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청와대엔 ‘조식’ 선생같은 인물이 없는가?
새누리-청와대엔 ‘조식’ 선생같은 인물이 없는가?
  • 손상대 대기자
  • 승인 2016.08.2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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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사태 무조건 끌어 안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 ⓒ뉴스타운

제자가 스승인 퇴계 이황에게 물었다. “선비가 가난하여 벼슬에 나아 가고자 하나 임금이 임금 답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

퇴계가 답했다. “나아 가서는 안 된다.”

이는 이황의 나아가고 물러남의 근원을 보여주는 것으로 임금 답지 않는 임금에게 나아가 세상을 구할 수는 없음을 일러주는 것이다.

명종 22년(1567) 나라에서 간곡히 불러 중국 사신을 접대하라는 접반사의 일을 맡겨 이황은 어쩔 수 없이 조정으로 올라왔다. 접반사에 임명되기도 전에 이황을 부른 명종이 승하 하였다. 이황은 조정에 머무르면서 명종의 행장(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을 지었다.

그러고 나니 그에게 예조판서를 맡으라는 명이 내려 졌다. 그러나 이황은 예조판서 벼슬을 고사하고 기어이 시골로 내려가기를 고집했다.

그 고집을 꺾으려고 율곡 이이가 이황을 찾아가 말했다. “선생님, 지금 나라에는 어린 임금이 마침 즉위하여 어려운 일이 많고, 또 신하는 이런 때에 마땅히 새 임금에 대한 도리를 헤아려야 할 것이오니 선생께서는 시골로 물러 가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황은 “벼슬 이라는 것은 실로 남을 위하는 것이지만 만약 남에게 이익을 미치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우환이 절박해 있다면 물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고 말하며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황의 나아가고 물러남의 처신은 오늘날 공직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을 일러주고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주고 있는데 현재의 조정(청와대) 그렇지 못하다. 지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청와대가 입씨름 하고 있다. 야당이 우 수석 사퇴를 강력 요구하자 청와대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우 수석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박 대통령 흔들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남은 임기 동안의 박근혜 정부의 사정라인이 걱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떤 명분과 이유를 떠나 지금의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우 수석을 끌어안고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 수석이 아무리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이 상당했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이상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보면서 “물러 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해왔다. 버티다 두 손 든 인사가 어디 한둘인가. 그들은 한 결 같이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버티기를 하다가 결국 낙마했다.

낙마한 그도 그렇지만 그를 감싸 안고 버티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여론에 뭇매를 맞고 망신창이가 됐다. 놓치지 않으려다 둘 다 망치는 꼴이 된 것이다. 일거양득이 아닌 일거대실이 된 예가 허다 했다.

우 수석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더 확산되기 전에 남자답게 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았다. 비리 인사에 대한 끌어 안기로 누더기가 된 박근혜 정부에 멋진 신하가 한명이라도 있었구나 한 선비정신을 보여주어야 했다.

비록 박 대통령이 그를 놓지 않더라도 정권에 피해를 끼친 이상 스스로 물러나는 ‘물러남’의 덕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아쉽다는 말이다.

선각자들은 왕을 제대로 모시는 신하는 자신의 덕에 흠집이 나타나면 곧바로 물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덕이 부족한 자가 남아서 벼슬한다는 것은 선비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는 안 되더라도 “각하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저의 부덕으로 인해 정권에 큰 피해를 끼쳤습니다. 사실여부는 권력을 떠나 자연인의 자리에서 옳고 그름을 밝히 겠으니 저의 뜻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우 수석이 했더라면 여론은 그를 어떻게 재단했을까.

우리 국민에겐 묘한 정서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폭군처럼 인식해도 장세동 전 비서실장은 의리 있는 신하로 인정하고 있다. 구정물도 뒤집어 쓸 줄 아는 사나이 다운 기백을 국민들께 보여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봐도 우 수석의 문제는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향해 침묵기조의 동조를 한다고 해도 제동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우 수석 비리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만큼 새누리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 해졌기 때문이다.

사태를 끌고 가면 끌고 갈수록 새누리당에 손해가 간다. 청와대와 한통속이라는 회오리에 휘말릴 수 있다. 지금이라면 새누리당에서 남명 조식 선생 같은 인물이 필요 할 때다.

1555년(명종 10년) 한 장의 상소문이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대비인 문정왕후를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로, 임금인 명종을 ‘외로운 후계자’로 표현한 이 상소문을 쓴 사람은 남명 조식이었다.

말 한마디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대 군주제 시대에 집권자를 비판한 그는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왕에게 불경을 범했다며 처벌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상당수 신하는 조식의 충정을 높이 사며 그를 살려 냈다.

조선 왕조가 500년을 이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조식과 같은 직언을 하는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 새누리당이나 청와대 인사 중에 조식 같은 인물이 단 한명이라도 나온다면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정부여당의 지지도를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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