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장탄식, " 아, 짜다,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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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장탄식, " 아, 짜다,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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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이 시대의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 김연아 선수
사람의 눈에는 동,서양인이 따로 없나보다. 전 세계 피겨스케이트 팬들이 폭풍처럼 들고 일어나고 있다. ISU(국제빙상연맹) 홈피가 일시적으로 다운될 정도로 성난 팬들의 항의가 노도의 질주와도 같다. 소치올림픽 여자 프리피겨스케이트 경기에서 타락한 심판들이 편파판정을 일삼아 실력에 걸맞지도 않게 과도한 가산점을 퍼부어 김연아가 가져가야했던 금메달을 러시아의 소트니코바가 가져갔다고 재심 청원을 요구하고 나선 전 세계 의병들이 순식간에 150만 명을 돌파했다.

김연아 재심 청원 운동에 나선 네티즌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 일본, 한국 등 마치 거대한 연합국을 연상시키고 있다. 피겨에서 실수 없이 수행 과정을 완벽하게 마치게 되면 흔히 클린(clean) 했다고 부른다. 60cm 이상의 높이에다 7~7.5m의 비거리를 구사하는 김연아의 점프는 세계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언제나 가장 교과서적인 점프로 찬사를 받아온 공인 인증서와 같았고, 다른 선수가 시합을 했다면 김연아는 예술을 했지만 가산점은 턱없이 인색했다. 세계에서 이정도 고품질의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점프에서 한 번 실수한 소트니코바에 비해 가산점이 엄청나게 낮게 나왔다.

가산점이란 심판들이 구성요소마다 임의로 부여하는 점수를 말한다. 소트니코바가 사소한 실수를 해도 심판들이 가산점을 펑펑 퍼주게 되면 김연아가 아무리 완벽하게 클린을 했다고 해도 가산점이 부족하거나 못 받으면 도저히 상대를 이길 수가 없다. 이것이 피겨의 채점방식이다. 당연히 김연아가 받아야 했던 금메달이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가자 각 나라의 언론들도 심판들의 편파판정을 문제 삼고 나섰던 것이다.

서양인들에게 인기가 무척 높은 여자피겨 경기인지라 서방 각국은 현지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었고, 많은 방송국의 진행자와 유명한 해설가들은 김연아의 우승을 예상하는 해설을 하던 중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그러자 각국의 언론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일시에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의 BBC, 미국의 주관방송사인 NBC, 독일 국영방송 ARD, 프랑스 F2, 스위스 국영방송, 캐나다 CBC, 중국의 CCTV, 프랑스의 레퀴프, 스페인 주관방송, 폭스 스포츠, ESPN, LA 타임스, 뉴욕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US 투데이, AFP 통신, 중국 언론, 일본의 각 매체 등 셀 수없이 많은 언론사들이 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인해 김연아가 은메달을 획득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공정한 심판을 비판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피겨전문가들도 일제히 심판을 성토하고 나섰다. 카트리나 비트, 미셸 콴, 필립 허쉬, 칸델로로, 로빈 커존스, 제이미 살레, 직접 중계방송을 한 각 나라의 방송국 전문 해설가 등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또한 생중계를 시청한 각국의 팬들도 스스로 부당함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러시아의 국가주의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자발적으로 나서 편파 판정에 항의하는 의병들이 순식간에 15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심판진의 구성을 보면 김연아가 최대의 피해자 였음은 쉽게 짐작이 간다.

이번 여자 피겨 심판진 구성에서 反아메리카, 非동양권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고 러시아와 우호적인 국가와 동구권 유럽심판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러시아 심판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테크니컬 콘트롤을 맡고 있는 '알렉산더 라케르니크'는 전 러시아 피겨협회 부회장을 지낸 사람이고, '알라 셰코프체바'는 현재 러시아피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발렌틴 피세프'의 부인이며, '알렉산더 쿠즈네소프'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러시아 코치를 맡은 경력이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적의 '유리발코프' 심판은 198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페어 아이스댄스에서 심판 부정스캔들의 중심에 있었던 장본인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심판진으로 있는 한 김연아가 아무리 완벽하게 했어도 후한 가산점을 받을 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김연아는 담담하게 심판의 판정을 받아 들였지만 백 스태이지에서는 아쉬운 듯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미국의 한 언론에 포착되어 보는 이를 안쓰럽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 대표 선수로 참가한 '에슐리 와그너'는 "심판에게 속았다는 느낌" 이라고 하면서 "이번 올림픽은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편파 판정" 이라고 직설적으로 내뱉으며 익명으로 처리되는 심판진의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SPN은 해드라인 제목으로 "home cooking" 이라고 썼고, 미국 언론은 "역겨운 오버스코어 (grossly overscored)"라고 했으며, 프랑스의 레퀴프는 "심판이 神이 됐다"라고 썼다.

한국의 네티즌들도 엄청 뿔이 난 상태다. 김연아가 은메달을 받아서가 아니라 김연아의 월등한 실력을 심판들의 실력 행사에 의해 빼앗겼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하는 것이며, 김연아가 은메달을 받은 그 장소는 바로 가장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할 은퇴무대 였다는 점에서 더 분노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고 심판판정 부정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프랑스 여성 심판 '마리 렌느 르군느'가 자국 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러시아를 밀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은메달을 받은 캐나다는 뒤늦게 공동 금메달을 받게 됐다. 이때도 러시아가 주범이었다.

고수(高手)는 자신에게 닥쳐올 불길한 기운을 탁월하게 감지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김연아는 쇼트에서 2위 그룹과 최소한 5점 이상을 더 얻을 수 있는 퍼팩트한 경기를 하고서도 겨우 0.28점 앞선 1위를 했다. 이때 김연아는 혼자말로 "아 짜다. 짜" 라는 말을 독백했다. 김연아의 이 독백은 프리에서 아무리 클린을 해도 러시아 선수를 우승시키기 위한 심판들의 농간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이미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실수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메달의 색깔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대범함을 보여줬지만 승부욕이 강한 김연아의 속 쓰린 감정이야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난 17년 7개월 동안 얼음판을 누벼온 김연아는 이제부터는 고수의 경지를 넘어 전설의 반열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김연아에게는 또 다른 인생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피겨 변방이었던 한국의 위상을 한껏 높였고, 코쟁이들의 전유물이었던 피겨의 세계를 호령했던 김연아는 이 시대의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제2의 인생길에 서광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글 : 장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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