다.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전격적인 퇴위에 대해 각국의 정상들도 놀라움과 함께 극도의 존경을 표했다.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교황이 “어려운”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고 “최고의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표하고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종교 사상가 가운데 한 분이며 그런 분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2009년 교황을 만났던 기억을 회고하면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위해 미국 국민을 대신해 감사와 기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많은 이들이 영적 지도자로서 베네딕토 16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의 퇴위 결정을 “대단히 존경할 만한 행동”으로 평가한다며 “결정을 내린 교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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