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 법원에서 애플에 댛한 특허 침해소송에서 사실상의 삼성 승리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인 25일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 전에서는 미국의 애플이 삼성을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배심원 만장일치의 애플 승리로 결말이 났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federal court in San Jose, California)의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평의 시작 3일 째인 24일(현지시간) 토론을 종결하고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평결을 내렸다.

한국과는 달리 당초 미국 재판에서는 애플이 유리한 판결을 얻어낼 것이라는 예상은 됐으나, 이날 배심원 평결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애플의 압도적인 우세로 끝이 났다.

이날 배심원단은 “애플이 주장한 삼성의 특허 침해 가운데 상당수가 인정된다. 특히 일부 특허는 삼성이 고의로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에 10억5천185만 달러(한화 약 1조2천억원)를 지급하라는 배상 평결을 내렸다. 당초 애플이 청구한 배상액은 27억5천만 달러였으나 3분의 1 수준이 10억500만 달러로 결정됐다.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된 기술은‘ 바운스 백’과 ‘멀티터치 줌’ 등이다. 바운스 백은 화면을 맨 아래까지 내리면 다시 튕켜져 화면의 끝을 알려주는 것이며, 멀티터치 줌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을 뜻한다.

또 배심원단은 삼성이 유럽의 차세대이동통신(UMTS : 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 표준과 관련한 특허로 시장을 독점화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배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의 미국 내 판매금지 조치를 희망해왔으나, 이번 평결은 삼성의 갤럭시SⅢ 등 양사의 최신 제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특허를 위반했다는 삼성의 주장과 관련해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 애플이 삼성에 배상할 금액은 없다”고 밝혀 이날 앞서 열린 한국에서의 판결과 달리 미국에서의 평결은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날 평결은 애플이 가진 ‘기능 특허’는 물론 ‘디자인 특허’까지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출시될 신제품와 관련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하는 ‘트레이드드레스’가 인정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방 북부지방법원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이 나옴에 따라 이르면 한 달 이내에 공식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당연히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 미국 법원 시스템 상 2심은 배심원 없이 판사가 1심 배심원 평결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삼성전자는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3심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국에서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을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가느다란 희망은 배제할 수도 없다.

실제 지난 13일 스마트폰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은 엠포메이션 테크놀로지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을 받았지만 판사가 평결 내용을 뒤집고 RIM의 승소 판결을 내린 적은 있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신의 모바일 기기 디자인 특허와 소프트웨어 특허를 침해해 25억∼27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애플이 자신의 무선통신 특허를 위반했다며 4억2천180만 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한편, 이날 배심원 평결 결과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패배는 갤럭시S와 아이폰을 구체적으로 비교한 내부보고서 유출, 신종균 사장의 내부 이메일 등이 배심원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배심원들은 전문가 집단처럼 특허의 상세한 사항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의 흐름과 미국의 기업이라는 점 등이 평결의 주요 흐름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는 그나마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은 판사의 최종 판결에서 미국 시장 내 판매금지 조치와 같은 치명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