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인터뷰 (5)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웹툰작가 인터뷰 (5)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 뉴스타운경제 이선영 연구원
  • 승인 2016.03.04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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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 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피너툰

특이한 그림체와 색감, 그리고 아이돌 가수의 이야기라는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가 있다. 피너툰에서 연재중인 쿠밍 작가다. 독특한 펜터치와 분홍색과 검은색을 이용해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쿠밍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화려하게 보이는 아이돌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풀어낸 작품이 『핑크 토미』다.

핑크 토미에는 팬들의 고독, 사생팬, 아이돌의 아픔, 연예계의 이야기, 더 나아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우울하게 표현됐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원고 작업을 한다. 21세기에 수작업이라니! 수작업으로 인해 남들보다 배 이상 힘들어하면서도 그녀는 수작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독특한 감성으로 아날로그적 웹툰을 그리는 쿠밍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 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피너툰

1. 피너툰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처음엔 부끄럽고 수줍었다. 우연한 기회에 연을 맺게 된 곳이라, '과연 내가 만화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의심이 들어 첫 발을 내딛기 부끄러워 주춤거렸다. 그럴 때 먼저 이끌어줘서 좋았다.

내 첫 작품이 신생 사이트인 말풍선코믹스(피너툰의 전신)에 올라간다고 하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때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기에 피너툰과 함께 성장했다고 봐도 될 듯하다.

2. 만화가가 된 후 주변의 반응은? 

모두가 열렬히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 꿈이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같이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꿈이셨던 할아버지께서 가장 크게 기뻐하셨다. 그리고 걱정하셨다. 만화가는 정말 힘든 직업이라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당시엔 축하받는 일에 신나서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할아버지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뼈저리게 느낀다. 정말 힘들다.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 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피너툰

3. 본인의 작품 중에 최애캐는? 

정직하게 토미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준이다. 이상형을 그대로 투영시킨 캐릭터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간다. 엄청 멋지게 표현하고 싶다. 너무 섹시하고 치명적이기에 매일 같은 정장만 입는 단벌신사 사이코여도 함께하고 싶다. 영원히!

4. 롤모델로 삼고 있는 작가 또는 작품은? 

오카자키쿄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정식 발간된 책이 없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심지어 활동 시기도 80~90년대라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작가다.

이 작가를 알게 된 신비한 일화를 말해보자면, 어느 날 지인분께서 나와 느낌과 비슷한 작가가 있다고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그의 그림을 본 순간,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더니 어머니가 젊었을 때 활동하던 작가였다. 만화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혹시 아실까 싶어 여쭤보니,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였다고 말씀하셨다. 깜짝 놀랐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엄청난 우연 혹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 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피너툰

5. 수작업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수작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내 원고 생활은 마치 80~90년대 만화가가 현대에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다가 죽어가는 삶과 같다. 수작업 정말 힘들다. 똑같은 표정을 두 번씩 그려야 하고, 실수했을 때 화이트로 수정이 불가능한 영역은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그럼에도 고집하는 이유는, 역시 옛날 감성이 좋아서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한다고 해도 수작업 특유의 미묘한 아날로그 느낌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엔 웹툰이라는 특성에 맞게 변화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작업 원고를 웹툰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 오래 걸려서, 일주일 단위로 원고를 진행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다. '다음엔 컴퓨터 작업으로 진행해야지!'라고 다짐해도 다시 수작업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퀄리티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6. 『핑크 토미』 초반에 비해 작화퀄리티가 엄청 높아졌다. 현재의 퀄리티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작가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그림 실력이 는 것인지? 아니면 따로 퀄리티 상승의 비결이 있는지? 

고백하자면 펜 때문이다. 연재 초반에 쓰던 펜이 단종됐다. 단종된 펜은 매우 뭉뚝한 펜인데, 그 이후로 쓰고 있는 펜은 아주 얇은 펜이다. 선 굵기만으로 이런 일이 벌이지고 말았다. 펜이 얇아지자 잔선이 많아졌고, 덕분이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 민망할 정도로 작화가 달라져서 왠지 죄송하다.

한가지 이유를 더하자면 욕심 때문이다. 2부를 시작하며 퀄리티 욕심을 부리긴 했다. '더 잘 그리고 싶다!'라는 욕망이 불러낸 결과다. "후회는 없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후회한다. 덕분에 원고 진행이 더뎌졌다. 처음이니까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 실수가 다른 이에게 발전으로 보인다면 조금 기쁠 것 같다.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 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피너툰

7. 현재 작품 말고 해보고 싶은 장르는? 

새로운 느낌의 BL! 이렇게 말하면 지금과 너무 똑같은가? 연재 초반엔 나의 일화를 담은 일상툰을 그려보고 싶기도 했으나, 핑크 토미를 연재한지 1년 반 만에 가뜩이나 별로 없던 소녀 감성이 폭삭 사라져 버려서, 일상툰은 무리일 것 같다. 작품이 웃기지도 않을 것 같다. 차라리 이 메마르고 찌든 감성으로 여린 소년과 청년들을 더욱 격렬하게 괴롭히고 싶다.

8. 본인의 작품으로 2차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떤 걸로? 

영화를 꿈꾸며 혼자 가상 캐스팅도 해봤지만, 무리수인 것 같다. 화보집이 괜찮지 않을까? 핑크 토미, 준, 범의 캐릭터를 각자 다른 아이돌에게 입혀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 결과물을 모아 책으로 내도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 "핑크 토미 10주년 때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하며 친구와 껄껄 거렸지만, 그럴 일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 우울한 아이돌 가수의 생활. BL 웹툰 '핑크 토미' 쿠밍 작가 ⓒ피너툰

9. 같은 길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되도록 다른 길 찾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정말 하고 싶다면 참고 이겨내야 합니다. 저도 아직 초보 작가를 벗어나지못 해서 자세한 조언을 드리진 못하지만, 정말 힘든 길이라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움직이지 않아도 육체가 힘든 직업은 아마 만화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작품에 젊음을 바치기 싫다고 말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전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간에 젊음을 기꺼이 바쳐야 할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한순간의 젊음이 만들어낸 작품은 영원하니까요. 이런 마음가짐과 도전 정신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이팅! (그리고 의자 좋은 걸로 사세요.)

10. 팬 여러분께 한 말씀! 

부족한 저의 괴기스러운 첫 작품 『핑크 토미』를 봐주시는 독자 여러분! 밑도 끝도 없이 정말 감사합니다. 그림체와 내용이 너무 생소하고 기괴해서 쉽게 다가오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그래서인지 계속 구독해주시는 독자님들의 도전정신이 투철하신 것 같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수작업의 노고를 알아주시고 지각에도 꿈쩍 안 해주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고지가 눈앞으로 다가올수록 제 생명 불꽃도 꺼져가는 느낌이네요. 한없이 지치는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함께 해주시는 독자님들이 간간이 던져주시는 사랑과 관심 덕분에 회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 역시 밝지는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어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독해주시는 분들의 정신 건강이 어떠실지 걱정되네요.(그리는 저조차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충격의 연속일 『핑크 토미』를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함께 해요! 쇼킹 핑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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